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를 찾아서 - 한스 로슬링 자서전
한스 로슬링.파니 헤르게스탐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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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기_2021 #책170번

170. 팩트풀니스를 찾아서 (한스 로슬링과 파니 헤르게스탐, 2017; 한국어 번역본 2021)

짧은평: 슈퍼히어로 영화 세계관 언어를 빌려 말하자면 ˝<팩트풀니스> 더 비기닝˝ 같은 책. <팩트풀니스>를 좋아한 사람에겐 이 논리정립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풍부해 좋을 책. 그리고 <팩트풀니스> 를 싫어한 사람에겐 로슬링이 왜 그리 성급하고 과격할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수 있게 도와줄 책.

<팩트풀니스> 는 내게 의미가 깊은 책이다. 내가 두번째로 페이커를 따라 읽은 책이기도 하고, 페책대 계정을 시작하게 만든 책이기도 해서다. 각종 보건통계와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책이기에 ˝페이커가 읽고 추천한 책˝ 이 아니었다면 내가 스스로 읽었을 책이 아니었다. 하지만 명료하고 데이터로 뒷받침된 로슬링의 메세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오래된 선입관을 걷어내야 한다˝ 는 눈을 띄워줄만큼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페이커가 읽는 이러한, 내용이 참 좋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책들을 페이커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할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게 지금의 페책대 트위터와 하온북 인스타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팩트풀니스> 가 만장일치로 사랑받고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책인것도 알고있었다. 나처럼 충격과 감동을 받고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인터넷 서점이나 sns 서평에서 ˝논지가 겹치는데 내용을 늘린 것 같다˝ 혹은 ˝강한 주장에 데이터를 끼워맞춘 느낌˝ 이라는 평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호불호 강한 책과 아이디어의 발상지, 한스 로슬링 박사는 어떻게 팩트풀니스 라는 이론을 정립하고 세계에 강연을 다녔을까? <팩트풀니스를 찾아서> 는 그 질문의 답을 로슬링의 삶 회고록에서 찾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책을 <팩트풀니스> 를 좋아한 사람과 싫어한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 왜냐면 이 책을 읽으면 사실충실성과 그 안의 세부 논지들을 로슬링의 삶 속 사곤과 그의 성격 이라는 맥락 안에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궁금한것에 답을 얻을때까진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주변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스타일˝ (p.78) 이라고 했다.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 주장하는 통념과 다른 세계관이 찬반이 갈리는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로슬링의 조부모의 삶부터 시작해 스웨덴이 3대동안 달러스트리트 기준의 4단계를 거쳐온 것을 설명하고 (ch1), 그가 세계여행을 하고 젊은사절 신참의사일때 모잠비크에서 의료활동을 하며 경험으로 깨달은 선입견의 실체들을 보여준다. (ch2~3) 여기서 중요한건 로슬링 본인도 2,30대엔 이분법된 세계관과 서양 우월주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직접 목격한 소위 ˝개발도상국˝ 의 사람들의 높은 지식수준과 좋은 삶에 대한 갈구를 보고 겪으며 그 생각에서 벗어난 것이다.

참고로 난 로슬링이 ˝어떤˝ 병을 치료하고 조사하며 이러한 일들을 겪었는지는 쓰지 않았으니, 그건 꼭 책을 읽고 확인해 보았으면 한다. 로슬링과 이 글을 완성시켜준헤르게스탐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고,특히 그의 모잠비크와 콩고 이야기 (채터 3~4) 는 이국종의 <골든아워> 의 전염병 버전, 이른바 메디컬 미스터리 같은 박진감이 있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유행병은 전염인가? 원인이 뭔가? 카사바는 무슨 식물이지?˝ 같은 질문을 하며 페이지를 미친듯이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한 쾌감때문에 사실 팩트풀니스를 읽지않은이에게도 추천한다)

팩트풀니스를 인정하든 아니든, 그러한 생각을 하고 발전시킨이의 비하인드가 궁금하지 않은가? 세계를 누비며 최빈곤자부터 정부의 고위관리까지 사람을 가리지않고 만나고 존중하며, 그들과 살고 일하다 자신이 암으로 임종하기 며칠전까지 이 자서전과 팩트풀니스를 동시집필한 로슬링의 머리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지 않겠나? 일단 심심하진 않을것을 보장한다.

#팩트풀니스를찾아서 #팩트풀니스 #한스로슬링

*이 서평은 김영사에서 도서를 협찬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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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멀고,
사랑은 이르다.
겨울이 겨울다울 수 있는 건
함께 있지 않아서야 - P41

혼자서 빗속을 걷는다
비와 함께 걷는다
이 비를 기다렸다.
- P51

우리는 모두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걸음걸이를 가졌지
얼마나 각자가 위태로운지

나의 경우, 손을 최대한 부산스럽게 흔들어
발의 게으름을 위장하는 식이란다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발에게 들려주는 애원 - P143

책 속에서 출렁이는 물을 만났어 몰캉몰캉한 젤리들이눈 속으로 가득 쏟아졌어 이렇게 고요한 밤에 어떻게 나는 숨을 쉬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불 속에서 녹아내리는 몸줄곧 가지고 다닌 비밀과 질문 정말이라면 그것이 정말이라면 물은 까맣고 까만 것은 무한하기에…… - P182

어느 여름 오후

선생님이 사과 한 알을 교탁에 올려놓고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하셨을 때

소녀들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을생각하는
완벽한 방법을 알아낸다.

음악이 시작된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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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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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나는 애초에 내 인생을 눈치챘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을 떠들어댈 때에도 나는 믿지 않았다.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택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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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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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올해초 <시의 문장들> 에서 이 문장을 보고 느낀 강렬함을 기억한다. 최승자 시인님의 [삼십세] 라는 시 시작부분이다. 난 80년대 한국문학을 잘 알지 못하지만, 강렬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시를 써 스타 시인이었다는 말만 보도자료들을 통해 보았다. 이유는 몰랐지만 정신분열증을 오래 앓으셨다는 정도까지만 알았다.

그 최승자 시인님의 증보개정판 산문집이라니. 게다가 저 강렬한 담배피는 시인의 모습의 표지라니! 책을 안 읽을 도리가 없었다.

20대때부터 써내려간 시인님의 산문들엔 보통 그 나이때가 생각할 만큼보다 더 깊은, 삶의 실체와 죽음, 허무에 관한 고민과 성찰이 가득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가까운이들의 죽음을 겪고 죽음을 더 생각할 수록, 시인은 이악물고 살아 쓸 이유를 찾아갔고 자신만의 정신적 투쟁을 했다. 그 내면의 몸부림이 한알한알 옹골진 언어들로 맺혀 글 한편한편이 매우 진한 향과 색을 지닌 (왠지 먹으면 독이 있을것같이 겁은나지만 막상 먹으면 쓰기만 하고 우리면 양약이 될것같은) 열매맺는 나무같았다.

난 에세이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많이읽지만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가끔은 문인들이 말놀이하는것같은 책을 피하고 싶어 문인의 산문집은 일부러 피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도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내 깊은 곳 정리되지 않은 어떤 생각을 해보도록, 마주보도록 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80년, 90년대에 이미 현재 한국 페미니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던 시인님의 글을 읽으며 계속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시대에 시인이 청춘이었다면 조금 더 건강하실 수 있었을까 라고. 아무리 시인님은 개인적 선택(신비주의 공부) 으로 인해 자초한 병이라 하시지만 과연 그것만이었을까 싶었다. 왜냐면 너무 속상해서. 이런 날이선 언어로 본질을 꿰뚫는 감각이 발달된, 예민하고 세심한 사람이 건강히 살기 힘든 사회적 환경이 안타깝다.

그래도 이제 이 시대에 새 옷을 입고 다음세대에게도 시인님의 글이 닿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인님이 살아계실동안에.

개정판 작가의 말 에서 이 개인적 고통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라 한부분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끝. 하고 맺는데서 불어오는 쿨워터향도 좋고.

나의 언니 계보엔 여태까지 가수 이소라님, 배우 김서형 님이 있었는데, 오래오래 보고싶은 언니가 한명 더 생겼다. 시인 최승자님.

부디 오래 건강히 지내셔요.
새 시, 새 산문도 기다릴게요.
계속 살아, 우리와 계시며 이름처럼 승자 (winner) 님이 되어주시길

개정증보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다출판사 편집자님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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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밥 먹여준다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의 첫 고백
김하종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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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사랑이 밥 먹여준다 (김하종, 2021)

제목부터 시강이라 발간되자마자 도서관 바로대출 신청한 책.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한국에 와서 30여년간 성남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과 청소년들을 먹이고 돌보시고 계신 김하종 신부님의 에세이이다. 성함만 신문을 통해 들어본 분인데 이 책을 읽으며 출연하신 kbs 인생극장도 새로 보며 마음에 큰 도전을 받았다.

책은 김하종 신부님이 30세에 사제서품을 받는 날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사람답게(?) 에스프레소를 한잔씩 하며 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하고 덕담을 들으며 봉사하는 삶으로 마음을 먹고 나아가는 훈훈한 이태리 시골전경으로 시작한 이 책의 여정은 곧 1990년대의 성남으로 옮겨간다. ˝한국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곳은 어딥니까˝ 라고 질문하신 신부님께 돌아온 답은 성남시였고, 지금까지 그분의 사역지가 되었다.

이 책은 얼핏보면 투박하고 달리보면 단순하다. 신부님의 30여년간 한결같은 밥을짓고 수련하고 미사를 집전하는 삶 속 크고작은 예수님의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신부님과 함께 사는 안나의집 봉사자 분들, 안나의집에서 끼니를 대접받는 신부님의 노숙자 ˝친구˝분들, 그리고 신부님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지원하는 이탈리아의 가족들 이야기기도 하다.

신부님은 시종일관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공을 돌리신다. 그게 유난히 돋보이고 대단해 보였다. 코로나 이후로 각박해진 인심에 민원과 국민청원까지 받아 안나의집을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을 얘기하실때도 자신을 위로한 신도의 쪽지를, 상황해결을 위해 장소제공을 도와준 교구관계자들을 감사하신다. 그래서일까. 책에 실린 신부님의 사진은 언제나 환하다.30대 청년부터 65세 할아버지까지. 얼마전 읽은 이슬아 작가님의 <새 마음으로> 에서 농업인 인숙씨는 ˝주름이 웃는모양으로 졌다˝ 라고 했는데 김하종 신부님도 마찬가지다. 주름이 깊어질수록 웃음의 모양으로 깊어진 주름. 쌀이 떨어지고 빵이 떨어지고 반복된 노숙인의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뤄주면서도, 신부님의 초점은 내게 온 신의 사랑, 이웃의 외형으로 온 사랑에 맞춰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신부님이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이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이다. 난독증이 있는 이는 글을 읽고 소화하는것도 몇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 상황에서 한단어 한마디를 꾹꾹눌러쓰신, 삶으로 살아내고 실천한 사랑과 희망의 말엔 어떤 유려한 문인과 학자의 말보다 더 큰 감동이 있었다.

특별귀화 대상자가 되어 ˝성남 김씨˝ 인 본인의 본적과 주민등록증을 자랑하시고, 사후에 장기와 신체기증 등록도 마치셨다는 한국인 김하종 신부님. 이분을 연말에 만나게 되어 반갑다. 그리고 이분을 만나게해준 마음산책 출판사에게도 감사하다.작년엔 <이해인의 말> 이라는 근사한 연말선물을 받았는데, 역시 믿고보는 마음산책이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사랑과 온기를 나누는 날 아니던가. 이 책 강력추천!

마지막 에필로그에 신부님이 이 책 독자들을 축복하시는 시같은 기도문같은 글 매우 뭉클하니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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