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 외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은 마흔을 통과하며 나를 지배하는 물음이다. 주변에서 나이값을 하라는 둥, 나이에 맞지 않게 미성숙한 나의 모습은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질문과 일치했고 그 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물음에 답하는 책이 아니였다. 이 책은 내 개인적인 답보다는 이 사회의 구조에서 답을 찾아가는 책이였다. 우리가 어른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의 원인을 "잘못된 권위"라고 말하며 올바른 권위가 필요함을 말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의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임상 심리학자로 한국에서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만성화된 번아웃, 육아의 질 저하, 갈수록 후퇴하는 정치 등 왜 기술은 발전하지만 삶은 개선되지 않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바로 우리 안에 잘못된 권위가 있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내게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고심했지만 부모로서 저자가 진단한 <집단으로서의 부모>의 내용을 위주로 이 책을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정치, 여성, 가정, 육아 등 각 키워드에 맞추어 현상을 설명해간다. 그 중 부모의 입장으로서 읽는 저자의 내용은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뒤집는다. 먼저 저자는 아동심리학자들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교육시스템을 꼬집는다. 먼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가 있다. 많은 육아 프로그램에서 부모가 할 수 없었던 아이의 행동 교정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와의 상담은 몇 달 후에나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는 이 현상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바로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임상학자에게 넘겨버리는 현상이 바로 잘못된 권위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자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새로운 권위자가 된다.

학교와 교사는 물론 부모까지도 자신들의 권위를 순순히 넘겨준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의 이런 말은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나 역시 첫째 아이의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상담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더욱 의아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저자는 나의 놀라움에 더 한 발 앞서간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아예 또는 거의 요구하지 않는 일명 '칭찬 육아'는 사실 육아라고 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육아 방식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아이가 나중에 커서 더 큰 문제를 겪을 확률을 높인다.

육아란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상담선생님과 이야기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대답은 바로 '칭찬'을 해 달라는 것이였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칭찬을 해 주라는 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칭찬이 아닌 올바른 훈육의 부재야말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야기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부모 또는 심리학자에게 치중된 피라미드 권위를 수평적 권위로 바꾸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수평적 권위를 강조하며 저자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을 인용한다. 바로 위로 치중된 권위를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심리학자등 집단으로서 육아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의 어릴 적 경험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어린시절 내가 완전한 왼손잡이였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이 나를 윗집 어른께 맡겼을 때 나의 왼손잡이를 보시고 오른손잡이 교육을 시켜주셨다고 알려주셨다. 물론 왼손잡이가 잘못이라기보다 자신의 아이마냥 가르치고 돌보아주셨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부모에게만 치중된 육아로 이러한 집단으로서의 육아는 기대하기 힘들다. 저자는 집단, 모두 함께 의논하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수평적 권위가 주어질 때 아이들이 바로 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수평적 권위는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적 권위또한 남자에게만 치중된 일방적인 권위가 많은 고통을 발생시켰다. 회사에서도 피라밋형 구조는 불투명성, 불공정의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수평적 권위를 확보함으로 투명성과 양방소통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한 쪽으로만 치우친 권위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게 하고 번아웃, 외로움의 원인이 되었다.

피라밋형에서 수평적인 위치에서 올바른 권위를 확립할 것을 주장하는 저자의 글은 이 사회에서 특히 정치와 육아적인 부분에서 공감을 주게 한다. 대통령과 국회, 법원등에 치중된 구조에서 함께 나아가는 숙의 민주주의와 집단으로 아이를 돌보는 구조가 이루어진다면 지금처럼 무기력한 사회를 막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