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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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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게 왜 이렇게 된 줄 아십니까?"

"......"

"바로, 엄마들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영화감독님의 수업을 듣다가 그 분이 한 말씀에 내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살림하랴, 육아하랴 정신없는 일상을 사느라 고군분투하느라 피와 살을 쪼개듯 자신을 깨부수고 있는 우리 엄마들이 왜? 뭘 어쨌다는 말인가?' 싶어져서 억울한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그 모든 책임이 엄마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도 상당 부분은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작가 김경집은 대한민국 인문학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만큼 인문학의 일인자라 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교수로 25년 일하고 학교를 떠나, 지금은 교양과 지적 자산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창의적 융합과 연대의 중심에 위치하여 세상을 변화를 주도하는 인문학을 추구하고자 애쓰고 있다.

"진정한 인문학은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 채 아이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다는 것은 강요된 행복이고 보상을 바라는 희생입니다.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반성은 나 자신을 찾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성찰함으로써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인격적으로 살기 위한 모색으로 이어집니다."(p.8)

많은 부모교육 전문가들이 가장 첫번째로 말하는 것이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가 스스로 인문학적 방성을 기반으로 자신을 탐구하고 삶의 방식과 태도를 성찰하므로서 더 나은 인생을 찾아가길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와 더불어 정의 사회를 구현해갈 때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희망의 미래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엄마가 바뀌면 교육이 바뀐다, 연대하라!!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요? 너희들은 앞으로 80년동안 일하게 될 거야. 그렇다고면 직업을 가질 기회가 적어도 네 번은 될 거야. 네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찾아봐."​(p.42)

세상이 변해가면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바로 '교육'이지만 의외로 가장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교육'이다.

창의적 사고와 연대를 요구하는 시기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모두 입을 모아 "너만 잘하면 돼!!"라고 말하면서 성적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친구의 소중함, 인간의 존엄이 아닌 성과와 속도, 효율만 따지게 교육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 교육이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작가는 "연대를 통해 창조의 길을 열라"고 강조한다. 함께 문제를 읽고 생각해서 의제를 도출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운동으로, 연대의 힘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가 정의사회의 토대가 되고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둘째,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게 하는 힘 '역사', 직관력을 길러주는 '예술'을 간과하지 말라!!

​우리는 흔히 '역사'를 배울 때 시대와 시점 그리고 인물 중심으로 시험문제에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두고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평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그 시대 배경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용어 하나에도 왜 그렇게 표현되었는지 심층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작가별로 다른 표현방식은 왜 그런지 그 작가가 살았던 사회의 배경은 어떠했으며 왜 그 작가로 하여금 그런 예술적 표현을 자아내게 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은 특히,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현재의 틀을 타파하려는 본능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직관력은 매우 놀랍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좋다. 작가가 의도한 것을 간파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그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 그것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됐는지를 꾸준히 살피면서 생각을 확장해 가라.

셋째,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키는 '철학', 삶과 직결되는 '정치와 경제'를​ 무시하지 말라!!

​많은 이들이 '철학'을 뜬 구름 잡는 학문이라고 여기거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계사에서 이 '철학'의 영향력은 실로 위대했다. 하물며 전쟁을 일으키는 중심에도,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나가는 힘도 이 '철학'에 있었다. 개개인의 생각과 사고의 체계가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키는 데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

"철학은 다양한 생각, 다양한 가치를 생각하게 함으로써 나를 세우고 내 삶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주체성입니다. 이론이 아니라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려면, 앞뒤 관계를 봐야 합니다."(p.176)​

우리는 흔히, '정치와 경제'를 거대 담론이라 여기고 나와는 먼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하물며, 정치의 경우 '생각해봐야 골치가 아프니까',

'모르는 게 약이니까', '알아서 뭐해'라며 체념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는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세금으로 꾸려가는 정치이니만큼 그만큼 잘 감시하고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가 더욱 공명정대함 가운데 부강해져서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연대로 부조리를 걷어내고 연대로 투명하고 정직한 경제환경을 꾸려가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학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라.

"감수성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심장으로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감수성이 없으면, 아는 것이 많더라도 삶이 부박해집니다. 정서와 감정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문학적 감수성입니다."(p.251)

문학은 바쁘고 각박한 인생을 잠시 돌아보고, 작은 것에도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적 품성을 올곧게 하는 힘이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며 사는 삶의 가치를 알수 있게 한다. ​매일 시 한편을 읽으면서 심호흡 한번하고 찬찬히 일상을 들여다보며 사는 것,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이해해보는 것, 희곡을 보면서 내 스스로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내 삶을 연출하는 연습을 해보자. 이렇듯, 문학은 우리가 삶을 얼마나 창조적이고 획기적이게 변화시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성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엄마라면, 한번쯤 엄마로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고민을 심도깊게 해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내 아이만 보는 프레임을 벗어나 지금 이 시대와 사회, 국가를 내 아아기 살아갈 무대라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엄마들이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행복의 문으로 열어줄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에게만 있음을 잊지 말고 새롭게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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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실력을 높여 주는 어휘 만화 4 - 순우리말 초등 어휘 시리즈 4
이승희 글.그림, 조항범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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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은 한자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뜻도 제대로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되기 전, 그리고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우리의 언어는 모두 순수한 우리말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시대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한자어가 물밀듯 들어와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게 바로 우리의 언어 '순우리말'이다.

 

요즘은 우리 말이 병들어간다는 말을 꽤 자주 하고 있다. 특히, 통신의 발달로 핸드폰, 컴퓨터 등으로 간편하게 소통이 되면서 언어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언어는 정신을 지배한다고 할만큼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언어에는 민족의 얼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바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더욱 그렇다.

 

"이제라도 숨죽이고 있는 순우리말을 찾아내어 숨을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언어생활이 풍요로워질 테니까요."

 

​원작자 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의 말을 통해, 언어생활의 빈곤과 풍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얼마나 풍요로운가?'

늘 사용하는 언어가 같다면 일상에 대한 생각과 사고도 그 언어 속에 얽매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책 속에 많은 단어들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아는 단어조차 순우리말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명사, 형용사, 동사, 부사등의 갈래로 대표적인 순우리말을 세심하게 골랐을 작가의 노고가 한껏 느껴진다.

 

 

재미난 만화 스토리와 어우러진 순우리말은 어떤 말보다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순우리말 단어 하나에 담긴 생생한 묘사와 언어 유희가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아름답고 예쁜 언어가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자주 통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순우리말을 쓰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착해지고 정화가 될 것만 같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꽃샘추위는 우리가 꽤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어제 오늘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보며 나도 아이에게 "꽃샘 추위가 왔어"라고 말하면서도 꽃샘 추위가 뭐냐는 아이의 질문에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 그냥 "꽃이 샘을 내서 온 추위야."라고 짧게 말해주고 말았다.ㅠㅠ

 

그런데, 이 책에 '꽃샘추위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몰아닥치는 매서운 추위'라고 간단명료하게 씌여있다.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게 대충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확인한 순간이다. 

 

'여우볕', '조각하늘'같은 명사들은 마치 시어처럼 예쁘고 상냥하게 느껴진다.

 

"순수한 우리말은 그 뜻을 찬찬히 더듬어 보면 말이 생겨난 과정은 물론, 사라진 우리말과 사투리의 흔적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곧 '암기'가 아닌 '이해'를 통해 말을 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우리말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의 재미난 발상까지 엿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순우리말의 매력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거예요."

 

작가 이승희씨의 말처럼, 순수한 우리말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들은 우리 조상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의 언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앞으로 자주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퐁퐁 솟아오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순우리말에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계속 순수한 우리말을 발굴하고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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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이소벨이야 - 유쾌발랄한, 때로는 웃픈 열여덟 살의 비밀일기
이소벨 해롭 지음, 홍정호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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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클발랄한 10대소녀의 성장일기

 

​영국에 살고 있는 10대 소녀 이소벨 해롭의 풍부한 감성과 일상 이야기를 단순한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 나 역시도 수많은 잡념들을 일기로 풀어내길 좋아했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심이 갔다.

 

 

외국에 사는 10대 소녀의 감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 나라의 10대 청소년들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지난 유년의 내 생활에 대한 향수로 인해 더욱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읽다가 공감이 되는 부분은 접어서 표시를 했는데 위의 왼쪽 그림을 보면서,

학창시절, 학교를 마치면 종종 슈퍼마켓에 들러 짭짤한 맛과 달콤한 맛의 과자를 한봉지씩 사들고 집에 들어가 뒹굴거리며 먹던 지난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빡빡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느슨하게 풀어진 마음으로 맘껏 뒹굴거리며 입안 가득 맛있는 과자를 오물거리며 누리는 휴식은 꽤 쏠쏠한 낙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행복하게 풀어지는 느낌이다...ㅋㅋㅋ

 

오른쪽 페이지에 자전거 타고 동네를 달리는 그림을 보면서, 20대 미스 시절에 마음이 울적하거나 몸이 찌푸둥할 때면 종종 자전거를 타고 동네마실을 다녔던 내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려 미소가 번졌다.

 

그 때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을 느끼면서 때로는 참 외롭고 울적하고 그랬지만,그러면서도 내 힘으로 두 바퀴를 굴릴 수 있고 이렇게 어디든 원하면 달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맘만 먹으면 세상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스스로 다독였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밴드를 찾고 그 밴드의 노래에 흠뻑 취해서 흥얼거리는 즐거움은 정말 아는 사람만 안다.

20대 초반 남자친구와 동대문의 쇼핑센타 특설무대에서 우연히 들었던 투페이스라는 밴드의

노래가 그랬었고, 제 작년에 아이들과 홍대 북페스티발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나겸이라는 가수의 달달한 노래를 지금까지 차에서 아이들과 함께 애창하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큰 즐거움이다. 

 

 

작가의 풍부한 감수성, 일상에 대한 관찰도 빛나지만 이렇듯 친구들 얼굴을 특징적으로 하나하나

그려낸 모습에서 나도 내 친구들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러움이 앞섰다.

 

혼자 사색하고 홀로 여기저기 다니기를 좋아하면서도 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생각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나는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내 주변 사랑하는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하곤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친구라는 카테고리는 얼마나 큰 영역이었던가. 지루하고 벅차기만 했던 학창시절에도

친구는 마음의 창구이면서 빡빡하고 답답한 삶의 돌파구였다.

아파하며 좌충우돌했던 20대에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무작정 만나서 속을 풀어내고

울고 웃었던 상대가 바로 친구였다.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나누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때 그 시절의 허물 없었던 관계들이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들고 가정이라는 굴레에 들어와 속내를 쉽게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될 때가 많음을 느낄 때는 좀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 시절에 아픔과 슬픔을 기꺼이 나누었던 친구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어찌 잊으랴.

 

 

외국에 사는 10대 소녀라고 해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10대 특유의 자신도 알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 때 나역시 그랬지하며 향수에 젖으며 단숨에 쓰윽 읽기 좋은 책이다.

 

특히, 일기를 쓰기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책을 통해서 꼭 어떤 특별한 사건이 그날의 기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내 삶의 역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낙서같은 그림과 몇 글자 안되는 글들이 소중한 역사와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지나온 생각의 기록은 어떤 모습이든 소중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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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바르게 개는 법 - 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미나미노 다다하루 지음, 안윤선 옮김 / 공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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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나미노 다다하루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13년간 근무하다가 늘 무기력하고 산만한 수업 태도, 의욕저하의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그 원인이 '성적'이나 개인의 '학업 성취도'에 의해서만 판가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하루하루의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생활력'과 '자립심'을 기르는 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면서 입시교육의 선봉이자 학부모와 아이들의 주요 관심 교육인 '영어'과목을 내려놓고 입시교육에선 소외된 기술가정 교사로 전향한다.

 

기술가정 수업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에 대해 탐구하면서 일상 생활을 꾸려가는 힘의 중요성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한다.

 

"저는 자기 생활을 스스로 정돈하는 힘, 그것을 '생활력'이라고 부릅니다. 이 생활력이 있으면 매일 기분 좋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웬만큼 사소한 일에는 쉽게 굴복하거나 꺽이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생활을 꾸려온 자신감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낳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로 산증인입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생활력이 우리의 삶에 행복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밝히면서 과연 우리가 그 생활력과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가 말하는 생활 속 자립은 생활 자립, 경제적 자립, 정신적 자립, 성적 자립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책이 특별히 빛나는 이유는 작가가 실제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열렬히 토론한 내용에서 그가 얼마나 학생들의 시선에 맞춰 그 자신의 생각과 학생들의 생각의 틀을 깨고 생활 속 힘을 갖추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상적인 결혼상대는 어떤 사람인가',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하지만 교사의 애정어린 공감과 신선한 질문 속에서 보다 확장된 사고로 점점 토론과 논쟁을 즐기면서 수업에 임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그들이 수업을 재미있게 참여한다는 데에만 의의가 있지 않다. 그들 스스로 얼마나 갇힌 사고 방식에 있는지 객관화 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될 뿐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서 다양성을 알게 되고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 생활과 대인 관계를 선생님의 질문과 서로의 소통으로 알아가는 재미를 아이들은 스스로 체득하면서 실제로 생활에서 보다 많은 생각을 불어넣고 실천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을까?

 

고등학생은 이제 생활 습관이나 여러 면에서 고치기에는 머리가 굵어서 어렵다고 여기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른들도 좀처럼 그들을 고쳐나가는 일에 겁을 먹거나 포기를 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입시와 전혀 상관없는 기술가정을 통해, 아이들이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려는 작가의 열정은 실로 대단해 보인다.

 

"3년동안 자기 도시락을 스스로 싸서 학교에 다녀보세요."

이제 갓 1학년이 된 학생들에게 도시락 싸는 것만으로도 자립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던진 이야기였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계절에 따라 부패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고, 양과 영양 면에서도 균형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알아서 준비해줬지만 이것으로 인해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훈련이 시작된다.

 

그는 '도시락 스스로 싸기'에 대한 의미가 확실하긴 했지만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하라는 학부모도 있을거고 그런 하찮은 일에 왜 시간을 낭비해야하느냐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여학생이 졸업을 하면서 그에게 다가와, "입학식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대로 3년동안 도시락을 쌌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리고 정말 처음에는 도시락 싸는 일이 익숙하지 하지 않아서 빵처럼 간단한 것을 싸 온 적이 있지만, 싸면서 요령이 생겨서 3년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스스로 도시락을 싸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덧붙여, 그로 인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눈물을 글썽이더란다. 혹자는, '그깟 도시락이 왜?'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깊은 의미를 아이는 체득한 것이었다.

 

크게 공감되고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글귀들, 살아있는 배움들이 가득한 이 책을 통해 과연 내가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갈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나 역시 다 자란 성인이지만 정말 자립한 인간으로 성숙했는가에 대해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일상에서 도시락을 싸고, 이불을 개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등등의 여러가지 일이 갖는 뜻깊은 의미를 간과한 채로 살아온 지난 날들에 대해

 

반성도 되고 후회가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개인의 삶외에도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어울림의 즐거움, 혼자서로 자족할 수 있는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는 힘으로 '생활력'을 제시해준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한 동안 이 책을 몇번이고 들추고 돌이켜 읽게 될 것 같다. 내 자신으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힘과 소양들을 사례와 심도깊은 질문들로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귀한 책을 만나게 된 것이 한 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지금 매우 큰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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