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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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각자 말캉한 부분들이 있다. 치부 라기엔 사소하지만, 그 당사자는 나름 자신을 소개할때 스윽 빼고싶은 그런 약점같은 말캉한 부분. 이 책은 9명의 글쓰는 문학/비문학인이 제목대로 자신의 ‘복숭아‘ 같은 말캉한 컴플렉스를 허심탄회하고도 경쾌하게 털어놓는 에세이 앤솔로지다.

이 책은 매우 손에 잘 붙었고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가 배시시 흘러나왔다. 특히 내가 작가진 중 절반의 이전 책들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고 진중한 직업인들인지 를 먼저 안 뒤 이 책을 접해서 일것같다.

누가 알았겠는가. <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에서 생사를 다투는 병원에서 사람살리는 치열함을 보여준 이국종 교수님 뺨치는 카리스마의 남궁인 의사선생님이 미 이상은 안올라가는 음치였단걸.
<식물의책> 으로 우리에게 도시에 있는 식물의 생각해보지 못한 면을 알려준, 말투만으론 차분하고 세심 그자체일것같던 식물세밀화가 이소영님의 성격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거라는걸. 그리고 그분의 최애는 클래식이 아닌 케이팝이라는 것조차!!

사실 나처럼 이전에 이 필진들의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어른이 된뒤에 정말 친한 죽마고우거나 가족아니면 안 할 썰들은 가득하다. 최지은님의 과자 (그것도 괴과자!) 사랑 연대기나 금정연님의 애증의 LG 야구팬덤같은. (특히 LG 얘기가 나온 구절에 내가 응원하는 프로게이머 이름을 넣어도 아무 어패가 없다는대서 주먹물고 울뻔했다)

사진처럼 자두나 말캉한 물복숭아를 한입 베어물고, 에이드나 맥주한캔 마시며 유쾌히 넘길 수 있는 9인9색 에세이. 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이 책. 강력추천!

* 이 서평은 북클럽문학동네에서 출간전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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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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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놀이터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현재 젊은 한국작가들이 자신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단편소설 7편을 쓴걸 모은 앤솔로지.

언제부턴가 같은 주제를 다른 작가들이 가지고 쓴 소설모음집을 즐기게 되었다. 그들의 관점, 주요 관심사, 주특기 장르의 서술방식에 따라 완전 다른 색의 7가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SF 작가 김초엽에게선 근 미래에 있을만한 실제 시체역을 하는 npc가 있는 초대형 규모의 방탈출게임 센터가 ‘놀이터‘ 이고, <복자에게> 로 절제된 인간간의 감정과 법정싸움을 보여준 김금희 작가의 ‘첫눈으로‘ 에서의 놀이터는 방송 예능국이다.

일단 작가의 성향에 따라 놀이터 배경이 다른것도 흥미로웠고 이야기 속에서 ‘놀이‘ 가 더 비중을 가지는지, 놀이터 속 ‘노동‘ 이 더 비중을 가지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제일 코드가 맞는다 생각하며 읽은 단편은 편혜영 작가님의 ˝우리가 가는곳˝.
아무래도 다음 소설은 편혜영님의 <어쩌면 스무번> 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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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 거야 - 잠시 멈춘 우리의 여행 이야기
김나영 외 지음 / 두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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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알라딘에서 책들을 검색하다가 파도를 타고 알게되었다. 판데믹의 한가운데서 이전 여행을 회고하는 책인게 왠지 매력적인 제목에서 느껴져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있다가, 휴가를 앞두고 제일 중요한 준비물인 책을 고르러 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뙇! 하고 만났다. 인연이로구나! 하고 빌려서, 휴가떠나기전에 다 읽어버렸다.

여행 에세이는 많고도 많지만 이 책이 특별한 건 10명의 여행 에세이 작가들이 쓴 글을 모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보통 에세이들이 1) 특정 한 나라, 혹은 대륙에 관련된 내용 혹은 2) 한 작가의 다양한 나라에서의 여행내용 모음 인것과 완전 다른,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이 책의 한 꼭지는 보통 사진포함 3-5 페이지인데, 한 작가의 글에서 다른 작가의 글로 넘어갈때 국경도 넘어간다. 덕분에 그야말로 ˝책장 넘겨서 세계 속으로˝ 가 된다. 코사무이에 갔다가 다음 꼭지에선 오키나와로, 그 다음 꼭지에선 리스본으로. 여행 에세이를 아직은 선호 혹은 신뢰하지 않는 나같은 까칠독자에겐 이렇게 다양한 나라 여행기를 다양한 톤의 목소리로 한권안에 들려볼 수 있는게 매우 매혹적이었다.

이 책 속 여행은 참 다양했다. 에어 비엔비에 머무는 여행도 있고, 호캉스같은 여행도 있다. 지도를 들고 해매며 현지인의 친절함을 경험한 아날로그 여행도 있고, 준비를 안하고 가 망친 여행도 있다. 20세에 혼자 인도로 떠난다고 여행가기 직전까지 아버지랑 싸우고 울며 간 밤의 인천공항이 잊혀지지 않는 여행도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모든 여행을 말하며 각 작가들은 독자에게 다정한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 다시 여행하게 될거라고. 어두운 시간을 조금 더 씩씩하게 한번 버텨보자고.

이 책, 좀 더 많은사람들이 알고 읽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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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가 많은 편지 총총 시리즈
슬릭.이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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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동안 2주에 한번씩, 아티스트 이랑과 슬릭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 그들은 반려묘에 대해, 대학시절에 대해, 페미니스트 명사로 사는 여러가지 의미에 대해, 타인의 시선에 대해, 임신공포증에 대해, 우울과 공황에 대해, 음악에 대해, 비거니즘에 대해, 넷플릭스 동물다큐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1년 속 사계절이 일상의 흐름처럼 담겨있어 슴슴하다가도 한번씩 그들의 뿌리깊은 죄책감, 우울, 고민에 닿는 지점이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처럼). 그리고 편지가 쌓일수록 두 사람은 서로의 불안과 슬픔을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위로한다. 답글로 쉽게 ˝그래도 괜찮을거야˝ 라고 하는것일텐데, 그들은 대신 그 상황속에 있는 상대방의 감정에 들어가 살다 온다. 혹은 유사 경험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쉽지않음을, 어려움의 무게를 함께 공감하며 서로의 무사함을 빈다. 그리고 각자의 장기(?) 를 교환하며 함께있자고 손을 내민다. (예: 슬릭의 장기는 사주팔자 풀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편지는 존댓말이지만, 친근성은 떨어지지 않는것도 안상적이었다. 예의의 선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친밀해질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톤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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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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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다! 올해 초부터 쥐고있었으니 약 6-7 개월에 걸쳐 읽은 셈이다. 페이커 선수가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 인내심을 여러번 발휘해서 완독하지 못했을 무거운 책을 끝내서 성취감이 든다.

하지만 마냥 기쁠수도 없다.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을 박멸하겠다고 무식하게 DDT 를 공중에서 뿌려 그야말로 생태계를 파괴한 60년대의 인간의 무지와 무심함이,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계속되어와 우리는 여전히 ‘침묵의 봄‘ 을 맞이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워낙 유명한 생태학계의 고전이라 다 알고있을 것이다. 60년대 유행했던 DDT 의 무차별적 사용으로 인해 미국의 산, 들, 강, 인간 거주지역의 생명들이 죽거나 큰 유전적 질병을 얻게되었다는점. 그래서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 대신 더 안전하고 자연의 순리에 맞는 대안적 방제법을 찾아야 한다 가 이 책의 메세지이다. 50여년전 책이고 이미 다른 과학서적이나 강연에서도 많이 인용되었는데 꼭 이걸 읽어야 할까? 나의 대답은 ˝그럴 가치가 있다˝ 이다.

그 이유는 저자인 레이첼 칼슨이 이 메세지를 설파하기위해 쓴 말투에 있다. 그녀는 과학교양서적에서 흔하지 않은 화법을 쓰는데, 바로 동화나 우화를 말하듯이 자신이 연구하고 알아낸 바를 한개의 이야기처럼 쭈욱 말한다. 챕터는 총 17개로 나눠져 있는데 1 은 개괄적인 이야기, 2-3 은 DDT 라는 빌런에 대한 (화학적) 묘사, 그리고 4-10 는 아주 구체적이게 빌런이 땅, 물, 새, 물고기, 가축, 인간을 죽이는지 고통스러울정도로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 뒤에 11-16 에선 그대로 방관할 경우 인간에게 역습해올 비극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17 에선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미미하지만 생태친화적이게 해충을 처리하려는 연구소들의 연구에 대해 알려준다.

동화로 따지자면 잔혹동화. 장르는 호러. 알다시피 사람죽는 스릴러도 못보는 내게 새 한마리가 어떻게 떼죽음을 당하는지 눈에 보일만큼 선명히 5챕터 연속으로 보여주는데, 이야기 자체는 이미 아는거라 정서적으로 괴롭기만 했다. 하지만 11챕터부터 이게 비단 야생의 생태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데서부터 집중이 잘 되었다. 그리고 칼슨이 느릿하지만 분명하고 우직한 어조로 경고하고 예언한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린데서 오는 대가˝ 를 현재 실시간으로 우리가 겪고있다는걸 깨닫는 순간 더이상 이 책을 지겨워 할 수 없었다. 칼슨이 걱정한 곤충들의 내성, 외래종자들의 생태파괴 등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이 책을 내려고 할 때 칼슨은 많은 거대 화학기업과 대기업, 정부의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엔 유치하게 칼슨의 성별과 학벌을 들먹이는것도 있었다. 그 모든걸 이기고 세상에 이 책을 내 준 칼슨이 고맙다. 동시에 우려한 상황이 일어나 많이 망가진 지구의 소식을 전하게되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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