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자 아빠가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아빠는 우리를 보고는 괜찮으냐고 묻더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명희 아줌마의 말이 맞았다. 엄마는 분명 아줌마와 아빠 사이에서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침대에 눕힌 뒤, 밥을 먹고 가라는 아빠의 제안을거절하고 희령으로 내려갔다. 일요일 오후였고 내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 P89

- 아바이 죽어버려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란 말입니다.
그 말에 증조부가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증조모도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부은 눈으로증조부를 쳐다봤다.
- 당신 돌아가셔도 내레흘릴 눈물은 없습니다. 아바이 산소에도걸음하지 않을 거고, 내는 아바이를 잊을 겁니다. 기러니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우리 없는 곳에서 죽으란 말입니다. - P250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나라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야, 그저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랄 뿐이야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 연기라도 좋으니 미안한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애처롭게 바라는 사람과, 그런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상처도 주지 않았으리라고 체념하는 사람과, 다시는예전처럼 잠들 수 없는 사람과 왜 저렇게까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못하고 드러내? 라는 말을 듣는 사람과,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없다는 벽을 마주한 사람과, 여럿이 모여 즐겁게 떠드는 술자리에서미친 사람처럼 울음을 쏟아내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그 나라에 살고 있을 것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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