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지내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아직도 매일 매일 일어나니.
아무에게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은하루에 축복을 보내니. 누구에게도선의를 표하지 않은 하루에 경의를 보내니.
모르는 사건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듯한 기분으로 지금도살고 있니

아직도, 
아직도 무서웠던 것을 무서워하니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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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순해진다. 순한 노인이 된다. 스무살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을 겪어도 순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도 그 기도는 끝나지 않았다. 내 꿈은 순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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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면 마냥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하루 24시간 웃음만 나올 리도, 꽃길만 걷는 기분일 리도 없다. 뭘 어떻게 해도 사는 건 힘들다. 그걸로 먹고 사는 건 더 힘들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어차피 힘들 거라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힘든 쪽이 아닌 쪽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는 낫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내가 좋아 - P28

우리가 힘을 내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누가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 같은 건 없다. 굳이 이유를 들어야 한다면, 그냥 중력 때문이라고 하자. 그저 땅에 두 발로 딱 버티고 살기 위해서란 얘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 P54

우리가 이 일상을 정성 들여, 바르게 살아간다고 해서 이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라질 수 없는 곳이기에, 거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역시 이 일상을 정성 들여,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외부 세계에 눈을 감거나 귀를 막고 자신만의 성을 높이 쌓아올리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그건 어쩌면 사막에 풀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지도모른다. 아무 소용도 없고 결실을 맺게 될지 아닐지 모를 일.
그런다고 세상이 털끝 하나 달라질 것 같으냐는 소리나 듣기 딱 좋은 일, 하지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에서도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나는 그런 것이 좋다. 언제나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싶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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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반차쓰고 간만에 놀러간 맛집에서 낮술 한잔하는 기분같은 책.

소설 속 주인공 쇼코의 직업은 ‘지킴이‘. 밤새 내가 필요함 누군가 (혹은 동물) 와 같이 있어주는 직업이다. 그녀의 유일한 작은 취미는 일을 마치고 퇴근 후 이른점심에 낮술을 한잔하며 맛있는 한끼를 먹는 것. 이 책에서 쇼코가 실패없을 한끼를 위해 메뉴와 가게를 선택하는 모습, 그리고 가게 분위기, 점원들, 음식의 맛을 묘사하는 방식은 구체적이고 맛깔난다. 만약 드라마/만화 <고독한 미식가> 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두 작품의 색채가 유사하다.

<고독한 미식가> 와 다른 점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고로 씨와 달리 쇼코는 애주가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쇼코의 사연이 각 챕터마다 조금씩 소개된다는 점이다. 쇼코는 젊을때 속도위반 결혼을 하고 시댁 분위기와 잘 맞지않아 딸을 두고 나온 30대초반 돌싱녀다. 그래서 그녀의 낮술은 때론 도피성을 띄고 때론 회한을 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자기연민이나 후회에 빠지지 않는다. 이 점이 내가 <낮술> 을 좋아하는 지점 같다. 그녀는 전남편이나 딸생각에 마음이 가라앉을때 더 열심히 먹는다. 잘 먹고 힘내서 잘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쇼코옆엔 그녀를 실질적이고 정서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먹는 몇번의 낮술얘기는 정겹다. (전남편 챕터도 몇개 있지만 스포안하겠음)

이 소설은 시리즈가 있어도 좋겠다 싶을정도로 쇼코라는 인물에 호감이 많이갔다. 나의 최선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진 못한다. 하지만 과거에 둘건 두고 지금 일과 관계에 충실하며 주도권을 쉽사리 남에게 주지않는 삶. 그런 삶은 하고 사는 일의 크기, 혹은 봉급과 상관없이 멋진삶이라 생각한다. 쇼코의 멋진삶과 음식이야기로 가볍고 빠르게, 그리고 왠지 배고프게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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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밤 시간동안을 함께해주는 지킴이인 쇼코의 <고독한 미식가> 알콜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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