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김수정 지음 / 동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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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대적, 사회적 요소에 따라 조건 되고 결정됨으로 예술에서 그 당시 사회에 대해 무언가를 읽기가 가능하다. 반면 예술은 사회에 영향을 끼쳐 변화시킨다.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생산된다.

'예술사회학은 간단히 말해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읽어내는 학문이다. (...) 사회학은 예술을 포함해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현상들과 사회문제들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며, 그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발전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인 이론과 방법론을 확립해온 사회학은, 예술에 대해서도 다른 학문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시각을 견지한다. (p. 38)'

예술사회학의 가장 큰 매력은 보이지 않거나 보지 못하던 것을 보는 힘이다.


그렇게 먼, 범접하기 어려운 곳에서 고고한 빛을 발하던 예술이 어느덧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산다. 그건 이제 예술을 보고 읽어야만 하는 시대를 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생소하기만 했던 예술사회학의 기초적인 이론과 다양한 이슈를 재미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편안하게 설명한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영웅 유디트, 예술 작품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연약한 여성, 성녀 또는 요부이다.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력을 허락하지 않는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바그너의 음악과 레니 리펜슈탈의 영상 미학은 히틀러와 인연을 맺어 정치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다.

브뤼디외는 예술 소비 취향으로 사회 계급을 구분하기도 한다.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소비하는 상층계급은 작품에 담긴 의미, 화풍, 역사적 사건과 배경 등을 중요시한다. 이들의 취향은 타고난 것이다.

르누아르의 <두 자매>를 좋아하는 대중적 취향의 하층계급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며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이 쉽게 몰입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의 중간적 성격을 띤 중간계층 취향의 작품이다. 이들은 상층계급 취향을 추구하는 반면 하층 계급의 취향과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취향을 매개로 유유상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포섭과 배제의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부르디외는 이를 사회 계급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투쟁, 혹은 '구별 짓기'라고 설명한다. (p. 274)'

지금 젊은 세대들의 예술 소비는 좀 다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만들어낸다. 포스팅이란 방식으로 감상(소비)을 '나를 표현하는 수단(생산)'으로 활용한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예술과 사회를 함께 읽을 것을 제안한다. 예술의 이면을, 숨겨진 의미를, 비밀을 보기를 권한다. 예술을 만드는 데 무엇들이 작용했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술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도록 한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예술이라는 매력적인 대상을 사회학이라는 한층 더 매력적인 학문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기를, (p.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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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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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름을 하냐, 바람을 피냐, 돈을 안 벌고 놀기를 하냐. 남편으로서 뭐가 어때서 불만이냐?"
결혼 N년차 접어들었던 친구가 부부 싸움하다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괜찮은 남편 아니야' 그런 의미인데, 그러네 '괜찮은 남편이네'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절친에게 한마디 했다.
"대한민국 남편 대부분 다 그렇지 않나? 그게 자랑거리인가?"

내가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고 말하려면 남들이 다 갖춘 기본은 물론이고 뭔가 하나가 더 필요하듯, 내가 어른임네 하려면 다른 어른보다 뭔가 내세울 만한 구석이 하나 더 필요하다.


21년 차 어른, YTN의 김혜민 PD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 끝에 찾은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 중 하나, 염치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8년 전 세월호, 지난해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을 대하는 우리 어른의 태도는 염치를 생각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니 말이다.

가끔 커나란 분노가 일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곤 하는데, 이런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할 때다. 욕심 덩어리인 어른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라 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는 '신독愼獨'을 마음에 품고 산다. 남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기본이고 자신에게조차 부끄러운 행동이나 마음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의 의지를 나타내는 경구다. 신독愼獨.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진리 깨닫기, 상대방 존중하기, 비겁한 변경하지 않기, 사과하는 태도, 소명과 욕망 구분하기...

'어른이라면 '기다려 봐', '잘 되겠지'라는 비겁한 변명 따위는 집어넣고 행동해야 한다. (p. 91)'

김혜민 PD는 마흔이라는 어른의 문턱에서 좋은 어른이라 불리고 싶었고, 괜찮은 어른이 되려고 좋은 태도로 채워 나가고자 한다.


'어릴 때는 재미를 위해 모든 일을 선택하는데, 왜 어른이 되면 재미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어른의 삶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당연히 삶의 축을 '재미'보다 '의미'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만 추구하는 어른에게는 철이 없다 흉본다. 대체 왜 어른은 재미보다는 의미가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p. 42)'

김혜민 PD가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니, 나이만 먹었지 어른은 아니다. 어른은 되어가는 과정이라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내가 가진 많은 나이가 부끄럽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 정도면 그래도 내가 괜찮은 어른이라고 어쭙잖게 뽐내고 있지는 않은지.

"대한민국 대부분의 어른이 그 정도 노력은 하지 않나? 그 정도 가지고 자랑할 일인가?"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뭔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신독愼獨'을 다시 한번 마음에 품고 좋은 어른이 돼보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계절 중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즐길 수 있는 날들은 며칠 안 되는 것처럼, 한 사람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온한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른이 힘을 기르는 과정이 아닐까. 책을 쓰면서 이런 우울함과 두려움까지 받아들이게 됐다. (p.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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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 애벌레 - 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이상권 지음, 이단후 그림 / 궁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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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벌어진 내 기억의 한 풍경이다. 준비물은 한 쪽 끝에 솜을 칭칭 감아 묶은 막대기와 깡통이었다. 그걸 들고 학교 뒤 민둥산(그땐 산에 나무가 귀했다)에 올라갔다. 석유통에 솜뭉치 막대기를 들이밀어 석유를 묻히고 송충이를 찾아 막대기를 갖다 대면 송충이는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깡통에 송충이가 수북해지면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는 구덩이에 털어 화형식을 거행하곤 했다.

'그러니까 숲에서 살아가는 것들 눈으로 보면, 제가, 우리가, 당신들이 해충이자, 악의 축인 것입니다. (p. 76)'

알고 보니 그 송충이가 매미나방 애벌레였다. 왜 죽였을까? 그때 나는 이유를 몰랐다. 죽이라고 하니 죽였다. 누군가가 하라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암울한 시대였다. 초가집도 막 없애고, 마을 길도 막 넓히고.

흉측하고 징그럽게 생겼으니 죽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혐오스러움조차 인간 입장에서 일방적 생각이다. '당신들만 빼고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p. 68)'


작가 이상권의 글과 그림 그리는 그의 딸 이단후의 그림이 담긴 <위로하는 애벌레>는 주홍박각시 애벌레, 대왕박각시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 가중나무고치나방 애벌레, 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 반달누에나방 애벌레, 거세미나방 애벌레, 현무잎벌 애벌레, 차주머니나방 애벌레, 참나무산누에나방 애벌레,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 열두 종 애벌레에 대한 서사시다.

'환상적이면서도 수다스럽고, 그러면서도 영원 같은 애벌레의 침묵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p. 5)' 초대에 응하면 징그러운 애벌레가 사랑스러워진다.


작가의 글답게 묘사하는 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자연과 애벌레의 일상이 이토록 아름답다.

'그의 몸속에는 푸른 봉숭아 이파리를 발효시켜서 걸러낸 물감을 보관하는 소중한 항아리 하나가 숨겨져 있다. 나방이 애벌레였을 때 봉숭아 잎을 모으고 또 모아, 보이지 않는 분홍빛을 모으고 또 모아, 그 항아리에다 숙성시키고 또 숙성시켰다가 저토록 아름다운 옷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색이 아름다울수록, 그가 애벌레였을 때 열심히 살았다는 뜻이다. (p. 29, 30)'

'집 안에는 빛이 존재하지 않아 색을 찾아볼 수 없고,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완벽한 침묵이다. 침묵의 뿌리는 살아온 생 전체를 전복시키는 것, 새로운 환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침묵은 도발적이고도 무겁다. (p. 242)'


작고 한없이 낯선 애벌레의 세계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삶에 적용할 지혜를 전해준다. 저항하면서 이기려는 삶이 아닌 그냥 버티어내며 살라고.

가볍고 자유로운,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침묵하는, 두려움을 인정함으로 두려움을 떨쳐내는,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는 그런 지혜를...

'쭈글쭈글 물렁물렁 애벌레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항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버티기만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항하면서 이기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티어내는 것임을 애벌레는 잘 알고 있다. 이럴 땐 꿈틀거려도 안 된다. 그냥 버틸 뿐이다. (p. 33)'

'벌레는 아무런 저항을 못한다. 벌레의 유일한 무기는, 살아 있음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꿈틀거리는 것... (p. 185)'


애벌레의 변신은 놀랍다. 모든 것이 다 바뀐다. 얼굴, 몸 구조, 심장의 위치, 뇌의 위치까지 모두 다. 그렇게 애벌레의 삶을 살고, 미라의 삶을 살고, 마지막 세 번째의 삶이 가장 화려하다. 나방이 되어 형형색색의 날개 한껏 펴 팔랑팔랑 날갯짓하며 날아간다.

애벌레, 미라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기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애벌레의 생애다.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부모, 학교, 태어난 곳 따위의 조건에 따라 꿈을 이루지 못할 때가 종종 있지만, 나방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는 애벌레는 없다.

애벌레가 징그럽고 혐오스럽다고? 그냥 우리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편견을 버리고 용기를 내어 애벌레에게 다가가보자. 말을 걸어보자. 그러면 애벌레는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서 잠깐 쉬겠다고 말한 거나 다름없었다. 애벌레는 그런 식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슬그머니 내다보았을 때는 내가 궁금한 것이고, 쏙 들어갔을 때는 내가 두려운 것이고, 집을 끌고 움직일 때는 배가 고파서 가는 것이고, 실로 집을 매달아두었을 때는 쉬는 것이다. 일단 그 정도로 애벌레의 말을 알아들었다. (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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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의 호시절
이강 지음 / 북드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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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를 읽고 책장을 잠시 덮은 후 생각해 본다. 작가 이강이 간직한 추억과 비슷한 나의 기억들을...

우리 집 바로 위에 고모님이 사셨다. 학교에 다녀온 후 뒹굴뒹굴하며 지내던 고모님 댁. 그 위로 한 집 건너엔 솜틀집, 누런 솜이 새하얀 색으로 바뀌어 뭉게구름처럼 몽실몽실한 자태로 나타나는 게 너무 신기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던 곳이다. 그 위로는 방앗간. 국수를 널어놓은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국수 가락을 끊어 몰래 먹곤 했다.

길 건너 아래에는 대장간이 있었다. 조카뻘인 대장간 아저씨는 담금질하며 쇠를 다루는 모습을 넋 놓고 구경하는 나에게 아저씨 왔냐면 과자를 건네 주곤 했다. 우리 집 옆 건너편 학교 앞에는 하성당, 교문사문방구, 두 곳의 문구점이 있었는데 모두 친구네 집이어서 어느 곳을 이용하든지 눈치가 보였다. 사진관, 다방, 대소서, 장터... 지금도 동네 약도가 내 머릿속에 또렷하다.


책 겉장부터 개어서 쌓아놓은 이불과 베개의 선명하고 한국적인 색감이 인상적이다. 책에 담긴 이강 작가 작품에서 그리워하는 정서와 옛 마음이 느껴진다. <이강의 호시절>은 이강 작가의 어린 시절, 엄마가 차려주시던 밥상, 고향 이야기, 집의 나무들, 가족, 할머니 댁, 할머니표 먹거리에 얽힌 추억 이야기다.

'이 글 속에 담겨 있는 일상적인 사물들이 내 삶에 녹아 있는 철학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p. 10)'

작가의 어릴 적 일상들과 서랍, 이불장, 찬장... 추억이 되어 작가가 힘을 발휘하도록 했다. 그리고 작가의 글은 우리에게 공감을, 위로를 건넨다.


'뒷마당에는 왜 그리 재미있는 것이 많을까? 바닥에 박힌 돌멩이 자국만 쳐다보면서도 한나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p. 230)'

지난해 말, 아버님의 빈소를 지키며 누님 두 분과 어릴 적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밤을 지새울 만큼이나 끊임없이 생각나는 에피소드들... 같은 일을 겪고도 각자의 기억에 남은 것들은 서로 다르다. 서로 우기며 깔깔거리다가도 끝내 눈시울을 적신다. 우리 형제들의 추억은 웃음으로 끝낼 수 없는 추억들이다.


내가 나의 호시절 70세대 레트로 감성을 불러냈듯이, 각자의 호시절, 80세대 또는 90세대의 레트로에... 젊다면, 자신들의 스타일로 뉴트로에... 취하길 원한다면 <이강의 호시절>을 읽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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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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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
해안선을 따라서 하쿠타쿠 시와 가마쿠라 시를 잇는 시로가마 해안 도로, 그 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갈 때 왼편에 있는 유미나게 절벽을 결코 보아서는 안 된다고. (p. 9)'
유미나게 절벽은 자살 명소로 크고 작은 낭떠러지 두 개가 가재 집게발처럼 튀어나온 생김새다.

제1장 유미나게 절벽을 보아서는 안 된다
형사 구마지마의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유미코의 남편 구니오는 유미나게 절벽 근처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구니오는 앞을 보지 못한다. 몇 개월 지나 뺑소니 사고의 유력 용의자도 유미나게 절벽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구마지마 형사는 행동이 수상한 유미코를 눈여겨본다.

제2장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이민 온 커는 이름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몰골이 이상한 야마우치만이 커에게 말을 걸어올 뿐이다. 커는 우연히 문방구에서 살인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커는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제3장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서는 안 된다
구마지마와 짝을 이뤄 수사하던 형사 다케나시는 이제 신입 형사 미즈모토와 한 조다. 이 둘은 십왕환명회 간부의 자살 사건을 수사한다. 모든 증거가 자살임을 증명하는데도 미즈모토 형사는 살인 사건으로 간주하고 수사를 계속한다.

제4장 거리의 평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
구니오와 형사 다케나시 두 사람은 각각 사망 사건들의 진상을 편지에 담아 자신들의 죄를 자백한다. 구니오는 유미나게 절벽에서 다케나시를 만나 편지를 전달하고 자살하려 하지만...


미치오 슈스케는 도판이나 지도 따위의 시각적 자료를 작품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 글의 힘만으로도 소설을 읽는 이들의 상상력을 끌어올리는데 충분하다고 여겨서였다.

'그런 그가 <절벽의 밤>에서는 각 장의 끝에 '지도'나 '사진'을 넣는다. 갑자기 웬 지도며 사진이냐 싶겠지만, 본문을 읽은 후에 지도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숨겨진 사실이 밝혀지는 구조이다. "시각적 요소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미치오 슈스케는 말한다. 그야말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새로운 독서 체험이라 할 수 있겠다. (p. 261, 262, 옮긴이의 말)'


미스터리 소설 <절벽의 밤>은 4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이 하나의 단편인가 싶지만, 제4장에서 치밀한 논리의 전체 모습이 꿰맞춰지면서 범인이 드러난다. 감탄하면서 한편의 소설임을 알았다.

3장까지 각 장은 사망 사건으로 마무리한다. 1장에서는 자동차에 받혀 한 사람이 죽는다. 그 사람이 구니오라고 추측했는데 틀렸다. 2장에서 문방구 할머니와 조카가 커를 끌고 절벽으로 가 죽이려 하는데, 바람 속에 할머니와 조카가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다. 커가 밀어버린 줄 알았다. 또 틀렸다. 3장은 다케나시의 파트너 형사 미즈모토의 자살로 끝맺는다. 다케나시가 자살을 가장해 미즈모토를 살해했다는 추측은 맞았지만 살해 동기는 알아내지 못했다.

각 장 끝의 '지도'나 '사진'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풀어야만, 틀린 내 추리와 알아내지 못한 사실의 모습이 드러난다. 미치오 슈스케의 <절벽의 밤> 완성은 트릭과 대반전을 품은 시각적 요소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옮긴이의 도움을 받고서야 미치오 슈스케에게 감탄했고, 이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만끽했다.

'이런 식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은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는 소설을 내놓았다"라고 미치오 슈스케가 자부할 만하다. 미치오 슈스케의 팬이자 번역자로서 강력히 추천한다. 어쩌면 번역자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p. 264,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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