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준다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의 첫 고백
김하종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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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사랑이 밥 먹여준다 (김하종, 2021)

제목부터 시강이라 발간되자마자 도서관 바로대출 신청한 책.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한국에 와서 30여년간 성남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과 청소년들을 먹이고 돌보시고 계신 김하종 신부님의 에세이이다. 성함만 신문을 통해 들어본 분인데 이 책을 읽으며 출연하신 kbs 인생극장도 새로 보며 마음에 큰 도전을 받았다.

책은 김하종 신부님이 30세에 사제서품을 받는 날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사람답게(?) 에스프레소를 한잔씩 하며 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하고 덕담을 들으며 봉사하는 삶으로 마음을 먹고 나아가는 훈훈한 이태리 시골전경으로 시작한 이 책의 여정은 곧 1990년대의 성남으로 옮겨간다. ˝한국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곳은 어딥니까˝ 라고 질문하신 신부님께 돌아온 답은 성남시였고, 지금까지 그분의 사역지가 되었다.

이 책은 얼핏보면 투박하고 달리보면 단순하다. 신부님의 30여년간 한결같은 밥을짓고 수련하고 미사를 집전하는 삶 속 크고작은 예수님의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신부님과 함께 사는 안나의집 봉사자 분들, 안나의집에서 끼니를 대접받는 신부님의 노숙자 ˝친구˝분들, 그리고 신부님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지원하는 이탈리아의 가족들 이야기기도 하다.

신부님은 시종일관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공을 돌리신다. 그게 유난히 돋보이고 대단해 보였다. 코로나 이후로 각박해진 인심에 민원과 국민청원까지 받아 안나의집을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을 얘기하실때도 자신을 위로한 신도의 쪽지를, 상황해결을 위해 장소제공을 도와준 교구관계자들을 감사하신다. 그래서일까. 책에 실린 신부님의 사진은 언제나 환하다.30대 청년부터 65세 할아버지까지. 얼마전 읽은 이슬아 작가님의 <새 마음으로> 에서 농업인 인숙씨는 ˝주름이 웃는모양으로 졌다˝ 라고 했는데 김하종 신부님도 마찬가지다. 주름이 깊어질수록 웃음의 모양으로 깊어진 주름. 쌀이 떨어지고 빵이 떨어지고 반복된 노숙인의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뤄주면서도, 신부님의 초점은 내게 온 신의 사랑, 이웃의 외형으로 온 사랑에 맞춰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신부님이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이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이다. 난독증이 있는 이는 글을 읽고 소화하는것도 몇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 상황에서 한단어 한마디를 꾹꾹눌러쓰신, 삶으로 살아내고 실천한 사랑과 희망의 말엔 어떤 유려한 문인과 학자의 말보다 더 큰 감동이 있었다.

특별귀화 대상자가 되어 ˝성남 김씨˝ 인 본인의 본적과 주민등록증을 자랑하시고, 사후에 장기와 신체기증 등록도 마치셨다는 한국인 김하종 신부님. 이분을 연말에 만나게 되어 반갑다. 그리고 이분을 만나게해준 마음산책 출판사에게도 감사하다.작년엔 <이해인의 말> 이라는 근사한 연말선물을 받았는데, 역시 믿고보는 마음산책이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사랑과 온기를 나누는 날 아니던가. 이 책 강력추천!

마지막 에필로그에 신부님이 이 책 독자들을 축복하시는 시같은 기도문같은 글 매우 뭉클하니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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