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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미술관 읽는 시간>은 우리나라의 멋진 미술관 7곳과 그곳의 작품을 '미술관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정우철이 도슨트 하는 책이다. 화가들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이 도슨트 정우철의 특징이다.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직접 가기 힘든 해외의 미술관들과 달리 가벼운 마음만으로도 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더없이 근사한 우리나라 곳곳의 미술관과 그에 얽힌 화가들에 관해 이야기해드리고자 합니다. (p. 14)'
서울 한복판 종로, 환기미술관.
천 위에 점을 연속으로 찍으며 오만가지 생각을 한 김환기, 점을 둘러싼 네모꼴의 번짐과 겹침 속에 외로움과 집념이 담았다.
"내 그림은 동양 사람의 그림이요, 철두철미 한국 사람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이 되려면 먼저 가장 민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p. 18)
장흥 조각공원과 함께한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심플함에 나는 웃었지만, 그는 비워내고,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삶을 작품에 담아 욕심을 버리고 잠시 쉼표의 삶을 살기를 우리에게 권한다.
"나는 심플하다." (p. 42)
돌담길 사이, 물방울 오브제가 반기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김창열은 캔버스 뒷면에 뿌려둔 투명한 물방울에서 아름다움과 '허虛'를 보았다. 그의 작품은 모든 것을 투명함으로 되돌려 보내는 행위다.
"물방울은 제 내면세계의 모든 것이지요. 이 물방울의 감동을 설명해버리면 제 예술의 전부를 털어놓은 셈이 됩니다." (p. 68)
이중섭이 피난 생활을 했던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이중섭의 삶과 작품은 아내 이남덕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무친 외로움이다. 그리고 백의민족을 향한 애정이다.
"예술은 무한의 애정 표현이오. 참된 애정으로 차고 넘쳐야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p. 94)'
홀로 조용히 '미캉스'를 즐기기에 좋은 곳, 양주구립 박수근미술관
나무와 여인의 순수하고 순박한 개성을 담으려 박수근은 우둘투둘한 화강암 질감을 택했다. 그리고 거기에 한국적 기법과 토속적 느낌을 한껏 표현했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p. 134)
나혜석이 태어난 곳, 수원의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신여성', '한국 최초의 모던 걸',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여권운동의 선구자' 따위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나혜석. 하지만 많은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너무 앞서간 그녀의 마지막은 '신원미상', '무연고자' 심지어 나이도 잘못 적힌 행려병자였다.
"여자는 작다. 그러나 크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강하다." (p. 170)
가족 나들이에 딱인 대전시립미술관 옆 이응노미술관
이응노는 동양의 미학을 놓지 않고 서양의 추상화를 흡수했다. 그리고 신분, 성별, 나이, 직업과 상관없이 서로 감싸고 지켜주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작품 군상에 구현했다.
"끝까지 탐구할 수 있는 정신이 위대한 것이고, 그것이 성공의 바탕이다. 그림을 그렸으면 마음에 안 들어도 끝까지 해봐야 한다." (p. 204)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뭘까?
나처럼 우연히 또는 다른 이유로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둘러보며 한 작가의 삶을 조금 알게 되고, 그의 작품이 특별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간직하고, 그 간직한 감각을 다시 또 느끼려 그곳에 가는 것이 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소개한 미술관에 간다면, 이 책을 꼭 들고 가서 미술관에서 펼쳐 읽기를... 그러고는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이 켜켜이 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