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은 두뇌 전반에 걸쳐 여러 곳과 연결된다. 책을 읽고서, 빼어난 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리는 올리버 색스의 이번 책을 읽고 있자니, 의학얘기가 무슨 수필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서 다양한 음악과 뇌의 관계를 소개한 덕분이다. 전문용어가 나오면 적당히 못 본척 넘어갔는데, 의학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풍부한 지식과 감흥을 주었으리라.

닥터 하우스라는 드라마를 보았을 적에, 다른 모든 능력은 평균이하여서 스스로 단추하나 낄 수 없는 사람이 피아노 연주를 하며 다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단추를 끼워주고, 밥을 먹이며, 다 큰 아들을 연주회에 데리고 다녔다. 피아노 연주실력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이 아버지에게 위로가 된 것이다. 닥터 하우스가 무참하게도 그 병마를 뇌에서 몰아내면서 신기에 가깝던 그의 음악성은 사라지고 단추를 끼울 줄 알고, 어눌하게 말을 하는 아들이 돌아온다. 특별한 음악성은 신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병의 증상이기도 하다.

성인 음악 서번트, 백치천재, 저능아천재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뇌기능 장애로 일부 능력은 출중하지만 일반 지능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저자의 책에 소개된 마틴이라는 남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수막염의 결과로 사진 같은 기억력과 2000편이 넘는 오페라를 알고, 메시아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바흐의 칸타타 전곡도 모조리 외우고 있다는데, 듣고 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연주도 잘했다. 저주받은 재능일까. 그래도 한번쯤은 오페라를 읊조리고, 조를 바꿔 불러보고도 싶은데 말이다.

어떤 이들은 음악이 색깔로 보인다. 음악을 비롯한 시각의 공감각이다. 이것도 질병이다. 절대음감을 가진 이들중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의 작용인데, 사람마다 음계에서 다른 색깔을 본다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보는 음악이 부럽다.

2만명에 한 명 꼴 나온다는 절대음감은 어려서 강한 훈련을 받을수록, 어려서 성조가 있는 언어를 배웠을 경우 많이 나타난다. 시각이 장애가 있는 경우 청각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부러우랴만은 때로는 그들만의 고충도 있다. 재채기 소리는 사장조로 들리고, 문 닫는 소리는 또 무슨 소리로 들리는 그들은, 피아노가 조율이 안된 소리를 못 견딘다. 너무나 예민한 재능은 동시에 저주가 아닐까.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가들의 재능도 다채로웠다는 것인데, 베토벤의 곡은 노력의 산물이라 불리우는 땀의 흔적이 배어 있고, 웅장한 건축같다. 반면 어느 음악가는 전체를 구성하는 능력이나 웅장함은 떨어져도 쉽게 쉽게 선율을 죽죽 뽑아낼 수 있었다니 음악도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음악을 어려서 훈련할수록 뇌가 고르게 발달하고, 음악과 수학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에게 한결같이 생기는 질투심이었다. 어떤 사고와 사건으로 음악을 가졌건 그들이 부럽다. 풍성한 감격까지.

내 친구 하나도 환청을 듣는다. 뇌의 작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비로운 일들이 참 많은데, 의학계의 계관시인이 다른 뇌의 작용도 연구해주었으면 한다. 삶이 더욱 풍성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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