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이 죽어버려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란 말입니다.
그 말에 증조부가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증조모도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부은 눈으로증조부를 쳐다봤다.
- 당신 돌아가셔도 내레흘릴 눈물은 없습니다. 아바이 산소에도걸음하지 않을 거고, 내는 아바이를 잊을 겁니다. 기러니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우리 없는 곳에서 죽으란 말입니다. - P250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나라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야, 그저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랄 뿐이야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 연기라도 좋으니 미안한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애처롭게 바라는 사람과, 그런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상처도 주지 않았으리라고 체념하는 사람과, 다시는예전처럼 잠들 수 없는 사람과 왜 저렇게까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못하고 드러내? 라는 말을 듣는 사람과,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없다는 벽을 마주한 사람과, 여럿이 모여 즐겁게 떠드는 술자리에서미친 사람처럼 울음을 쏟아내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그 나라에 살고 있을 것이다. -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