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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8년 7월
평점 :
인간에게 삶이 여러 번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건 과연 축복인 걸까?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생을 연장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까?
<모든 저녁이 저물 때>는 1,2차 세계대전 후를 겪고 있는 격동의 세월을 살고 있는 한 인간의 네 번의 죽음과 회생을 통해 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간의 생을 비추어준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다."
첫 서두부터 이 책은 결코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을 말해준다.
처음부터 저자는 갓난 아기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단지 이 죽음이 아기의 생명만앗아간 것이 아님을 말한다. 아기의 생과 미래,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가정과 또다시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렇게 죽은 아이를 저자는 막간극을 통해 살려낸다. 만약 한 줌의 눈을 퍼다가 아기의 옷 속으로 밀어 넣었더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아기의 멈췄던 심장은 뛰게 되고 아기는 걸음마를 배우고 동생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관리하는 기차를 타고 간다.
하지만 그 죽었던 아이가 살아났지만 우리가 동화책에서 말하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외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때는 1,2차 세계대전 전후.. 아버지는 여전히 승진하지 못하고 있으며 긴 전쟁으로 인해 국가의 영토는 줄어들고 엄마와 여동생은 배급을 받기 위해 서로 교대를 하며 긴 줄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굶주림과 싸워야 하고 죽음만도 못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죽는 것보다 살아남기가 더 어려운 사회..
전쟁 전후의 그들의 삶은 결코 죽음보다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못한 삶이 되었음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서의 다섯 번의 죽음을 막간극을 통해서 살려낸다.
하지만 한 인간의 생이 역사의 회오리 속에 있을 때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저자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전쟁 전후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념의 충돌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그 역사가 한 인간을,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저자는 그려나간다.
결코 해피엔딩인 삶을 살 수 없는 이 시대.. 우리의 현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서 저자는 왜 한 생명에게 네 번의 회생을 허락했을까?
살아있는 게 더 고통스러운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투쟁이고 삶이야말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일텐데..
저자는 누군가의 생이 끝난다고 해도 또 다른 삶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섯 번의 죽음, 네 번의 부활 끝에 그녀는 요양원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지만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그녀의 죽음 후 그녀의 아들과 가족들은 또 다른 그들만의 생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배수아 작가의 번역 작업이 결코수월하지 않았을 듯 싶다. 그동안 읽어 보았던 소설의 통념을 부수면서 한 인간이이 격동의 세월을 살아나가면서 어떻게 변모되는지 담담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결코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 사회와 나, 그리고 내 주변의 삶들에 대해돌아보게 되었다.
다음에 조금 더 유럽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이 책을 본다면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