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반차쓰고 간만에 놀러간 맛집에서 낮술 한잔하는 기분같은 책.
소설 속 주인공 쇼코의 직업은 ‘지킴이‘. 밤새 내가 필요함 누군가 (혹은 동물) 와 같이 있어주는 직업이다. 그녀의 유일한 작은 취미는 일을 마치고 퇴근 후 이른점심에 낮술을 한잔하며 맛있는 한끼를 먹는 것. 이 책에서 쇼코가 실패없을 한끼를 위해 메뉴와 가게를 선택하는 모습, 그리고 가게 분위기, 점원들, 음식의 맛을 묘사하는 방식은 구체적이고 맛깔난다. 만약 드라마/만화 <고독한 미식가> 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두 작품의 색채가 유사하다.
<고독한 미식가> 와 다른 점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고로 씨와 달리 쇼코는 애주가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쇼코의 사연이 각 챕터마다 조금씩 소개된다는 점이다. 쇼코는 젊을때 속도위반 결혼을 하고 시댁 분위기와 잘 맞지않아 딸을 두고 나온 30대초반 돌싱녀다. 그래서 그녀의 낮술은 때론 도피성을 띄고 때론 회한을 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자기연민이나 후회에 빠지지 않는다. 이 점이 내가 <낮술> 을 좋아하는 지점 같다. 그녀는 전남편이나 딸생각에 마음이 가라앉을때 더 열심히 먹는다. 잘 먹고 힘내서 잘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쇼코옆엔 그녀를 실질적이고 정서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먹는 몇번의 낮술얘기는 정겹다. (전남편 챕터도 몇개 있지만 스포안하겠음)
이 소설은 시리즈가 있어도 좋겠다 싶을정도로 쇼코라는 인물에 호감이 많이갔다. 나의 최선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진 못한다. 하지만 과거에 둘건 두고 지금 일과 관계에 충실하며 주도권을 쉽사리 남에게 주지않는 삶. 그런 삶은 하고 사는 일의 크기, 혹은 봉급과 상관없이 멋진삶이라 생각한다. 쇼코의 멋진삶과 음식이야기로 가볍고 빠르게, 그리고 왠지 배고프게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