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
노주선 지음 / 길벗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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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라는 말을 흔히 한다. 자신이 몸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즉 회사원이라면 회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업장에서, 공무원이라면 관공서에서, 심지어 친목단체에서도 듣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행동이 상식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 말은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순서는 이렇다. '왜 저러지?',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그 행동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여서 그러진 못한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면서 살아가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쓴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죽도록 싫은 사람이 있다면, 한두 명의 대화와 경험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 수많은 사람을 연구한 심리학 이론과 상담 경험을 공유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p. 8)'

이 책에서 다루는 아홉 가지 대표적 성격은 직장에서 접하게 되는 공격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 완벽주의적 또는 강박적 성격을 비롯해 이성 간에 만날 수 있는 편집적 성격, 경계선적 성격, 분열성 성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 사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회피적 성격, 의존적 성격, 수동공격적 성격이다.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이 좀 극단적인 성격인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흔하다. 어쩌면 나는 모르지만 남이 나를 본다면 이 중에 몇 가지 성격이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각 성격별로 우선 본인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사례로 설명한다. 사례에 비추어 그런 성격이 내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지 평가해 보고, 그런 성격이 왜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런 성격의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와 내가 그런 성격이라면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직장에서 흔히 만나는 성격 중 '자기애적 성격'이 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자기가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간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동료는 그 사람을 '재수 없다'라고 여긴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걸까? 자기존중감이 지나치게 높아서다.

이런 사람은 대하는 방법은 우선 인정할 만한 장점은 동의해야 한다. 그 사람과의 갈등과 논쟁에서 대립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피드백은 간절히 원할 경우만 하고 그 피드백조차 장점을 먼저 말하고 불편함은 최소화해 논쟁을 피해야 한다.

스스로 행동 평가한 결과 내가 자기애적 성격이라면? 이 성격은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과를 위해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실행한 결과는 자기존중감의 근거가 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이루게 된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비합리적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그 신념을 조금만 '합리적 기대'로 바꾸기만 해도 상처와 아픔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본인이 힘들고 타인을 힘들게 한다면 상담과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다고 내 성격이 타인의 성격이 바뀔까? 쉽지 않다.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동반한 큰 사건을 경험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한 힘들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적절한 수준의 좌절과 어려움인데...

'그런데 실제로는 적절한 수준의 좌절이란 없습니다. 나에게 닥친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냄으로써 '나를 무너뜨리는 좌절'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적적한 수준의 좌절'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p. 215)'

결국 습관이 되고 행동 패턴이 된 성격을 변화시키려면 성격에 대한 문제의식과 강력한 변화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엄청난 실행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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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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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은 늪에 빠진 윈스턴 처칠을 구해주었다. 감사의 뜻으로 처칠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 플레밍을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한다. 훗날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페니실린은 전쟁지역에서 폐렴에 걸린 처칠을 다시 한번 살린다.

자기 계발서나 강사들이 선한 일의 선순환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일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니면 어떤가. 꾸며낸 이야기라도 이런 이야기는 이 세상에 win-win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니 가치가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너무도 생소한 백신 개발과정에 우리 모두 집중했다. 스파이크라는 돌기 형태의 단백질, 임상실험, FDA 승인 등 관심밖에 있던 용어들을 우리는 알아야 했다.

<약국 안의 세계사>는 15가지 약에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레밍과 처칠의 일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로나19 백신처럼 약이 어떻게 개발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의 어떤 노력과 좌절,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이 있었지, 또한 그러한 일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꿔놓았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에게 고마움 마음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우연도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약이 탄생하는 데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우리 인류와 역사에 크나큰 지분을 갖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은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상처와의 싸움이 더 치열했다. 페니실린이란 항생제가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휴가 가기 전 테이블에 놓아둔 한천배지에서 이상한 곰팡이 핀 것을 발견한다. 이 곰팡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구한다.

발기부전을 해결하기 위한 남자들의 시도는 처절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다. 수탉과 염소의 생식기를 부적으로 지니기도 하고, 매와 독수리의 정액을 마시기도 했다. 소금물, 전기, 기니피그의 고환 추출물까지 동원했다. 협심증과 혈압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한 사우스웨일스 광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의 엉뚱한 효과가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이 남은 약을 돌려주기 싫어했다고 한다.

러시아 제국의 몰락에 기여한 요승 라스푸틴이 차르 니콜라이 2세의 신임을 얻게 된 데 아스피린이 한몫했다. 당시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하지만 피를 묽게 하는 아스피린은 혈우병 환자에게 독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 부작용이 아직 밝혀지기 전이었다. 혈우병 환자인 러시아 황태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며 병이 더욱 악화되자 라스푸틴이 황태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선다. 아스피린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복용을 중단하자마자 황태자의 혈우병 증상이 나아지면서 라스푸틴은 러시아 황실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밖에 디곡신과 반 고흐, 웃음 가스 아산화질소, 와파린과 스탈린 독살설 등 다양한 종류의 약과 이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각 장의 뒷부분에 '약국 밖의 레시피'도 상식으로 알고 있을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약을 두 배로 먹으면 효과도 두 배일까? 그렇지 않다. 유효량보다 더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식 하나 더. 고양이를 한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꼭 알아둬야 한다. 탈모제 미녹시딜과 접촉한 고양이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폐부종 때문이다.


인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질병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새로운 바이러스, 세균이 더 강한 모습을 드러내면 낼수록 신약 개발을 위한 과학자들 개개인의 실패와 성공담은 세계사에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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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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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십 년 넘게 나 자신과 지내다 보니 내가 하나의 특기 정도는 있다는 걸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특기는 바로 '환승'이다. 어디서 어디로부터,라고 한다면 바로 이름들이다. (p. 44)'

그 특기를 한껏 발휘한 작가는 난희, 경아, 경희, 서아, 윤재, 프란디에, 안드레아... 스무 개도 넘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의 이름에 고정된 삶이 아닌 여러 이름으로 환승한 결과는 어땠을까? 덜 무료했고 인생의 무게도 가벼워졌고 무엇보다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고 작가 한정현은 말한다.


'환승하는 삶, 환승할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감각을 깨운 건 텔레마케터의 이 한마디
'"그냥, 그냥 좀 들어주시면 안 돼요?" (p. 16)'였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직업을 바꾸며 제가 일했는지, 고객님은 아세요? 그냥 잠시라도 듣고 그렇게 끊으시면 안 되는 거였어요?" (p. 17)'
환승이 작가 자신의 특기였음에도 무수한 자신의 환승 경험을 잊었었고, 전화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물론 작가 주변인들의 환승에도 무심했었다.


작가 한정현에 이르기까지 환승을 거듭한 이야기들, 아버지와 어머니, 작가의 연애담, 해외 생활 등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환승 인간>, 이젠 우리가 책을 덮지 말고 작가의 환승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그리고 나의 환승 이야기도 해 보고...

한정현은 일곱 살에 읽은 작가 인생 최초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시작으로 볼라뇨, 나보코보, 맬컴 라우이, 찰스 부코스키, 이성욱, (등단하려면 좋아하지 말라던 말을 뿌리치고) 배수아까지 수많은 책을 읽었다. 아빠의 시네필적 취향 때문에 방안에 명작 비디오가 굴러다닌 계기로 그래서 영화가 생활 같은 것이 돼버려 많은 영화를 봤다.

결국 소설과 영화로 환승한 것이 작가로 환승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환승이었다. 또 환승하면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작가는 우리에게도 환승을 자신 있게 권한다.


주된 산업이 농업에서 다른 것들로 이동하면서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환승을 강요하는 사회가 됐다. 그럼에도 난 환승하려 하지 않았다. 환승해서 낯선 곳에 머무르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피하며 살아왔다. 입사해 환승하지 않고 종점까지 쭉 갔고, 남들에 비하면 이사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 앞에 놓인 걸림돌은 치우는 한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눌러 앉은 쪽을 택했다.

그런데 그런 환승하지 않은 삶에 문제가 생겼다. 인생의 절반을 훨씬 넘어선 나이에 그걸 알았다. 환승하지 않아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특히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도 못했는데 환승역을 수차례 지나쳤다. 많을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양한 삶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놓쳤다.

'좋아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환승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좋아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살아지는 삶도 있다. (p. 19)'
물론 이런 리스크도 있다. 그래도 한정현 작가의 환승 권유에 내가 동참하는 이유는 이렇다. 니체가 제시한 '위버멘쉬'. 죽은 후 어떤 세상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위버멘쉬해야 할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조건의 삶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몰랐던 시절의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외모'로 한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해내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 마음과 같은 거였다. (p. 300)'

환승 인간이 위버멘쉬다. 위버멘쉬 인간에게만 '아름답다'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다. 위버멘쉬, 즉 환승하는 인간이 다다르는 종점은... "환승하세요. 자기 자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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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 자연계 4대 힘을 쥐락펴락한 과학자들의 짜릿한 우주 정복기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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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온갖 물체를 만들어내고, 부수고, 움직이고, 다른 물체로 바꾸는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네 가지인데, 이 힘들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p. 4)'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은 그만이 가진 입담으로 자연계가 움직이는 '4대 힘(Force)', 그 세계로 초대하는 이야기다. 쉽고 재밌어 과알못도 거부감 없이 읽을 정도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이 네 가지 힘을 이해하도록 과학적 지식을 설명함과 동시에 4대 힘에 대한 연구성과로 세상의 진보에 앞장선 과학자, 그렇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덟 명의 삶을 소개한다. 책 제목의 '용사들'은 이들을 가리킨다. '용사'란 단어가 남성에게 어울린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덟 명은 모두 사회적 편견과 불리함을 딛고 자신의 일을 해낸 여성 과학자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의 별과 해, 그리고 달을 신비한 물체라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뉴턴의 중력이론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샤틀레 후작부인은 중력과 그 계산법을 소개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프랑스어로 쉽게 번역 해설해 프랑스와 유럽에 뉴턴 과학을 퍼뜨렸다. 과학적 충격을 완화해서 알림으로써 세상을 탐구하는 데 중력을 이용하도록 했다.

영화 <히드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 '인간 컴퓨터' 캐서린 존슨은 흑인 여성이라는 이중 핸디캡을 극복했다. 그는 NASA에서 천재적 계산능력을 발휘해 중력을 거스르는 미국 최초 유인 우주 비행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영화배우 헤디 라마를 영화 <삼손과 데릴라> 여주인공으로만 기억하기쉽다. 하지만 그는 주파수 여러 개를 건너뛰며 사용하는 '주파수 도약'이라는 방식을 발명한 통신공학자이기도 하다. 이후 이 아이디어는 IT 기술의 추축을 마련했다.

아인슈타인이 핵폭탄을 만들었다고 알고있지만 과장된 소문일뿐이다. 원자 속의 핵이 쪼개지는 '핵분열' 현상, 핵폭탄의 원리인 핵분열 반응의 위력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계산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과학자 리제 마이트너다. 마이트너 스스로는 꺼림칙하게 여겼지만 '원자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의 현상을 너무나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는 책이다. 과학 교과서를 이렇게 만들 순 없을까? 그랬으면 과학도 흥미로운 과목이됐을텐데 말이다. 과학이 발전하는 데 과학자들의 우여곡절 한 삶이 있었고, 이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과학은 남일이 아닌 게 된다. 과학은 우리와 밀접하고 친근한 생활 속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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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 - 최소 지식으로 최대 아이디어를 만드는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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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학에 흥미가 없었을까? 수학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를 해서였다. 문제를 가장 빠르게 푸는 단 하나의 방법을 찾아 익히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경험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계산'이란 방법만으로 수학 문제를 풀려고 했다.

유클리드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십진법을 쓰지 않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할 때도 계산이 아닌 '닮음'을 활용해 기하학적인 증명을 했다. 계산보다 상상을 더 잘해야 했다. 상상하는 과정을 시간 낭비라고 여긴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공부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경험하는 수학의 재미를 빼앗아버렸다.

'선행학습은 교육과정보다 앞서서 개념이나 공식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개념이나 공식으로 문제에 쉽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경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p. 217)'


인류 최초의 수학은 어떤 것이었을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어떤 수학을 공부했을까? 답은 바로 유클리드기하학이다.

'고대 그리스 수학인 유클리드기하학은 닮음과 합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
탈레스가 이집트에서 닮음과 비례를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계산했다고 합니다. 유클리드기하학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대표적인 일화네요. (p. 67)'

저자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이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이 인류 최초의 수학 푸는 모습을 상상했다. 유클리드기하학 문제 중 아이디어가 있는 문제 1,000개를 풀어보고 300개를 추린 다음, 특별한 수인 153 (1의 3승+5의 3승+3의 3승)개 문제를 선별해서 이 책에 실었다.

평면기하학만 다뤘고 초등학교 4학년 수준만 돼도 이 책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기에 호기롭게 덤벼들었다가 당황했지만,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풀면 (몇 문제 풀면서 흥미가 생겼기 때문에) 나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클리드기하학의 최소한의 지식과 유클리드식 사고법, 그리고 일곱 가지 문제 해결 기술을 알려준다.

동위각, 맞꼭지각, 엇각은 같다는 공리, 닮음과 합동, 그리고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인 피타고라스의 정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4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까지... 수학 용어들은 학창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놓는다.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뭘까?
'사회에 나와서 수학은 절대 써먹을 일이 없다'라고 수포자들은 흔히 말한다. 이 말은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가 생각나게 한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문제해결능력은 키우는 것이고, 그 방법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찾아 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보는 것뿐이다.

다만 학창 시절엔 시험을 대비하느라 여러 갈래의 길을 가보지 못했고, 지름길 한 가지만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수학 무용론을 펼친다. 자~ 이제라도 내 머릿속의 다양한 사고능력을 꺼내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유클리드 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를 펼쳐 보시길...

'지식은 눈에 보이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해결능력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문제해결능력도 경험을 통하여 쌓고 키워가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워보면 좋겠습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입니다. 수학 지식이나 개념도 필요하지만 그런 지식과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이 책으로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키워보면 좋겠습니다. (p. 343, 344)'

덧) 소설이나 에세이 읽듯 단숨에 읽는 책이 아니다. 153개 문제 중 하나씩 하나씩 초콜릿 빼먹는 꺼내 풀어보면 즐거움이 된다.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으니 못 풀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언젠가 생각나겠지. 걷다가, 지하철 안에서, 밥 먹다가... 깨달음, 그 순간의 쾌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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