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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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작가 함정임은 이화여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 장착 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에 다년간 협력하며 한국과 프랑스 도서 소개 작업을 했고, 문학 전문 출판사와 문예지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 기획 및 에디터로도 활동한 경력을 갖춘 소설가로 현재는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작가와 작품 주인공의 여로를 따라 현장을 답사하고 쓴 스물네 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작가와 작품에 새겨진 지도의 흐름을 따라간다. 작가가 태어난 곳의 침대와 방, 책상과 창문, 강과 바다, 언덕과 고원, 산과 계곡, 시장과 카페, 광장과 골방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도 한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걸으며 함정임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쓴 것이다.

소설가들은 소설로 대화하고, 소설로 고백하고, 소설로 추모했다. 편집자들은 책으로 그 모든 것을 했다. 카트린은 아버지가 남긴 모든 작품의 전문 편집자였다. 그리고 그녀, 내가 카트린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박완서 선생님의 전문 편집자 호원숙 선생님이었다. p.184

위의 글은 작가 함정임이 카뮈가 살던 동네 루르마랭에서 카뮈의 자취를 돌아보던 중 아버지가 남긴 유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카뮈의 딸 카트린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그녀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되는 박완서 선생님의 전문 편집자 호원숙 선생님과 그녀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카뮈의 무덤 앞에서 7년 전 박완서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더 나아가서는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다듬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남을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작가들에 작품과 그들이 살아 숨 쉬었던 곳의 사진 그리고 작가 함정임의 생각까지 접할 수 있다. 읽지 못했던 작품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읽어 본 작품들은 작가가 이런 풍경에서 이런 곳에서 썼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 책에 가장 적절한 말인 듯하다. 같은 곳을 다녀왔어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곳은 그냥 거리일 뿐이지만,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처럼 작가와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책으로 남길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온 작가가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책을 읽으며 프랑스와 유럽 이야기가 많이 나와 도스토옙스키의 나라 러시아 이야기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10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작가는 마무리했다. 이 부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여행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 여러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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