쿠션 -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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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걸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따라 인생은 바뀐다. 물질 세계가 인생을 지배한다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 영혼에 힘이 있으면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물질세계에 속한 우리 삶도 바뀐다. 생활부터 바꾸는 것은 역순이다. 오히려 마음속에 잡초를 뽑아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방향타를 계속 옳은 방향으로 맞추지 않으면 세파에 휩쓸려 어느 샌가 부정적이고 ‘불가항력’적이라는 이유아래 ‘자극’ 대로 ‘반응’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Response + Ability = Responsibility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 자극에 대해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능력이 바로 책임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Liberty라고 해서 흔히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책임감에서 ‘자유’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환경이 어떻든 자유로움을 뺏기지 않는 영혼이 되는 거다.



비행기가 구름 아래에 있으면 바람의 저항이며, 비, 천둥에 괴롭지만, 일단 더 고도를 높여 구름 위로 다니게 되면 청명하여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사람도 그러하다. 환경은 누구나 차이는 있어도 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예 마음을 구름 너머로 던져버리고, 긍정적인 편을 택하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과 감정을 분리한다고 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일희일비하며 누군가 내게 던진 말 한마디에 흔들린다. 마치 개구리에 돌 하나에 맞아죽는다는 말처럼 나도 그렇게 여리디 여린 사람이다. 좋게 말해 여린 거고, 이제 보니 마음에 쿠션이 없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건데, 긍정적인 힘으로 끌고 갈 의지가 박약했다. 늘 자기계발서를 읽고 주먹을 쥐며 다짐하건만 실체 변화를 일으키지 못해온 건, 지식의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의욕이 없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마음이 너무 약하다는 거다.



쿠션이란 완화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내게는 마음 속에 어떤 신비한 장치 같았다. 한비야는 행복발전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려움이 와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기계에는 없는 기능. 자극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강한 의지. 긍정적인 생각. 멀리 내다보는 여유.



저자는 새벽에 시간을 내어 영혼을 ‘긍정적인 쿠션’으로 채워서 고결함으로 나아갈 것을 추천했다. 신앙의 힘으로 묵상과 기도하고, 오물들을 내다버리면서 방향타를 바른 쪽으로 유지하는 것. 오랫동안 열심히 살려고만 했지, 정작 그 위에 있는 개념을 잊어버렸다. 영혼이 힘을 잃으면 삶의 빛도 잃어버린다. 다시 무릎을 끓고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교훈을 얻었다.



나는 우화형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의도를 숨기고, 슈가코팅을 한 약처럼, 그게 왠지 비겁해보여서 그렇다. 소설이면 아예 소설답게, 혹은 자기계발서면 아예 노골적으로...하고 흑백으로 가르는 걸 좋아하는 유치함 같은 속셈때문인지. 이 책이 숨겨놓은 장치가 워낙 분명했고, 당연한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했고, 마음이 든든해져서 새롭게 여름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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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력 - 유쾌한 인간관계의 기술
다고 아키라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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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탁월한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어도 사교력 없이는 성공 어렵다. 수줍음 많은 내성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사교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소통. 성공하는 사람의 99%는 사교력으로 승부한다.”

대강은 이렇다. 사교력은 능변이 필요없다. 잘 듣고 썰렁할 때는 적당히 전환시켜주는 것이다. 내 편이 궁지에 몰리면 중립은 없다. 한 편을 확실히 든다. 원칙을 지키고, 어기는 사람은 퇴출한다. 대화할 때 상대를 배려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끼워준다. 분위기가 어색할 떄 전환용 멘트를 알고 있는 것이다. 모두 남을 배려하는 일이다.

내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만날 때는 성심성의를 다하고, 만나는 장소나, 필요한 유머, 대화하기 위한 소재를 준비한다. 남의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대화를 독점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내가 대접받았구나 하고 상대에게 느끼게 하는 것과, 내 인상을 각인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색다른 장소나 따뜻해보이는 액세서리, 상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정리했다가 사용하기, 서로 다른 재주를 교환하기 등등 그 팁이 된다. 몇가지 큰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배려

1) 부담을 주지 않는다.: 소극적인 사람 대화 참여시키기,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 보여주기, 썰렁할 때 분위기 전환시키기. 휴가 다녀온 사람 휴가담 들어주기. 화제독점하지 않기.

2) 공을 들여 준비한다.: 철지난 유머, 비오는 날 만나기. 드라마에 대해 알고 있기(남자가 여성과 대화할 경우 인기만점).

3) 시간을 아껴준다. : 문서양식 도와주기.


2. 차별화

따뜻한 느낌의 액세서리. Vocabulary노트.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 없는 것 베풀기. 경마장에서 만나기. 모닥불 곁에서 고백하기.

급하게 밥을 먹듯 빠른 시간에 정리해본 카테고리는 위와 같다. 사교력의 달인은 남을 배려하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사소한 것으로 기분 좋게 챙겨주는 사람이고, 많은 시간 많은 기회가 아니더라도 만날 때, 만남의 질을 높여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가만 보니, 내 주변의 사교의 대가들은 다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달 달력에 전화할 사람의 목록을 적어두고 바쁜 일정을 마치면,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과 부부간의 통화 시간도 정해놓고 궁금하여 기다리지 않도록 전화하여 어디 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일정인지 미리미리 밝혀두었다.

상사가 묻기전에 보고하여, 어려운 문제일 경우 그가 미리 남보다 정보를 통제하도록 했다. 판단이 필요한 경우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다. 상사를 돋보이게 하는 것, 그의 승진 비결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는 것이 사교력의 핵심, 내가 받고 싶은 대로 해주는 '황금률'이다. 거기다, '예기치 못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이 책을 기준으로 주변의 영업의 대가, 사교의 대가를 살펴보니, 비교적 많이 일치했다.

하나의 큰 잣대가 되어 기초를 닦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에 덧붙여 중요한 것 하나는, 맞장구, 그리고 맞장구의 타이밍이다. 이건 상대를 배려하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배려하고 상대에게 맞춰주는 힘은 본인의 높은 자존감이 확보될 때 나온다는 게 내 의견이다. 건강하고 기분이 좋을 때 체력이 든든할 때 상대편을 면밀히 살피고 즐거이 맞춰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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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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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사건의 비밀이 풀리는 장면이다. 복선과 암시로 깔아놨던 인물이며 사건들이 딱딱 들어맞으며 퍼즐이 풀린다. 어떨 때는, 이 퍼즐 조각이겠거니 싶은 그 조각이 다시 뒤집어지면서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 그래서 묘미가 있다. 늘 추리소설은 독자를 우롱한다. 우롱의 강도에 따라 독자는 열광하고 말이다.
 
그간 역사소설은 궁 안을 무대로 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한다. 고증이 많이 필요한 까닭인데, 왕의 밀사는 그래서 특이하다. 추리물이면서 일본과 조선의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책 속 부록에서 실존인물에서 주인공을 따왔다는 소개가 있어서, 마치 이 소설 자체도 사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쇼군과 쌍둥이 가케무샤, 추종하는 세력들, 각 번 간의 암투, 천황과 쇼군, 일본과 조선, 조선효종과 종사관, 역관, 네덜란드 등 열강과의 관계, 기리스탄(크리스천)핍박 사건이 이 소설의 주 무대다. 쇼군이 약해 보여서 쇼군 대신 대역을 세워 정치를 조정하려는 세력과 이를 역이용하는 세력, 세력간의 암투와 이를 응징하기 위해 조선과 협약을 맺는 쇼군, 이를 이해하고 사신단을 파견한 효종의 혜안. 누명을 쓸 뻔했지만 사건을 해결한 사신단의 하급 역관의 활약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얼마 전 읽었던 색, 샤라쿠와 함께 무대가 어슷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막부나 쇼군, 당시 상황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 세종, 효종이 외교에 공을 들여서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하려고 했던 사실은 참으로 반가왔다. 반면, 그밖에 여전히 수구세력이 중국만 바라다보고, 그쪽에 의지하면 다 될 줄로 알고 있었던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런 대목이다. 두 소설을 통해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이미 17세기에 ‘훈도시’ 차림의 미개하다던 섬나라 일본이 세계화에 눈을 뜨고, 문화의 수용성을 넓혀가고 있었던 거였다.
 
이쯤 해두고,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추리물로서 왕의 밀사는 내게 어떤 의미였는가 살펴보았다. 추리물은 반전이 중요하다. 뛰어난 인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인물이 한번에 모든 걸 꿰지는 못한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데서 실마리를 얻어서 모순점을 해결하고, 막판까지 두 명 중에서(혹은 그 이상) 확실히 범인을 골라내기 위해 심리전을 펼친다.
 
여기에서는 명준이라는 역관이 그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답게 불운한 과거도 갖고 있고, 기지도 대단하다. 반면, 그를 부각시키기 위해 남종사관은 너무 부실한 인사로 등장한다. 캐릭터가 대립되는 것이 워낙 소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실수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효종임금이 너무나 뛰어난 지략가라서 전지적으로 인물의 속을 다 들여다보는 데서 이런 임금이 우리에게 있었지 하는 자부심과 함께 효종에 작가의 편애가 ‘너무 심한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수정 작가는 팩션 전문으로, 동북아에 대해 이런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가 많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쿄토나 가구야히메, 막부나 번에 대한 것을 소설을 통해 접하면서 더욱 흥미롭고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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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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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하게 배가 아픈 것처럼, 설레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끔은 책장을 넘기다 주위의 눈치도 봤다. 이룰 뜻 이루지 못하는 사랑얘기와 아릿한 성 묘사를 읽다가 누군가 내 책을 같이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해서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일 게다. 사람을 알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고, 이 책에서 주인공도, 사랑을 경험하기 전에 자신의 그림을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극 한 편을 보듯, 화려한 그림이 그려지는 소설 속에 푹 빠졌다 나왔다. 분향이 물씬 풍기는 게이샤와 오이란, 가부키에 출연하는 남자배우도 있었다. 간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을 키워내는 단원 김홍도와 그 하수들. 책이 다른 매력을 가지고 도발해올 적에 가슴이 설렌다. 소설이 재밌기도 했거니와, 간간이 실린 단원과 혜원의 그림, 도슈사이 사라쿠(신윤복이 이 인물로 일본에서 활동했을 거란 상상에서 소설이 출발한다)의 그림에 반해버렸다.

 

작가적 상상력으로 그린 허구이지만,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해주는 듯 했다. 오감이 자극되고, 무척이나 에로틱하기도 하고. 간자 치고는 팔자 편하게 살다가 저 할일 다하고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가는 설정, 돕는 사람이 많아서 순탄한 설정이 좀 아쉽다면 아쉬웠다. 약간 주인공 편에 서서 이야기가 치우쳤달까. , 이제 고생 좀 하나보다 싶으면 또 도와주는 사람이고, 쉽게 넘어가고 해서 맥이 좀 풀렸다. 대개 보면, 주인공은 언제나 어려움에서 극적으로 구원받고, 극적으로 깨달음을 얻곤 하니까. , 이 소설도, 고서 하나를 가지고 이런 내용을 재현했다고 하니,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어서 그런 건가 생각한다.

 

재주와 외모를 믿고 까불대던 화사 하나가(신가권) 정조 앞에 까불대다 대역죄인이 된다. 그 목숨을 김홍도가 정조로부터 권한을 받아서 간자로 키운다. 갑자년 일본정벌을 앞두고, 천황과 서로 주고받은 교서를 찾아오려는 것. 갖은 훈련 끝에 어린 영재란 아이와 침투한 주인공은 역시나 그림을 그려서 에도 유곽에 화사로 잘 위장하고 있다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교서를 찾아서 본국에 돌아온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나, 그녀가 바로 그의 암살을 명 받은 닌자. 여인은 사랑하는 이의 손에 죽는 편을 택함으로써 사내의 갈 길을 열어준다. 막부의 모습, 유곽, 화사들의 삶, 대하드라마처럼 술술 지나간다

하나하나 재미가 좋은 글은 요약이 어렵다. 가슴속에 영상으로 찍혔는데, 표현이 잘 안되어 나만 간직하게 되지 싶다. 책을 덮고는 인터넷과 책을 뒤져서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찾았다. 소설속 묘사처럼, 그림 하나하나가 생기가 넘치고, 과연 실물보다 더 독특한 그 무엇이 있다. 애정이 담뿍 담겨 있고,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린 그림들 답다. 혜원의 그림의 관능미는 지금 그림들, 사진들에도 하나도 뒤지지 않는다. 어떤 눈을 가졌길래 여인이 그런 모습으로 보였을꼬.

 

일본의 미인상은 우리나라의 미인상과 다르다. 우리의 미인상이 최대한 자연스럽다면, 가부끼를 봐도 알 수 있듯, 일본의 아름다움은 철저히 쇼군 한 사람을 위한 잔인한 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눈썹을 다 밀고 초생달처럼 가늘게 그려넣는다. 발을 괴롭히는 신을 신고, 오랜 치장으로 옷을 차려 입는다. 우리네 풍속화는 참으로 자연스럽다. 눈빛속에 해학이 담겨있고, 애정이 그득하다. 그림에는 아는 것이 없는데 갑작스레 애정이 활활 타오르게 되다니. 자랑스런 화가들이 있었구나, 우리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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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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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두뇌 전반에 걸쳐 여러 곳과 연결된다. 책을 읽고서, 빼어난 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리는 올리버 색스의 이번 책을 읽고 있자니, 의학얘기가 무슨 수필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서 다양한 음악과 뇌의 관계를 소개한 덕분이다. 전문용어가 나오면 적당히 못 본척 넘어갔는데, 의학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풍부한 지식과 감흥을 주었으리라.

닥터 하우스라는 드라마를 보았을 적에, 다른 모든 능력은 평균이하여서 스스로 단추하나 낄 수 없는 사람이 피아노 연주를 하며 다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단추를 끼워주고, 밥을 먹이며, 다 큰 아들을 연주회에 데리고 다녔다. 피아노 연주실력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이 아버지에게 위로가 된 것이다. 닥터 하우스가 무참하게도 그 병마를 뇌에서 몰아내면서 신기에 가깝던 그의 음악성은 사라지고 단추를 끼울 줄 알고, 어눌하게 말을 하는 아들이 돌아온다. 특별한 음악성은 신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병의 증상이기도 하다.

성인 음악 서번트, 백치천재, 저능아천재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뇌기능 장애로 일부 능력은 출중하지만 일반 지능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저자의 책에 소개된 마틴이라는 남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수막염의 결과로 사진 같은 기억력과 2000편이 넘는 오페라를 알고, 메시아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바흐의 칸타타 전곡도 모조리 외우고 있다는데, 듣고 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연주도 잘했다. 저주받은 재능일까. 그래도 한번쯤은 오페라를 읊조리고, 조를 바꿔 불러보고도 싶은데 말이다.

어떤 이들은 음악이 색깔로 보인다. 음악을 비롯한 시각의 공감각이다. 이것도 질병이다. 절대음감을 가진 이들중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의 작용인데, 사람마다 음계에서 다른 색깔을 본다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보는 음악이 부럽다.

2만명에 한 명 꼴 나온다는 절대음감은 어려서 강한 훈련을 받을수록, 어려서 성조가 있는 언어를 배웠을 경우 많이 나타난다. 시각이 장애가 있는 경우 청각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부러우랴만은 때로는 그들만의 고충도 있다. 재채기 소리는 사장조로 들리고, 문 닫는 소리는 또 무슨 소리로 들리는 그들은, 피아노가 조율이 안된 소리를 못 견딘다. 너무나 예민한 재능은 동시에 저주가 아닐까.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가들의 재능도 다채로웠다는 것인데, 베토벤의 곡은 노력의 산물이라 불리우는 땀의 흔적이 배어 있고, 웅장한 건축같다. 반면 어느 음악가는 전체를 구성하는 능력이나 웅장함은 떨어져도 쉽게 쉽게 선율을 죽죽 뽑아낼 수 있었다니 음악도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음악을 어려서 훈련할수록 뇌가 고르게 발달하고, 음악과 수학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에게 한결같이 생기는 질투심이었다. 어떤 사고와 사건으로 음악을 가졌건 그들이 부럽다. 풍성한 감격까지.

내 친구 하나도 환청을 듣는다. 뇌의 작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비로운 일들이 참 많은데, 의학계의 계관시인이 다른 뇌의 작용도 연구해주었으면 한다. 삶이 더욱 풍성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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