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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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원래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인지라 폴 크루그먼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게 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s'에서 역시 부키에서 1994년에 출간한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을 다루었다. 해설을 위해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의 유동민 교수가 출연했고, 폴 크루그먼이 어렵다고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정치인들이 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할까? 경제학자를 약장수에 비유하는데, 이들은 정치인들을 현혹하여 자신의 이론을 팔아먹는다. 약장수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식하면 당한다. 알릴레오 북's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지레 겁을 먹어서인지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은 아주 어렵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이 책의 대부분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15년 동안 신문에 발표한 논평이고 짧은 글이어서다. 폴 크루그먼은 논평을 써 나가면서 공공 지식인의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한다. 폴 크루그먼은 천재고 학문적으로 대중적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가졌다고 평한다. 스탠스는 대체로 미국 공화당 대통령들이 펼친 경제정책의 반대편이다.


책에서 좀비란 부자 감세, 무역 전쟁, 부자 우파, 극단적 보수주의, 가짜 민주주의, 기후변화 부정, 트럼프의 정책, 가짜 뉴스, 사회보장제도 부정, 보편적 의료보험 부정, 코로나19 부정 등을 의미한다. 객관적으로 실패가 검증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어 진즉에 죽은 정책임에도 다시 정책으로 살아나니, 특성이 좀비와 똑같다.

나열한 좀비 중에서도 부자 감세라는 마법에 보내는 광신이야말로 최강 좀비라고 말한다. 왜 이 최강 좀비를 죽이는 일이 불가능할까?
'부자 감세는 이롭다는 맹신이 사라지지 않으면 결국 누가 이득을 보는지 한 번만 따져 보라. 자신의 부 가운데 극히 일부를 떼어, 감세 바이러스를 흔쾌히 퍼뜨리는 정치인, 두뇌 집단 - 아니 실은 "무뇌"집단 -, 당파적 언론 매체를 지원할 의향이 있는 소수의 억만장자만 있으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쉽사리 좀비가 비척비척 계속 돌아다니게 할 수 있다. (p. 54)'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실책을 맹공격한다. 감세 정책과 무역 분쟁 같은 좀비스러운 아이디어들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쌓아온 미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불평등을 심화하고 재정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속이 시원했다. - 추천의 말(홍춘욱 이코노미스트)'
폴 크루그먼이 이 책을 쓴 목적은 확실하다. 좀비들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는 노력과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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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 행복한 성공의 바이블
데일 카네기 지음, 유광선.최강석 옮김 / 와일드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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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는 세상에는 수많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친구를 얻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능력이라고 말하였고, 그러한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하였다. - 들어가 전에 (편역자 유광선, 최강석)'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자기계발서 중 으뜸으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는 책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0대 중후반 시절, 어떤 계기로 자기계발서를 무척이나 찾아 읽었었다. 그 당시 출간된 대표적인 책들은 대부분 읽지 않았을까? 강의도 엄청 듣고 다녔다. 무엇이든지 간절했었던 시기였다.

그 당시 신입사원들에게,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내 나름 자기계발서 세 권 선정해 읽기를 권했다.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 살아가면서 협상은 꼭 닥치는 일이기에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 그리고 우리 삶 모두가 인간관계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다.

<인간관계론>을 소개하면서 반드시 한마디 덧붙였다.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 일이 힘들어서 떠나는 사람은 없다. 상사가, 직장동료가 즉, 사람이 힘들어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타인의 영향으로 나의 진로를 수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주도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걸림돌이 되는 인간을 바꿀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꼭 참고해야 할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라고...


데일 카네기의 저서로 <인간관계론>이외에 <자기관리론>, <성공론>, <연설론> 등 여러 제목으로 단행본이 출간됐다. 와일드북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책의 차례를 보면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묶었다고 볼 수 있다. 부록에는 대화 기술도 요약해 놓았다.

이 책의 장점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많은 사례들을 담았다. 그래서 읽고 이해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사례의 주인공들이 철강왕 카네기, 찰스 슈왑, 존 워너메이커, 링컨과 같은 좀 올드한 인물들이라서 요즘 세대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기계발서의 고전으로서 가치는 여전하다.

혹 다른 자기계발서를 읽은 다음 데일 카네기를 읽으면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것들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 앞뒤를 뒤집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다룬 자기계발서 대부분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의 아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하나, 30대 중후반에 데일 카네기를 비롯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다고 하니 하는 말인데 '당신의 삶은 성공적인가?'라고 묻는다면, 글쎄... 할 말이 많다. 이는 '재가'가 아니고 '내가' 얼마나 행동으로 옮겨 실천했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의 삶에 얼마나 적용했나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만 신경 쓰는 것이 옳다.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가 열리고, 습관의 씨앗을 뿌리면 성격의 열매가 열리며, 성격의 씨앗을 뿌리면 운명의 열매가 열린다.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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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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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화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고 이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할까? 즉,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까?

주류 경제학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이기적 판단을 위해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댄 애리얼리를 비롯한 행동경제학자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들은 많은 실험을 통해 인간이 어처구니없게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걸 증명했다.


댄 애리얼리는 열여덟 살때 화상을 입어 3년 동안 입원했다. 간호사들은 화상 부위에 감은 붕대를 떼어낼 때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과감하게 떼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가 환자 입장에서 이를 경험해보니 전혀 과학적이지 않아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를 계기로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댄 애리얼리, 심리학자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커너먼, <넛지>의 저자 리차드 탈러로 대표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결부시킨 과학적 실험으로 주류경제학의 이론들을 반박한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은 경제학 분야 중 '행동경제학(行動經濟學, behavioral economics)' 책으로 돈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돈과 관련된 특정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행동과 그들이 경험한 사실을 과학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또 그런 생각을 할 때 어떤 실수를 저지르는지 낱낱이 밝힌다. 이 책은 돈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우리가 실제로 돈을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돈에 대한 이성적 생각과 이성적으로 돈을 쓰는 것 사이의 괴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돈 생각을 할 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과제이자 시련 그리고 돈을 쓰면서 모두가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를 다룬다. (p. 12)'

1장에서는 돈을 쓸때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유를, 2장에서는 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기위해 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를 사례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3장에서는 부의 감각을 키우는 위해 가장 중요한 돈 쓰기의 기술을 다룬다.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기회비용, 구매상품이 제공하는 진정한 편익 그리고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즐거움이다. (p. 364)'


오래전 유튜브를 통해 사회문제를 각종 게임이론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이완배 '민중의 소리' 기자(전 동아일보 기자)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알게 됐다. 그 이후 행동경제학에 빠져들었고, 그 이유는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가 왜 실수를 하는지, 실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실험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인생은 큰 결정, 작은 결정 그리고 반복되는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한계를 가진 인간임을 인식하도록 한다. 그 인식은 (매번 그렇지는 않겠지만...) 의사결정에 앞서 잠시 멈춰 서게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하게한다.

'혹은, 자신의 한계를 보다 잘 인식하고서 스스로를 교정할 개인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돈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제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크고 귀중하고 유한한 삶을 날마다 조금씩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p.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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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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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란마 1/2'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봤었다. 다음 편이 궁금해 한 번에 2~3편씩, 다음 편을 누군가 빌려 갔으면 예약까지 걸어가면서...

란마가 절반은 여자 절반은 남자라는 판타지 요소, 란마와 대결을 펼치는 샴푸가 란마가 여자일 때는 복수를 위해 싸움을 벌이지만 남자 모습일 때는 그 모습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는 개그와 에로 요소, 그리고 변태적 요소가 '란마 1/2'에 등장했다. 지금 다시 본다면 재미없을듯하다.

하여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으면 '란마 1/2'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적 요소들이 겹쳤다.


짝사랑하는 서클 여자 후배는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다.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숨겨 굳게 주먹을 쥐고 날리는 사랑이 가득 찬 친구펀치를 구사하며, 두 발 보행 로봇 스텝으로 기쁨과 의욕을 표현하며, 태평양 물이 모두 럼주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술을 좋아하며, "나무 나무!"라고 읊조리는 만능 기도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애용하며 대학생활의 낭만을 신나게 즐긴다. 선배의 짝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만날 때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라고 인사할 뿐이다.

선배는 서클 후배를 사모하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그녀의 주위를 서성인다. 후배의 흔적을 쫓아 찾아다니지만, 그녀 앞에 자신을 존재를 드러내기는커녕 마주칠 때마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한다. 실패와 수난만 계속되는 걸 보니 그저 찬 바람을 맞으며 길가의 돌멩이처럼 구르고만 있을 것만 같다.


이 소설은 4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어느 봄날 밤, '술'과 눈부신 어른의 세계를 만난다.
'"이백 옹에게는 두 가지 취미가 있었어. 하나는 술친구들을 거느리고 다니다가 밤길을 걷는 남자를 습격해서 속옷을 빼앗는 거고, 다른 하나는 가짜 전기부랑으로 술 마시기 대회를 하는 거야." (P.41)'

여름의 헌책시장에서는 짝사랑하는 서클 후배가 그토록 찾는 <라타타탐>을 위해 선배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음식을 먹는 지옥을 체험한다.
'멀리 돌아가는 계획을 백지로 돌리고 더 완벽한 계획을 다듬어 완성시켰건만, 거꾸로 내가 앞에서 백지로 돌렸던 처음의 계획이 멋대로 진행되다니, (p. 177)'

광란이 난무하는 가을 대학축제, 옥상 건물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사랑의 대서사시 <괴팍왕>의 주연이 되어 드디어 후배를 품는다.
'"설마 선배가 괴팍왕 역할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별생각 없다는 듯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했습니다. (...)
"그건 그렇다 쳐도 정말 신기한 인연이네요. 선배와는 자주 만나잖아요. 이거야말로 신의 편리주의라고 해야겠지요."
"그렇군." (p. 287)'

교토 전체를 휩쓴 감기로 모두 앓아누운 겨울, 서클 후배만이 멀쩡하다. 감기로부터 모두를 구할 자는 다름 아닌 달걀술과 전설의 약 '윤폐로'를 손에 얻은 서클 후배다. 드디어 커피숍 전진당에서 선배 곁으로 걸어가는 후배가 작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p. 392)'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천진난만한 여대생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판타지다. 2006년 작품으로 모리미 도미히코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썼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소설에 나오는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힘들게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늘 머릿속에서 넘쳐나 그걸 모두 소설에 이용하려 들면 소설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교토라는 도시와 대학생활, 어려서부터의 독서력이 그에게 소설의 소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p. 396)'

심리, 행동, 주변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눈에 띈다. 그런 이유로 시종일관 귀염귀염하고 무심한듯한 매력의 후배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눈에 못이 박힐 정도로 후배 뒤통수만 바라보고 쫓아다니는 순진무구의 선배 모습도 마찬가지다.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신선하고 기발하고 판타지적인 아이디어가 놀랍다. 같은 상황을 후배의 입장에서 선배 입장에서 대비하며 펼치는 구성도 재미요소를 한층 높인다.

역자도 역자 후기에서 밝혔듯이
'"... 그냥 '읽어봐'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무책임한 의무의 방기가 아니다. 손끝에 닿는 기묘한 감촉, 혹은 이 혀끝의 촉감을 직접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다.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내 쪽에서 "어때? 어때?" 하고 빙긋이 웃으며 물어보고 싶어진다." (p.398)'

"재밌지? 그 대목은 정말 재미있지 않아? 또 여기 요 대목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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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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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이 동물의 비행을 돕기 위해 생겼다거나 폐와 다리가 동물들이 육지에서 걷는 것을 돕기 위해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 여러분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지만 - 완전히 틀렸다. (p. 18)'

진화는 맞지만, 자연과 생명은 탁월하고 혁신적인 발명가라기보다는 수십억 년을 시행착오, 표절, 도용 등을 일삼은 모방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진화사는 길고도 기묘한 경이의 여행이며 그 여정은 시행착오, 우연과 필연, 우회, 혁명과 발명으로 수놓아져 있다. (p. 18)'


닐 슈빈은 세계적인 고생물학자로 2004년 동료들과 캐나다 북극권에서 목, 팔꿈치, 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 로제아이 Tiktaalik roseae'를 발견했다.

'틱타알릭은 수생 생물과 육생 생물을 잇는 존재로,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물고기였던 중요한 순간을 밝혀준다. (p. 14)'

닐 슈빈은 40억 년의 진화사와 진화 연구사, 그리고 게놈 생물학의 연구 성과가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를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에 담았다. 화석 증거에서부터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40억 년 생명의 역사를 설명한다.


최초로 지구에 출현한 생명은 미생물이고 그 상태가 수십억 년을 지속하다가 약 10억 년 전 단세포 미생물에서 몸을 지닌 생명체가 탄생했다. 수억 년 뒤 해파리부터 사람에 이르는 모든 것들의 조상이 탄생했다. 이들은 진화했고, 시의적절한 발명을 토대로 또 발명을 생산해 새는 날개와 깃털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 육지동물들은 폐와 사지를 지닌다. 발명은 계속 이어진다. 진화한다.

'생물의 몸에 생기는 발명은 그것이 관여하는 대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아니었다. 깃털은 비행이 진화하면서 탄생한 게 아니었고, 폐와 사지도 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진화한 게 아니었다. (...) 큰 변화는 오래된 기관이 새로운 용도로 전용되면서 일어났다. 혁신의 씨앗은 그것이 싹트기 훨씬 전에 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든 우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실제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p. 52)'

뇌를 비롯해 우리 몸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들의 유전자는 모두 복제됐다. 점핑 유전자는 자기 사본을 만드는 일은 전담하고 게놈은 변이를 계속 퍼뜨린다. 동시에 발생하는 변이 덕분에 진화는 계속된다. 점핑 유전자와 다른 DNA, 게놈과 바이러스 사이에는 항상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박테리아가 개발한 기술은 인수, 합병, 전용으로 생물을 변화시켰고 우리 뇌는 이런 발명을 고쳐 쓰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발명과 진화의 비밀은 호기심을 충만하게 한다. 욕심에 책을 집어 들어 읽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양자역학만큼이나 어렵다.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진화 이야기만 나오면 혼란스럽다. 물론 신앙이 과학적인 증명이 아닌 믿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진화사는 항상 믿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결국 과학에서도 화석에서도 우리의 궁금증에 확실한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신이 만든 거야'라고 복잡함과 무지의 답을 대신하지 하지 않을까? 그러고는 다시 과학과 새로 발견된 화석으로 신을 의심했다가 다시 신을 답으로 하고... 다시 답을 구하고 못 구하면 신을 찾고... 계속...

'인간은 지식의 공백을 희망, 기대, 두려움이 조금씩 버무려진 우리 자신의 선입관으로 메우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는 점처럼 흩어져 있는 과거 사건들을 연결해 한 변화가 다음 변화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p.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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