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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자연에 관한 정의는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다"입니다. - 레이철 카슨 (p. 25)'
최근 몇 달 사이에 지인과 절친의 권유로 각각 2박 3일 일정으로 계곡 트래킹과 숲 야영을 다녀왔다. 인간의 손길이 덜 미친 자연을 만나는 일이었다. 계곡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걸으며 숲속의 나무와 바위, 흙냄새를 맡고 숨을 몰아쉬며 자연을 호흡하는 일 말이다. 숲속에서 머무는 것만으로 치유가 됐다. 아침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새소리와 숲속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 일 말이다. 이 모두 자연에 기댈 때 자연이 선뜻 우리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다.
자연 속에서 오감을 활짝 열어 젖히며 받아들이는 순간만큼은 소리와 냄새, 경치는 내 것이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풍경을 소유하지 못한다. (...) 문서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 16)" 소유하려 들 때 자칫 파괴가 된다. 인간은 인간이 가진 힘을 자연에 남용하려 한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랠프 월드 에머슨이 1836년에 출간한 에세이 <자연 Nature>에서 시작됐다. 그는 강연에서 자연을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하나의 언어이며, 우리가 새롭게 배우는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새로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속에서 해체되고 죽는 언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의미로 통합되는 언어다. 나는 이 언어를 배우고 싶다. 그건 새 문법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다." (p. 5)
환경보호 활동가, 시인, 생태학자, 작가, 과학 저술가, 기업가, 조경가, 동물복지 활동가, 농부, 원예가, 건축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스물한 명이 에머슨이 칭하는 자연이라는 언어를 배우고 말한다.
자연의 가르침을, 극한 지대의 브리슬콘나무, 자연의 무심함, 바닷속 산호초, 연못, 철새들의 야간 비행, 생명체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오크나무, 반反정원, 도깨비토끼꽃의 치유능력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류의 이기심과 그릇된 생존방식이 자연을 위협한다는 절박한 목소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연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호소까지 이들이 말하는 언어는 그들만의 사유, 자연과 묻고 답하는 언어다.
인간이 힘과 기술로 지구 환경을 바꾸는 인류세人類世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의 저자들은 자연이 전하는 목소리를 들으라고 권한다. 자연을 위해, 우리를 위해, 자연과 인류의 조화를 위해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기를...
자연에 기댈 때 자연은 자연의 품을 기꺼이 우리에게 내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