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바꿀 부의 지도
김국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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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국현은 한국의 대표적 IT 평론가로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전산을 KAIST에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다. 1세대 벤처를 거쳐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일했으며, 현재는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 리서치 스튜디오를 설립해 앱을 출시하고 기업 자문을 제공하고 있고, 2012년에는 비트학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이 광야의 풍경이 지도 한 장, 나침반 하나로 달라지는 것처럼 테크놀로지 사이사이를 안내하는 지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고, 메이트 북스 부장의 질문들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책은 'IT 전성시대, 기술이 바로 경쟁력이다.', '인공지능,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다.', '메타버스와 NFT, 도대체 무엇이길래 세상이 시끄러울까?', '우리는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 '기업 생존에 기술은 필수다.', '데이터가 산업의 지형을 바꾼다.'라는 7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소설이나 문학이 아니기에 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알 수 있어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기 좋은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기술은 항상 승리할 것입니다. 법의 간섭으로 기술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기술은 법이 쳐놓은 장벽을 돌아 흐를 것입니다. p.16

필터 버블이나 에코 체임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알고리즘에 의한 편 가르기) p.39

이제 우리는 어느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지요.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 장면의 대부분이 CG인 것처럼 말이지요. p.63

어떠한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그리고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p.174

인간은 한계를 지닌 동물이기에 우리를 상징하는 인물을 뽑고 책임을 지우게 하고 싶은 것이지요. 나쁜 결정을 한 인간을 욕하고, 좋은 결정을 하던 이를 그리워하면서 인류는 교훈을 얻어왔습니다. 결정적인 일, 결정하는 일 모두 당분간은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겠지요. p.187

돈을 모으고 쓰는 법을 알게 되니까, 더 쓰고 더 벌게 됩니다. p.248

기술은 바로 돈의 흐름, 그리고 돈에 대한 인식을 전 세계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p.249

한 권으로 끝내는 빅테크 수업 『빅테크가 바꿀 부의 지도』

법의 간섭으로 기술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기술을 법이 쳐놓은 장벽을 돌아 흐를 것이라는 부분이나, 이제 우리는 어느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지만, 한 권에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사전 지식이 없는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메타버스, NFT, 클라우드 같은 경우는 하나의 주제로 책이 한 권씩 나오기도 하는데, 그 내용이 몇 장에 정리되어 있으니 너무 당연한 결과다. 미리 다른 책을 봐서 알고 있는 부분은 자세한 설명 없이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부분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두세 번을 읽어봐도 알기 어려웠다.

한국사를 공부한 사람은 한 권으로 끝내는 한국사 책을 보며 충분히 공감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아도 탄탄한 배경 덕에 이해가 쉽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한 권으로 끝내는 한국사 책을 본다고 끝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가가 처음 프롤로그에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책은 테크놀로지 사이사이를 안내하는 전체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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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사업 합격 노하우 - 심사위원이 직접 가르쳐주는
김형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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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 직접 가르쳐주는 정부지원사업 합격 노하우』 책을 낸 저자 김형철은 그동안 해 온 일만으로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을 채워버린 경력의 소유자다. 현재는 성장과 가치 연구소 소장 겸 큐레이터로 있다.

그는 정부지원사업 심사를 하면서 열정과 절박함이 보여 심사위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기중심의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것만 가지고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라."

이 말을 강조하고 싶었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의 1차 고객은 바로 심사위원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심사위원의 시각(고객의 입장)에서 각자가 마련한 사업계획서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면 합격의 길이 보일 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심사위원과 발표장을 이해해야 합격의 길이 보인다.', '합격은 준비에 있다! 심사위원을 감동시킬 준비를 하라.', '심사가 다는 아니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이렇게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심사위원의 입장과 마음가짐, 심사장 분위기를 이해하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두었다.

발표할 때는 자기가 준비한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관점에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33

논리보다 공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 사업을 준비해왔는지 솔직 담백하게 발표할 때, 심사위원들도 공감합니다. p.43

끝으로 강조할 부분은 항상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입니다. 결론을 말하고 난 후에 그에 대한 보완 설명이 이루어지는 발표 습관을 지니 시기 바랍니다. p.44

심사위원과의 논쟁에서 이기고 점수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48

두 번째 챕터에서는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준비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3요소.

- 시장이 원하는 것

- 내가 좋아하는 것

- 내가 잘하는 것

p.73

10초 안에 심사위원의 눈길을 확보하라.

- 사업계획서 제목은 카피 라이팅이다.

p.83

심사위원이 사업계획서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제목

제목은 첫인상과 같으므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콘셉트가 담겨 있는 제목이면 더할 나위 없다고 말한다.

제목을 작성하는 7가지 고려 사항

-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라. (고객의 욕망을 충족시켜라.)

- 고객의 공감을 얻어라. (고객에게 말을 건넵니다. 타깃을 정확하게 언급합니다. 허들을 낮춥니다.)

- 심사위원이나 고객의 오감을 자극해라. (좋은 제목은 듣는 순간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떠올라야 합니다.)

-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숫자를 사용하라.

- 심사위원과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라. (낯선 것과 궁금할 때 흥미를 느낍니다.)

- 좋은 제목을 따라 하는 모방 전략을 써라.

-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본 후 골라라.

p.83~95

사업계획서의 PPT는 눈에 잘 들어오는 제목과 가독성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실행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함을 2장에서 이야기한다.

실행력까지 키우고 났는데도 혹시 합격을 하지 못했다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3챕터에서 짧게 말하고 있다.

시험을 잘 보려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려면 심사하는 사람의 의도 파악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저자 김형철은 『정부 지원 사업 합격 노하우』에서 1,000건이 넘게 심사한 심사 의원으로써의 느낌과 생각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심사위원은 이렇다.'가 아닌 이렇게 심사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법까지 제시해 준 것은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정부 지원 사업 합격 노하우』는 꼭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를 쓰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닌 직장인,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한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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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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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작가 함정임은 이화여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 장착 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에 다년간 협력하며 한국과 프랑스 도서 소개 작업을 했고, 문학 전문 출판사와 문예지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 기획 및 에디터로도 활동한 경력을 갖춘 소설가로 현재는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작가와 작품 주인공의 여로를 따라 현장을 답사하고 쓴 스물네 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작가와 작품에 새겨진 지도의 흐름을 따라간다. 작가가 태어난 곳의 침대와 방, 책상과 창문, 강과 바다, 언덕과 고원, 산과 계곡, 시장과 카페, 광장과 골방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도 한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걸으며 함정임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쓴 것이다.

소설가들은 소설로 대화하고, 소설로 고백하고, 소설로 추모했다. 편집자들은 책으로 그 모든 것을 했다. 카트린은 아버지가 남긴 모든 작품의 전문 편집자였다. 그리고 그녀, 내가 카트린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박완서 선생님의 전문 편집자 호원숙 선생님이었다. p.184

위의 글은 작가 함정임이 카뮈가 살던 동네 루르마랭에서 카뮈의 자취를 돌아보던 중 아버지가 남긴 유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카뮈의 딸 카트린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그녀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되는 박완서 선생님의 전문 편집자 호원숙 선생님과 그녀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카뮈의 무덤 앞에서 7년 전 박완서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더 나아가서는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다듬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작가들에 작품과 그들이 살아 숨 쉬었던 곳의 사진 그리고 작가 함정임의 생각까지 접할 수 있다. 읽지 못했던 작품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읽어 본 작품들은 작가가 이런 풍경에서 이런 곳에서 썼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 책에 가장 적절한 말인 듯하다. 같은 곳을 다녀왔어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곳은 그냥 거리일 뿐이지만,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처럼 작가와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책으로 남길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온 작가가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책을 읽으며 프랑스와 유럽 이야기가 많이 나와 도스토옙스키의 나라 러시아 이야기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10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작가는 마무리했다. 이 부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여행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 여러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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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커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시간 관리법
김지현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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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법』의 저자 김지현은 20대 초반부터 50이 될 때까지 30년 동안 남들보다 시간을 5배는 압축해서 살았다고 자부하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의 전문 분야는 인터넷 비즈니스와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디지털 마케팅, 변화 관리로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이 시간관리, 스마트 워크라고 소개한다. 전문 분야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30년 동안 50권의 책을 집필한 그의 이력을 보면 시간관리를 잘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30년 그의 시간관리의 가장 큰 비결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아이가 없다 보니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집안일에 신경 쓸 일 이 없으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그의 시간 관리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요소였다. 그런 그에게 3년 전 아들이 생겼고, 아이가 생긴 후 그의 시간 관리는 처절하게 무너져 버렸다. 그런 그가 이 책 『시간 관리법』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아이라는 그 변수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2021년 여름 동안 총 3권의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시간 관리의 핵심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고도의 집중력을 언제든 1분 안에 자유롭게 불러들일 수 있는 장치

둘째, 모든 일을 몽땅 온라인 즉, 클라우드에 올려 둔 온 택트 시스템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 워크, 시간 관리의 관점 바꾸기, 시간 관리의 십계명,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도구들 총 4개 파트 30개의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실천 팁을 다루고 있다.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리더,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리더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 중에 어떤 리더가 가장 편할까? 또 어떤 리더가 가장 훌륭할까?

일반적으로 '똑게 > 멍게 > 똑부 > 멍부' 순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

리더가 아닌 일반 직원이라면 '똑부 > 멍부 > 똑게 > 멍게'의 순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

리더와 개인의 평가가 다른 이유는 리더는 모든 사람의 시간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p.128,129

위와 같이 이 책에선 리더의 입장에서 개인의 입장에서 서로 달라지는 시간관리의 예를 설명한다. 리더는 헬리콥터처럼 고공비행과 저공비행을 오가며 두 가지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지금은 리더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일반 직원보다 리더의 시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네 번째 파트인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도구들이다. 저자 김지현은 어떤 도구를 이용해 메모하고 보관하고 분류하는지, 효율적인 정보를 검색하는 법, 업무 협업을 도와주는 SW 등을 자세히 적어두어 이 부분을 읽은 독자라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좋았던 책.

코로나19로 자기관리 비중이 커지고 있는 요즘 직장인이라면 내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나, 항상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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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특서 청소년문학 26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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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리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제10회 푸른 문학상 미래의 작가 상과 2016년 청소년이 뽑은 청문상 등을 수상했으며, 작품으로는 『시간을 담는 여자』, 『나는 랄라 랜드로 간다』, 『치타 소녀와 좀비 소년』, 『표그가 달린다』 가 있다. 『팬이』는 그녀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팬이'는 인간 모습을 갖춘 마지막 로봇-5089이다. 로봇의 팬은 있을 수 없기에 나라도 내 팬이 되려고 스스로 지은 이름이 '팬이'다. 팬이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로봇이다. 로봇이 넘봐선 안되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리셋을 권유받지만, 정작 '팬이'는 리셋이 되면 18년 자신의 삶이 날아가는 것 같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는 중 고흐, 베토벤의 공통점을 보니 그들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팬이'는 예술을 하기 위해선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워리'는 10살 동운이가 스스로 지은 로봇 이름이다. 동운이는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으로 고통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로봇이라 생각하는 아이다. 자신을 로봇으로 받아들인 아이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리셋을 원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가 걱정이다.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동운이의 부모는 로봇 심리학자를 찾아가지만 단칼에 거절당하고, 그곳에서 로봇-5089를 만든 로봇 개발자를 만나 한 줄기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책에는 할머니 행위예술가 '위술'이 등장하고 팬이, 워리, 위술의 관계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많은 일을 로봇에게 빼앗긴 사람들의 마지노선이 바로 예술이었다. p.67

인간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건 벌써 오래된 일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세상. 앞으로 사람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글, 그림, 음악 등 창작과 예술 분야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AI가 한글로 쓴 장편소설이 작년에 나오는 등 이것도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프레임 이란 게 무서운 거지. 한 번 씌워지면 스스로는 벗을 수가 없으니까. p.143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언제 아플지 두려워 가는 삶 말고, 작아도 올곧게 내 목소리를 내자. p.150

선택과 그로 인한 책임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에게만 있었다. p.168

AI도 사람과 같이 성장하는 시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인간만의 권리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로봇인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이미 팬이 같은 로봇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와 청소년 로봇이 성장하면서 도움을 받는 행위예술가 할머니 '위슬'의 설정도 좋았다.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삶은 과학기술처럼 급속도로 변할 수 없고, 분명 나보다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간 이들을 통해 배울 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는 나이가 적어도 많아도 평생을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연령 상관없이 읽기 좋은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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