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글은 작가 함정임이 카뮈가 살던 동네 루르마랭에서 카뮈의 자취를 돌아보던 중 아버지가 남긴 유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카뮈의 딸 카트린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그녀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되는 박완서 선생님의 전문 편집자 호원숙 선생님과 그녀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카뮈의 무덤 앞에서 7년 전 박완서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더 나아가서는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다듬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작가들에 작품과 그들이 살아 숨 쉬었던 곳의 사진 그리고 작가 함정임의 생각까지 접할 수 있다. 읽지 못했던 작품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읽어 본 작품들은 작가가 이런 풍경에서 이런 곳에서 썼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 책에 가장 적절한 말인 듯하다. 같은 곳을 다녀왔어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곳은 그냥 거리일 뿐이지만,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처럼 작가와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책으로 남길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온 작가가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책을 읽으며 프랑스와 유럽 이야기가 많이 나와 도스토옙스키의 나라 러시아 이야기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10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작가는 마무리했다. 이 부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여행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 여러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