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과 유니콘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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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리브는 판타지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며, 카네기 메달, 네슬레 스마티즈 어워드, 가디언 아동소설 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작가다. 필립 리브는 어렸을 때 한 번도 말을 타 볼 기회가 없어 말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케빈과 유니콘』은 하늘을 나는 조랑말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주인공 케빈은 하늘을 나는 오동통한 롤리-폴리 조랑말이다. 자기와 같은 동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케빈은 비스킷을 좋아하기에 오동통한 몸매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어마 무시한 태풍이 불던 어느 날 서쪽 끝 촉촉한 야생의 언덕에서 밀려와 맥스와 데이지가 사는 범블포드 아파트 옥상에 떨어져 그곳에서 지내는 롤리-폴리 조랑말이다. 케빈 못지않게 모험과 비스킷을 좋아하는 데이지와 맥스는 케빈과 아침 산책을 하며 케빈의 헛헛한 빈자리를 채워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케빈이 맥스와 데이지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 아침 산책을 하던 중 촉촉한 야생의 언덕에 조랑말이 보이는 듯해서 내려갔었다. 그런데 그곳의 말은 조랑말이 아닌 콧대가 센 유니콘들이었다. 유니콘을 좋아하지 않는 케빈은 다시 날아오르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니콘들이 조랑말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나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유니콘들을 케빈을 무시했지만 데이지와 맥스는 처음 보는 유니콘과 기수 친구들이 너무 반가워 걸어가서 말을 시켰다. 그들은 야생의 촉촉한 언덕 마법의 조랑말 클럽(Wird Wet Hills Magic Pony Club)의 약자를 쓰고 있는 WWHMPC 클럽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고, 다음 주 일요일에 일 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거리 장애물 경주 대회가 있다며 이기는 사람은 페리 윙클 컵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데이지와 맥스가 코스를 보니 날 수 있는 케빈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케빈도 장애물 경주에 나서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 대회를 주최하는 선생님도 흔쾌히 승낙하는 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이를 겨냥한 판타지 소설답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경쾌한 그림을 그린 사라 매킨 타이어가 누군지도 굉장히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날개 부분에 사라 매킨 타이어에 대한 내용이 잠시 소개되는데, 사라 매킨 타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말 그림을 즐겨 그렸고, 필립 리브와는 다르게 사라는 엄마 친구의 세틀랜드 조랑말, 블루벨을 타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영국 런던의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으며 이 책의 주인공 맥스랑 데이지가 사는 곳과 비슷하고 최근엔 필립 리브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 책은 글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없으면 아이들이 읽기 쉽지 않다. 필립 리브와 사라는 이 책에 나오는 케빈과 데이지, 맥스처럼 단짝 친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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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철학 수첩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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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감수한 오가와 히토시는 1970년 생으로 교토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나고야 시립대학교에서 대학원 박사 후기 과정을 수료한 후, 프리터, 나고야 시청 공무원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로 지금은 대학교에서 새로운 글로벌 교육을 이끌며 '철학 카페'를 주재하는 등 시민의 위한 철학을 실전하고 있는 공공 철학이 전문인 야마구치 대학교 국제종합과학부 교수.

베스트셀러가 된 <철학자의 뇌를 훔쳐라>와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리버럴아츠 철학>, <언택트 시대: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고독의 힘>을 비롯해 지금까지 약 100권에 이르는 책을 출판한 사람이다.

오가와 히토시는 이 책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머리말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단순히 난해한 고전을 읽거나 어려운 토론을 하는 것만이 철학이라는 오해가 만연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철학의 '연구'일 뿐,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철학의 지혜를 활용해 세상 또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 중략 -

더 큰 문제는 일본의 경우 부담 없이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p.5)

작가는 철학의 오해를 풀기 위해,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하루에 조금씩 철학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주제로 하루 15분 30일 동안 배울 수 있게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책을 펼치면 각 날짜 별로 주제가 보인다. 그리고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공부한 날짜와 메모할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하나의 주제는 5~7page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1~8일차까지는 철학이 누구로부터 어디에서 탄생했는지, 철학 성립의 초창기를 뒷받침한 철학자들과 발전시켜나간 철학자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리스 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의 그리스 철학자가 있기 전에 최초의 철학자이며 자연 학자로도 활약했던 밀레토스의 탈레스와 밀레토스 학파에 대한 이야기부터 탈레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뒤 종교적 교단을 창설하고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주장하며 수학과 철학을 결합시킨 피타고라스까지 적은 페이지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9일차부터는 살아가는데 생각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눈길을 끌만한 부분은 '나도 모르게 SNS에 휘둘리고 만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전쟁을 없앨 수는 있을까?',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정리해 놓은 부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철학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책으로 각각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로 마무리 한다면 나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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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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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 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교육대회 조직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중에게 그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한 것이다. 그때 굴렁쇠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이어령 선생이다.

책의 제목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라틴 말이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이 암과 투병 중일 때 한 기자가 선생을 찾아가 고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대면했을 때 신부님들에게 종교와 신, 죽음에 대해 24가지 질문을 했었는데, 그 답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어령 선생은 신부님과 다른 입장에서, 똑같이 병마와 싸우고 계신 입장에서 답변을 해주실 수 있냐고 묻게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의 물음에 대해 작가는 이미 여섯 살 때 메멘토 모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 일이 있어 그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이 대선배라는 자부심이 들었고,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답변할 신부님들은 종교적인 프레임 속에서 일탈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당신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더 자유롭게 답변을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책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앞으로 발간 예정인 총 20권 분량의 『이어령 대화록』의 첫 번째 책이다.

질문 13. 영혼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이미 찻잔 하나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찻잔을 만드는 물질은 인간의 육체에 해당해요. 그런데 컵과 그릇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그들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컵의 본질은 무언가 담는 것이고, 무언가 담으려면 비어 있어야 합니다. 빈 컵에 커피를 따르면 커피잔, 물을 따르면 물 잔이 되어 빈 공간이 없어져요. 그러면 이 컵은 더 이상 다른 것을 담을 수가 없지요. 이미 무언가 담겨 있으니 더 담을 수 없어요. 그게 '마인드;예요. 컵과 그릇 물질 자체는 '보디'입니다. 그릇을 채우는 욕망이 마인드, 그릇이 깨지면 담겨 있던 게 다 쏟아지듯, 죽으면 육체도 욕망도 다 없어집니다. 깨지고 쏟아져도 남아 있는 빈 공간, 모든 그릇의 비어 있는 부분, 보이드, 그게 스피릿이에요.(p.40,41)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도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게 가장 와닿는 부분은 위의 영혼이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이었다. 종교의 종류와 특징을 묻는 질문에는 지하철 입구가 하나가 아닌 것처럼 종교도 여러 가지 종교가 있다며, 어느 구멍이든 일단 들어가면 지하철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열차 두 대가 있고, 우린 그 서로 다른 노선을 천국과 지옥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듯한 모호한 설명이 아닌 이해가 쉽도록 적절한 비유를 사용해 서술한 부분을 읽으며 왜 그를 '시대의 지성인', '창조자'라 칭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쓸 때만큼은 그도 종교인 입장이 아닌 글쟁이의 입장에서 쓰겠다고 전문에 나와있는 만큼 색안경을 끼지 말고,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울 듯하다.

읽기 전엔 고 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 무엇이 제일 궁금했을까?에 대한 부분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면, 읽고 난 후엔 왜 기자가 이 질문을 들고 이어령 선생을 찾아가 답을 구했는지? 석학 이어령의 다른 생각들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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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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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종국은 1929년 태어나 1945년 해방되던 해, 중 3의 나이로 일본군의 퇴각을 경험했고, 1959년 <문학예술>지에 시를 발표함으로써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다. 1965년 그의 나이 37세에 이뤄진 한일회담은 임종국 선생의 생애에 전환점을 마련한 중요한 계기로 그즈음 그의 연구 테마는 문학사회가였다. 이것이 한일회담의 반민족적 행위와 접목되면서 본격적인 친일 연구의 계기가 되었고, 1980년 그는 건강 문제와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천안 교외에 외딴 집을 지어 요산제라 이름하고 이곳에서 일제 침략사와 친일파들의 배족사를 구명해 나갔다. 1983년 『일제 침략과 친일파』, 1984년 『밤의 일제 침략사』, 1985년 『일제의 사상 탄압』 등을 차례로 발간했고, 이후 친일문제 연구에 체계를 세우고 총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친일파 총서'(10권)을 펴내기로 계획했으나 1988년『일본군의 조선 침략사』를 내놓은 이후 집필 준비를 하다 1989년 11월에 타계하였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 침략의 이면사이다. 공식적인 조약이나 정책이 정사로서 '낮의 얼굴'이라면, 이 책은 그 이면의 '밤의 표정'이다. 동시에 그것은 암흑의 측면이기도 한 것이다. 조약은 도장 하나로 짧은 시간에 체결되지만, 그것이 체결된 이면 사정과 막후교섭은 하루나 이틀에만 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감춰진 사정을 모르는 이상, 조약의 참된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선 자료적인 면에서 이런 책을 쓸 수 있겠는가를 자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제를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안다는 것이다. 빼앗은 자의 환성을 통해서 우리는 빼앗긴 자의 비탄을 알게 된다.(p.6)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방대한 양의 자료를 조사하고 노력했는지, 단어 사용 하나도 얼마나 고민하며 썼는지가 느껴진다. 우리가 그냥 쓰고 있는 단어 '한일 합병' 조차도 한국이 먼저 나오면 한국이 일본을 병합해서 일본국이 소멸해 버린 상태로 되기 때문에 '일한 합병'이라는 단어를 쓰는 섬세함도 보인다.

일본은 러일 전쟁에서 부족한 전승의 대가를 우리 조선에서 갈취했다. 책의 1장에선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화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청일전쟁을 시작하면서부터 일본의 게이샤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조선에 가면 돈 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일본에 퍼지면서 많은 일본 여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일본은 군인뿐 아니라 그들의 여자와 밤의 문화를 조선에 뿌리내리게 해 우리나라를 더 통치하기 쉽게 만들었다.

일제는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 아니라 대포와 기생을 거느리고 조선에 왔다. (p.31)

이토 히로부미의 애첩 요시다 다케코의 비파 소릿값으로 지불한 1천 원(쌀 200가 마의 값)은 이토에게서 차관에 대한 흔쾌한 답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정작 그 차관은 일본인 주머니로 들어가고, 그것을 갚느라 조선인은 범국민적으로 담배까지 끊어야 했던 국채보상운동을 벌여야 했다는 부분에서는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본인의 화대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국민을 얼마나 쥐어짜냈는지 그들이 얼마나 방탕한 생활을 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기가 막히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배수량 31800ton, 일본 해군에서도 가장 큰 전함인 나가토의 비밀을 일목 요연하게 판독할 수 있는 그 서류는 한낱 카페 여급의 살림 밑천과 바꾸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1급 국가기밀이었다.(p.323)

일본 해군공창에 출입하던 무네마사는 카페 '은파'에서 여급 노릇을 하던 쓰루와 살림을 차리기 위해 사도공을 하며 훔쳐낸 1급 군사기밀을 5만 엔에 팔려다 실패한다. 근래에 드문 매국노 사건이라던 이 일건에는 전직 총독부 외사과 직원이 관계하였다. 철없는 대신들을 조종해서 매국을 감행하게 한 총독부의 탕아들이 이제는 스스로 매국에 앞장설 만큼 타락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들 17~20만 명의 조선인 여자정신대 중 8·15이전의 사망자는 143,000명이다. 소모율 71~84%로, 세계 2차대전 중 일본군의 소모율 40~50%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비전투원인 여자정신대가 어째서 전투원인 일본 군인들보다 더 많은 비율로 죽어갔는가? '천황의 군대'의 치부를 은폐하기 위해서 패주할 당시에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p.371)

위안부 문제는 읽으면 읽을수록 화를 참기가 힘들다. 특히 군에서는 여성을 소모품으로 분류했다는 부분은 모르지는 않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읽기 불편하고 읽을수록 답답한 마음에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면에 드러난 내용뿐만이 아닌 그 내면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 더 느끼게 된다.

이 많은 내용을 조사하고 책을 쓴 작가 임종국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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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오하라 헨리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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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하라 헨리는 '연 수입이 줄어드는데도 경제적 불안에서도 해방되는 신기한 현상'을 체험한 당사자로서 2010년 12월(당시 25세) 도쿄 교외에 있는 고쿠분지시의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를 은거 생활의 시작점으로 보고 2016년 9월(대만으로 이사하기 전)까지의 은거 생활 6년을 돌아보며, 그 시절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바로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다.

이 책은 『20대에 은거 생활, 주 2일 근무의 쾌적한 생활(2015)』, 『연 수입 90만 엔으로 도쿄 해치 라이프(2016)』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돈을 주제로 쓰는 것은 처음이고, 돈에 관해 아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지만, 조금은 다르게 살아오며 발견한 이야기를 글로 옮겨 책을 읽는 분들이 돈에 대한 태도, 나아가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무척 기쁠 거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한다.

우리는 돈에 불안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유발하는 불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p.32)

모두가 당연하게 소화하는 일이라도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든 겁니다.(p.38)

저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나, '나를 고정시키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언제나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구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p.100)

작가 오하라 헨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있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도쿄가 아닌 외각에는 월세가 저렴한 집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불안했지만 거처를 옮긴 후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집세를 많이 낼 필요가 없었기에 많은 돈이 꼭 필요하지 않았고,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역으로 필요한 돈을 계산해 그만큼만 벌며 하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러면서 마음으로부터 경제적자유를 얻었다. 한 달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도 충분했기에 나머지 오일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확실한 자기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일주일에 이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나머지 5일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굉장히 규모 있게 사는 것은 배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공감보다는 "이렇게 특별한 방법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 중 그나마 공감이 가능했던 부분은 5장 돈과 이야기하기, 돈과 놀기 부분이다. 돈을 인격체나 친구로 생각해 돈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아래 글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다.

돈을 인격화하면 돈을 쓸 때는 물론이고 쓰지 않을 때까지 포함한 평소의 내 언동을 주의해서 관찰하게 됩니다. 가끔 오늘 쓴 돈이 내 곁을 떠나서 잘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돈이었다면 주인에게 '돈 따위 없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소리나 듣고 기분 나쁘게 사용되면 그 주인을 평생 기억했다가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이 저를 그런 식으로 여기면 안 되니까 돈을 쓰지 않을 때도, 보는 눈이 없더라도 알아서 겸손해지더군요.(p.186)

책의 마지막 장에는 쓰루미 와타루('탈자본주의 선언' 작가)와 오하라 헨리가 만나 넉넉하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다. 오하라 헨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독일의 하이데마리 슈베르머라는 여성은 20년 정도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나를 재워 줄 사람들의 집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며 0엔으로 살았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관계 관리능력이 뛰어난 여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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