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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정치철학사라니. 일반 철학사는 종종 보지만 정치철학사는 다소 생소하다. 제목 그대로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이다. 정치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그레임 개러드와 제임스 버나드 머피는 철학자들이 갖고 있는 정치에 관한 이론을 중점적으로 해석하며 과연 어떤 정치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에는 고대, 중세, 근대 세 부류로 나뉘어 30명의 철학자들의 정치철학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의 공자부터 다소 생소한 현대의 아르네 네스까지 현인들이 생각하는 정치철학을 배울 수 있다. 먼저 처음 소개되는 철학자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공자이다. 공자가 주장한 군자와 성인의 차이점, 그리고 인과 덕으로 정치를 해야 함을 강조한 공자의 철학이 소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공자의 윤리와의 비교 대상이 서양의 예수의 윤리와 가깝다는 작가의 시점이다. '행동'보다 '존재' '인격'에 더 우위를 두는 공자의 철학이 예수의 철학과 유사하다고 하는 점은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
우리는 이 책에서 페미니즘의 선구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를 만나볼 수 있다. 페미니즘이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었는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페미니즘은 프랑스혁명이다. 루이 16세가 단두대 앞에서 사라지고 프랑스가 혁명의 물결로 들끓을 때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또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주장한다. 페미니즘의 슬로건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뜻이 이 때에도 이미 존재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적 권리를 주장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주장은 그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인 운동이었다.

책에 소개된 철학자들 중 가장 인상깊은 철학자를 꼽으라면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이자 녹색당 운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르네 네스이다. 자연 전체의 공통선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장한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인 아르네 네스는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체에게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생물체의 살 권리를 위해 세계화, 관광업, 세계시민주의를 반대한 그의 가르침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현대와 역행하는 철학이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권리, 인간에 한정지어 철학을 논한다면 아르네 네스는 인간 외에 모든 자연을 하나의 사회로 보고 모두의 권리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환경파괴가 심해지는 요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는 많은 정치철학자의 철학을 소개하다보니 핵심만을 간추려 말해준다. 동,서양의 철학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내린 정치철학이 그 당시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리고 지금 그들의 철학이 현재에도 적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이다. 공자의 철학을 존종하지만 '인'과 '덕'을 강조한 공자의 철학대로 다스려지지 않는 중국의 예만 해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