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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오하라 헨리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1년 11월
평점 :
작가 오하라 헨리는 '연 수입이 줄어드는데도 경제적 불안에서도 해방되는 신기한 현상'을 체험한 당사자로서 2010년 12월(당시 25세) 도쿄 교외에 있는 고쿠분지시의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를 은거 생활의 시작점으로 보고 2016년 9월(대만으로 이사하기 전)까지의 은거 생활 6년을 돌아보며, 그 시절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바로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다.
이 책은 『20대에 은거 생활, 주 2일 근무의 쾌적한 생활(2015)』, 『연 수입 90만 엔으로 도쿄 해치 라이프(2016)』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돈을 주제로 쓰는 것은 처음이고, 돈에 관해 아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지만, 조금은 다르게 살아오며 발견한 이야기를 글로 옮겨 책을 읽는 분들이 돈에 대한 태도, 나아가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무척 기쁠 거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한다.
우리는 돈에 불안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유발하는 불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p.32)
모두가 당연하게 소화하는 일이라도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든 겁니다.(p.38)
저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나, '나를 고정시키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언제나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구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p.100)
작가 오하라 헨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있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도쿄가 아닌 외각에는 월세가 저렴한 집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불안했지만 거처를 옮긴 후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집세를 많이 낼 필요가 없었기에 많은 돈이 꼭 필요하지 않았고,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역으로 필요한 돈을 계산해 그만큼만 벌며 하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러면서 마음으로부터 경제적자유를 얻었다. 한 달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도 충분했기에 나머지 오일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확실한 자기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일주일에 이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나머지 5일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굉장히 규모 있게 사는 것은 배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공감보다는 "이렇게 특별한 방법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 중 그나마 공감이 가능했던 부분은 5장 돈과 이야기하기, 돈과 놀기 부분이다. 돈을 인격체나 친구로 생각해 돈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아래 글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다.
돈을 인격화하면 돈을 쓸 때는 물론이고 쓰지 않을 때까지 포함한 평소의 내 언동을 주의해서 관찰하게 됩니다. 가끔 오늘 쓴 돈이 내 곁을 떠나서 잘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돈이었다면 주인에게 '돈 따위 없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소리나 듣고 기분 나쁘게 사용되면 그 주인을 평생 기억했다가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이 저를 그런 식으로 여기면 안 되니까 돈을 쓰지 않을 때도, 보는 눈이 없더라도 알아서 겸손해지더군요.(p.186)
책의 마지막 장에는 쓰루미 와타루('탈자본주의 선언' 작가)와 오하라 헨리가 만나 넉넉하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다. 오하라 헨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독일의 하이데마리 슈베르머라는 여성은 20년 정도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나를 재워 줄 사람들의 집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며 0엔으로 살았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관계 관리능력이 뛰어난 여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