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 등의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시대에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대답의 종류에는 몇 가지가있다. "여전히 시만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요"라거나 "시를 통해서 가능해지는 어떤 감각의 공동체가 있어요" 등의대답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요새는 최대한의 정직함을 담아이렇게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를 위해서 시를 써요. 다른 것들은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 같아요." - P145
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란 멀어지는 것이다. ‘너‘가선행하지 않으면 ‘나‘가 불가능하듯이, 의미는 차이가 없으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시란 동일성의 세계로 편입하는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불가능이 욕망을 낳는 것이다. 그 횡단 불가능한간극이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랑 노래와 연애시의차이는 여기에 있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너와의 합일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이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폐쇄된, 그러나 완전한 세계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세계의 개방이고 개진이다. - P180
그것은 연애시의 정수이기도 하다. 결국모든 시는 일정 부분 연애시의 양태를 띨 수밖에 없다. 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나와 대상의 다름을 핵으로 삼아 추동되는 양식인 이상은 그렇다. - P181
그런 의미에서 요절한 천재 부류의 시인에게는 그다지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가진 만큼 펼쳐보였고, 다 펼쳐보인 뒤에는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드라마틱하다고는 할 수 있을 텐데, 후진으로서는 그다지 배울 점은 없다. 재능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마음 깊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괴팍하고 징그럽게 늙어버린 예술가들이다.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끝내버리고 재능 이후의 세계를 탐구하는 종류의 작가들, 가진 것이상의 일을 하려다 무섭고 이상해져버린 그런 사람들. 나는 그런 이들을 사랑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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