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다! 올해 초부터 쥐고있었으니 약 6-7 개월에 걸쳐 읽은 셈이다. 페이커 선수가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 인내심을 여러번 발휘해서 완독하지 못했을 무거운 책을 끝내서 성취감이 든다.

하지만 마냥 기쁠수도 없다.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을 박멸하겠다고 무식하게 DDT 를 공중에서 뿌려 그야말로 생태계를 파괴한 60년대의 인간의 무지와 무심함이,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계속되어와 우리는 여전히 ‘침묵의 봄‘ 을 맞이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워낙 유명한 생태학계의 고전이라 다 알고있을 것이다. 60년대 유행했던 DDT 의 무차별적 사용으로 인해 미국의 산, 들, 강, 인간 거주지역의 생명들이 죽거나 큰 유전적 질병을 얻게되었다는점. 그래서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 대신 더 안전하고 자연의 순리에 맞는 대안적 방제법을 찾아야 한다 가 이 책의 메세지이다. 50여년전 책이고 이미 다른 과학서적이나 강연에서도 많이 인용되었는데 꼭 이걸 읽어야 할까? 나의 대답은 ˝그럴 가치가 있다˝ 이다.

그 이유는 저자인 레이첼 칼슨이 이 메세지를 설파하기위해 쓴 말투에 있다. 그녀는 과학교양서적에서 흔하지 않은 화법을 쓰는데, 바로 동화나 우화를 말하듯이 자신이 연구하고 알아낸 바를 한개의 이야기처럼 쭈욱 말한다. 챕터는 총 17개로 나눠져 있는데 1 은 개괄적인 이야기, 2-3 은 DDT 라는 빌런에 대한 (화학적) 묘사, 그리고 4-10 는 아주 구체적이게 빌런이 땅, 물, 새, 물고기, 가축, 인간을 죽이는지 고통스러울정도로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 뒤에 11-16 에선 그대로 방관할 경우 인간에게 역습해올 비극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17 에선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미미하지만 생태친화적이게 해충을 처리하려는 연구소들의 연구에 대해 알려준다.

동화로 따지자면 잔혹동화. 장르는 호러. 알다시피 사람죽는 스릴러도 못보는 내게 새 한마리가 어떻게 떼죽음을 당하는지 눈에 보일만큼 선명히 5챕터 연속으로 보여주는데, 이야기 자체는 이미 아는거라 정서적으로 괴롭기만 했다. 하지만 11챕터부터 이게 비단 야생의 생태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데서부터 집중이 잘 되었다. 그리고 칼슨이 느릿하지만 분명하고 우직한 어조로 경고하고 예언한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린데서 오는 대가˝ 를 현재 실시간으로 우리가 겪고있다는걸 깨닫는 순간 더이상 이 책을 지겨워 할 수 없었다. 칼슨이 걱정한 곤충들의 내성, 외래종자들의 생태파괴 등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이 책을 내려고 할 때 칼슨은 많은 거대 화학기업과 대기업, 정부의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엔 유치하게 칼슨의 성별과 학벌을 들먹이는것도 있었다. 그 모든걸 이기고 세상에 이 책을 내 준 칼슨이 고맙다. 동시에 우려한 상황이 일어나 많이 망가진 지구의 소식을 전하게되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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