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중한 사람에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을 하자면 전이수 작가를 잘 알지 못했다. 그가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 출연했다는 사실도, 그리고 어린 나이에 이미 다섯 권의 책을 출간한 동화작가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나의 무지 속에 시작된 이 작은 그림책 《소중한 사람에게》는 마흔이 넘은 아줌마를 울리게 될 줄 전혀 알지 못했다.

형제 중 첫째이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글을 자라는 저자의 작품은 집 제주도의 자연 그대로의 삶의 행복을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행복이 드러난다. 이수 군이 그린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계문명이 없다. 기타, 의자, 목공, 축구, 철봉, 그네 등 집 안에서, 또는 바깥에서 즐기는 외부 활동 그 자체이다. 단순하지만 소박하고 탐내지 않으며 그 자체로 만족하는 그림 속에 아이의 순수함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현재 만족하는 이에게 불평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전이수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듬뿍 드러난다. 하늘이 있어, 바람이 있어, 꽃이 있어, 소나기가 있어 행복함을 표현하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이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그 행복 때문일까? 전이수 작가의 그림은 밝은 색깔의 그림들이 많다.

어른으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그림은 핸드폰의 영상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 얼굴이였다. 기쁨도, 슬픔도, 어느 감정도 없이 멍하니 앞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눈망울을 외로워 보인다고 말한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두 아이들에게 핸드폰 또는 텔레비전을 보여주는 나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 또한 이 그림 속의 아이들처럼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었을까?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슬픈 눈망울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동안 아이들도 이 그림처럼 외로워하고 있었을까?
왜 나는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 아이의 그림이 하루 종일 내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이수 작가의 동물 그림들은 자연에서 자란 어린이가 자신의 놀이터인 자연이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훼손되어 가는 아픔이 드러난다. 모든 것이 그의 놀이터이자 소중한 공간이 이수 작가에게 쓰레기가 점점 쌓이는 제주도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만큼 아파하며 제발 소중히 다뤄달라고 울부짖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어른들은 편의와 욕심을 위해 이 소중한 공간을 훼손할 권리가 있을까? 미래의 어른인 아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어느 노력도 하지 않으며 지금의 편리함만 생각하는 어른들의 이기심은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내 귀에 소리가 들린다.
바다가 슬퍼서 울고 있다.
새들이 서러워 울고 있다.
당신에겐 들리지 않나요.

이수 작가의 글과 그림은 한없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 속에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은 깊고 크다.
작가가 보는 세상의 눈은 약자들을 향해 있다. 코로나 속에서도 위험한 바깥에서 폐지로 가득한 수레를 힘겹게 밀고 가는 할아버지, 노키즈존으로 점점 소외되어 가는 아이들, 스스로 소중한 자연을 훼손하는 어른들 속에 눈이 멀어가는 북극 곰과 자연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어른들에게 호소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당연한 그들의 권리인 것을 왜 우리는 이 어린이가 부탁하게까지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에 할 말을 잃게 한다.
균형을 이루며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원하는 그의 글과 그림 속에 내가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또 다시 찾게된다. 비록 나 혼자는 힘이 약하지만 너희들이 자라갈 사회가 조금이나마 따뜻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수 작가와 그녀의 세 동생들, 그리고 내 두 아이들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온기를 더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