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 미스트랄 - 덜컥 집을 사 버린 피터 씨의 일 년 기록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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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p. 383"

빌 브라이슨이 집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나 그 포기한 안락함을 찾는 역설적인 그런 여행을 했다면, 런던의 광고쟁이 피터 메일은 프로방스의 햇살과 바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여행이 아닌 뤼베롱 마을의 일상에서 음식과 포도주를 맛보며 안락함을 찾으려 한다. 'Happy! Mistral'

'그러던 어느 날 놀랍게도 우리는 그 꿈을 이루었다.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우리는 집을 샀고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두 마리의 개를 안고 배에 올랐으며 낯선 땅의 이방인이 되었다. (p. 15)'

위트 넘치고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장착한 글에서 둘은 겹친다. 색깔이 아주 희미하게 다르긴 하지만.


피터 메일 그만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프로방스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살가운 성정과 1월부터 12월까지 프로방스 계절을 솔직하게 그렸다.

먹는 것에는 진심이어서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손짓으로 건강 상태, 사업 형편, 정치 문제 따위의 모든 것을 말하는 사람들. 다양하고 화려한 손동작 표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인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산불을 끄는 헬기가 바닷물과 함께 수영하던 사람까지 퍼담아 화염 속에 던져버렸다든지, 뱀이 여자를 물면 뱀이 죽는다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
세월아 네월아 일 년 내내 휘파람 불며 공사하는 사람들.
초보자처럼 보이는 게 죽기보다 싫어 사냥을 위해 무기고 수준의 총을 갖춘 사람들.

가슴을 풀어헤치고 매섭게 파고드는 프로방스 계절풍 '미스트랄'.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포도밭.
항상 손에 들려있는 파스티스,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포도주.

시골살이의 불편함, 뜻하지 않게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이 모두는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들일 뿐이다. 프로방스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천천히 그들만의 속도로 맛있고 유쾌하게 살아간다.

익숙하지 않은 곳, 낯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한 달 또는 일 년 살기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맞닥뜨릴만한 일상이 담긴 피터 메일의 일 년 기록이다.


무슨 생각으로 시골 살기 브이로그를 찾아 흐뭇하게 바라볼까? 행복한 일상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꿈같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만 보기만 한다면...
'이런 삶은 꿈이 아니다 그저 '조그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 옮긴이 강주헌'

'조그만 용기'에 이 책 <아피! 미스트랄>이 주는 힌트를 하나를 더한다면? 피터 메일과 그의 아내가 프로방스의 사는 방식과 자연에 녹아들려고 했던 노력!, 노력이 필수다. 그 노력이 꿈꾸는 풍요로운 삶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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