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특서 청소년문학 26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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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리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제10회 푸른 문학상 미래의 작가 상과 2016년 청소년이 뽑은 청문상 등을 수상했으며, 작품으로는 『시간을 담는 여자』, 『나는 랄라 랜드로 간다』, 『치타 소녀와 좀비 소년』, 『표그가 달린다』 가 있다. 『팬이』는 그녀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팬이'는 인간 모습을 갖춘 마지막 로봇-5089이다. 로봇의 팬은 있을 수 없기에 나라도 내 팬이 되려고 스스로 지은 이름이 '팬이'다. 팬이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로봇이다. 로봇이 넘봐선 안되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리셋을 권유받지만, 정작 '팬이'는 리셋이 되면 18년 자신의 삶이 날아가는 것 같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는 중 고흐, 베토벤의 공통점을 보니 그들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팬이'는 예술을 하기 위해선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워리'는 10살 동운이가 스스로 지은 로봇 이름이다. 동운이는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으로 고통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로봇이라 생각하는 아이다. 자신을 로봇으로 받아들인 아이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리셋을 원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가 걱정이다.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동운이의 부모는 로봇 심리학자를 찾아가지만 단칼에 거절당하고, 그곳에서 로봇-5089를 만든 로봇 개발자를 만나 한 줄기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책에는 할머니 행위예술가 '위술'이 등장하고 팬이, 워리, 위술의 관계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많은 일을 로봇에게 빼앗긴 사람들의 마지노선이 바로 예술이었다. p.67

인간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건 벌써 오래된 일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세상. 앞으로 사람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글, 그림, 음악 등 창작과 예술 분야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AI가 한글로 쓴 장편소설이 작년에 나오는 등 이것도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프레임 이란 게 무서운 거지. 한 번 씌워지면 스스로는 벗을 수가 없으니까. p.143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언제 아플지 두려워 가는 삶 말고, 작아도 올곧게 내 목소리를 내자. p.150

선택과 그로 인한 책임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에게만 있었다. p.168

AI도 사람과 같이 성장하는 시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인간만의 권리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로봇인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이미 팬이 같은 로봇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와 청소년 로봇이 성장하면서 도움을 받는 행위예술가 할머니 '위슬'의 설정도 좋았다.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삶은 과학기술처럼 급속도로 변할 수 없고, 분명 나보다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간 이들을 통해 배울 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는 나이가 적어도 많아도 평생을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연령 상관없이 읽기 좋은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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