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책쓰기 - 인생의 돌파구가 필요한 당신
조영석 지음 / 라온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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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조영석은 판이 바뀌는 시대에 개인의 강력한 콘텐츠를 발굴·기획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는 프로듀서로, 현재 성공책쓰기아카데미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1년 '출판업'을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기획업'으로 규정해 라온북을 론칭한 그는 2012년 이후 10년간 800여 종의 책을 기획, 출간해 저자들을 '퍼스널 브랜딩'시켜 각 분야의 '현장 고수'들로 성공시켰다.

어떻게 하면 나를 잘 팔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요즘, 저자 조영석은 "어떻게 하면 나를 잘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미래가 5년 이상 앞당겨지면서 판의 이동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위기의식을 느낀다.

스마트폰은 모바일 1인 시대를 열었고, 코로나19는 언택트를 일상화하며, 1인 시대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그런데 1인 시대의 대중화란 역설적이게도 '콘택트'를 강화시켰다. 정확히는 '내게 필요한 사람과의 연결'을 일상화한 것이다. p.6

프롤로그

공감이 가는 말이다.

2020년 아이들의 등교가 미뤄지고, 다음 주면 학교는 가겠지? 했던 것이 한 달, 두 달이 되며, 학교는 비대면(Zoom)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데스크톱을 쓰고 있던 우리 집은 캠기능이 없어 핸드폰과 컴퓨터를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Zoom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답답했다. 집에서 아이들 상황을 봐 줄 수 없는 선생님과 부모의 답답함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전자제품을 파는 매장마다 노트북과 캠이 동이 났고, 사지 못한 친구들은 작은 휴대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차분히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닌 갑자기 닥친 일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을 우리는 겪어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택트가 일상화됐다. 화상 통화도 잘 못하던 내가 2020년을 지나오며 Zoom 이란 걸 사용하게 됐고, 도서관 수업도 Zoom으로 진행되며, 멀리 지방에 있는 사람들과도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 소통하게 되었다. 화면으로 만나다 보니 공간을 초월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내게 필요한 사람과의 연결을 일상화 한 이 시점에서

당신은 '누구'로 브랜딩 되어 있는가?

브랜딩 된 당신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당신이 'Zoom'으로 함께 모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를 저자는 묻고 있다.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게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 즉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지금과 같은 1인 시대에는 나를 다른 이들에게 전문가로 알리는 것, 즉 전문가로 브랜딩이 되어 있어야 하기에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한다.

퍼스널 브랜딩의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저자는 지난 10년간 '책쓰기'로 750여 명의 저자를 브랜딩 해왔다며, '퍼스널 브랜딩 책쓰기'는 1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강력한 무기라고 이야기한다.

나만의 콘텐츠를 제대로 담은 책 한 권은 1만 명의 고객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직업이나 비즈니스의 길을 열어준다. 때론 생각지도 않던 투자나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한다. 또한 책을 출간하면 평소 당신이 연결하고 싶었던 곳에서 먼저 좋은 제안이 올 수도 있다.

프롤로그

이 책은 판의 이동 시대, 당신은 누구로 브랜딩 되어 있는가, 퍼스널 브랜딩 책쓰기 8단계, 퍼스널 브랜딩 책쓰기를 무기로 활용하는 법 이렇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선 내가 누구로 브랜딩 되어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준비하라고 한다. '당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고, 당신이 팔려는 것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장에선 책쓰기의 단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쓰기와 글쓰기는 다른 것임을 강조하며, 책쓰기는 A4, 두 장을 쓸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쓰기는 글쓰기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며, 저자는 출판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강조한다.

3장에선 한 권의 책이 저자의 인식을 바꿔놓고 고객들을 몰려들게 할 수도 있지만, 양질 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일정량의 출간된 책이 쌓여서 임계점을 넘을 때 그 이후 출간된 한 권의 책이 질적인 변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한 권의 책쓰기를 빨리 시작하라! 한 권은 처음일 뿐 3~5권까지 내달려라! 저자는 이 이야기를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퍼스널 브랜딩 책쓰기'를 읽으며, 작가는 창의융합형 인재여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의 책을 낼 때 글뿐만이 아닌 삽화나 편집 방향도 신경 써야 하고, 출판 전에 홍보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고 책을 쓰는 게 좋다는 부분을 읽으니 책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작가는 하루에 A4, 두 장씩 50일만 쓸 수 있다면 책을 낼 수 있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며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작가가 하고 있는 성공책쓰기아카데미와 성공책쓰기 개인 코칭의 개대 성과와 교육 내용, 교육 대상, 교육 기간에 대한 부분도 첨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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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왕
이홍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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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홍은 1978년 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문예 창작과를 졸업하고 2007년 제31회 오늘의 작가 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그녀는 해외에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외국 소설가 및 번역가들과의 국제문학 교류 프로젝트와 문학행사를 기획하는 문학단체 '에이전시 소설'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씨름왕』은 2022년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한 단편 다섯 편과 「문장 웹진」에 발표한 단편 한 편에 신작 한 편을 덧붙여 총 7편으로 완성된 연작 소설집으로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신작이다. 최근 몇 년 간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그녀는 슬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죽음의 세계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작아짐을 느꼈던 그녀는 글쓰기에 몰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씨름왕』에 수록된 소설을 써나갔다고 한다.


책은 베네치아의 문, 씨름왕, 첫사랑이 끝났다, 줄리아니, 데이트, 요 네스뵈를 더 사랑할 권리가 있다, 들배지기의 순간 이렇게 7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각각의 단편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지현, 지운, 재우 핵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다.


"나는 사랑하지 않을 때 추락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바닥으로 쾅 떨어져서 박살 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추락하는 거 같은. 소주를 들이붓고 나서 토하기 직전의 기분과 비슷한데 그 끔찍한 기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고 생각해 봐." p.166


지현은 사랑하지 않을 때 추락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사랑을 멈출 수 없다며, 초등학생 시절부터 남자 친구가 없는 시절을 거의 보내지 않는다.


지현의 아빠는 1980년대 전국 각지에서 열린 크고 작은 씨름 대회에서 스무 번 이상 우승한 씨름왕이다. 지현이 초등학생 때 아빠는 상품으로 황소를 받아왔고, 지현은 황소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받고 깊은 공감을 한다.


그녀는 대학에 다닐 때 남자들로부터 연애나 결혼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황소 같은 남자'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황소는 그녀가 무엇을 하든 가은 자리에 있으며 굳이 떠나야 할 이유를 주지 않았고, 먼저 스스로 그녀를 떠나려고 안달하지도 않은 그런 존재였다.


마흔의 적지 않은 나이에 황소와 닮은 이탈리아인 '루'를 만난 지현은 이년 반이라는 장거리 연애를 하며 쌍둥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쌍둥이 태아 중 하나는 심장이 뛰지 않았고, 다른 한 생명만이 뱃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루는 지현을 가족에게 소개하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이탈리아로 초대한다. 하지만, 지현은 거기에서 지내면서 알게 된다.


루와의 결혼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지현은 또 한 번의 이별을 고한다.


20대 초반 재벌 집 아들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지현은 임신을 한 채로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그리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오른다. 싱가포르에는 지현과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9년 후에 우연히 만나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지운이 살고 있었는데, 지현은 지운의 집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싱가포르에서 지운은 연수와 같이 살고 있었다. 연수는 임신한 채 지운을 찾은 지현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안방의 침대까지 내준다. 그렇게 셋의 동거가 시작됐고, 지현은 그곳에서 재우를 낳아 키웠다.


지운은 남편도 남자친구도 아닌 황소같은 존재로 지현의 곁은 든든히 지킨다.


연수는 유방암 수술을 세 번 하며 병약해져가고 결국은 싱가포르에서 죽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 말, 나는 믿지 않아. 뒤따라올 수많은 실패들을 견디게 해주는 건 과거에 실패했던 기억이 아니잖아. 단 한 번. 어느새 희미해진, 그 단 한 번, 이겨 본 것만 같았거나 실제로 이겨 보았던 바로 그 감각."


연수의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지운과 지현, 재우는 이야기한다.

연수가 삶에서 가장 멋지고 황홀했던 순간은 지현의 아빠인 씨름왕을 '들배지기'로 이겼던 때라며, 그들의 삶에서 들배지기의 순간은 언제였는지에 대해.


영화나 책에는 주인공이 정해져 있지만, 내 삶에서 주인공은 내가 될 수밖에 없다. 각각의 단편에선 재우가 주인공이 되지고 연수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이 연작소설을 읽는 즐거움인 듯하다.


"내 삶에서 가장 멋지고 황홀했던 '들배지기'의 순간은 언제였을까?"가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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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지구 이야기 - 어린이를 위한 지구의 모든 것 나의 첫 번째 과학 이야기
스테파니 만카 쉬틀러 지음, 박은진 옮김 / 미래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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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지구 이야기』의 작가 스테파니 만카 쉬틀러 박사는 생물학자이자 작가, 기업가 겸 과학 커뮤니케이터이다.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종을 연구하는 그녀는 '상식을 뛰어넘는 과학자들'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과학자들'에서는 야생동물 생물학자들을 지도하기도 하고, 야생동물에 관한 과학적 연구와 일반인에게 야생동물의 보존에 대해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지구는 날마다 놀라움을 선사하고 경외심에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운 행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그런 지구에게 이 책을 바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나의 첫 번째 지구 이야기』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책에는 지구 내부, 지구 표면, 육지, 화산, 나무와 식물, 물, 바다, 대기, 오존층, 지구의 궤도, 달, 조수, 기후, 날씨, 열은 날씨를 어떻게 만들까요? 기압, 습기, 구름에 대한 내용이 한 장에서 두 장에 걸쳐 설명되어 있다.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고, 용어를 설명하는 정도와 아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정도로 간단히 정리되어 있다.


대륙은 판 구조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들은 아주 천천히 움직여요. 두 지각판이 서로 밀어내면 땅이 솟아올라 산맥을 이룬답니다. 반대로 두 지각판이 서로 멀어지면 밑에 있는 맨틀이 밀려 올라가 새로운 지각이 생겨나요. p.15


판 구조론 : 지구 표면의 거대한 판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지형을 만드는 과정. p.63


대륙을 예로 든다면 대륙은 판 구조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판 구조론에 대한 내용은 같은 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다.


내가 중학생 때 배운 판 구조론을 어린이, 특히 초등 저학년이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책에서는 판 구조론에 대한 내용을 말하지 않고, 붉은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용어들을 책의 제일 뒷부분 용어집 부분에서 한 번에 설명한다.


과학 용어를 쓰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과학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 용어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미국삼나무인 레드우드 나무예요. 키가 어찌나 큰 집 19채를 차곡차곡 쌓은 것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것도 있답니다. p.21


이렇게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문제와 답도 수록하고 있다. 키가 가장 큰 나무는 몇 미터라는 설명보다는 큰 집 19채를 쌓은 높이와 맞먹을 정도라고 설명한 것도 아이들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려고 한 듯하다.


『나의 첫 번째 지구 이야기』는 심도 있는 과학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생겼고,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걸 우리는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그림과 글로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주변 지구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유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혼자 보는 것보다는 과학을 조금이라도 더 배운 형, 누나, 엄마, 아빠와 같이 보며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혼자 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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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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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웹진 림LIM은 등단 여부 및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연재 플랫폼이다. 림LIM에서는 장·단편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요일마다 하나씩 만날 수 있다.


림LIM에서는 웹진에 연재한 작품 중 일부를 엮어 일 년에 두 권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2023년 봄을 맞아 젊은 작가 단편집 1 『쿠쉬룩』이 나왔다.


이 책에는 서윤빈 작가의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서혜듬 작가의 영의 존재, 설재인 작가의 이십 프로, 육선민 작가의 돌아오지 않는다, 이혜오 작가의 하나 빼기, 천선란 작가의 쿠쉬룩, 최의택 작가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 이라는 일곱 작가의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작가노트가 있어, 작가가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전청림 작가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동화라는 작품 해설이 들어있다.


내가 너무 꼰대가 된 건가?


이 단편집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30쪽 남짓한 내용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는 왜 이 글을 썼을까?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문해력이 이렇게나 떨어졌던 사람인가?

젊은 세대와의 공감 능력이 이렇게나 떨어지는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들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해해 보려고 한 작품을 두, 세 번씩 읽었다. '쿠쉬룩'같은 경우는 다섯 번쯤 읽었던 것 같다. 명확히 이해할 수 없던 작품은 마지막에 있는 작품 해설을 통해서야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쿠쉬룩

천선란


천선란 작가의 『쿠쉬룩』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되돌아갈 곳은 반드시 자기 자신의 고향일까?

인간은 연어처럼 귀환하고 산란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인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이 중첩된다면, 인간의 고향은 미래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고향이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살면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일하는 '엔릴'의 이야기를 다룬다.


엔릴은 휴가 중 회사에서 급하게 부름을 받는다. 마인드 업로딩을 한 사람들이 갑자기 증발했고, 그 어디에서도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증발한 사람 중엔 엔릴의 언니도 포함됐다. 엔릴보다 25살이 많았던 언니는 엔릴에게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다. 언니를 찾기 위해 엔릴은 네트워크에 자신을 접속한다.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발락에게 엔릴은 증발한 사람들에 대해 물었고, 발락은 대답했다.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삭제되었다, 와 다른 말이었다. 찾을 수 없다는 건, 어딘가에는 있다는 말이었다. P.165


엔릴은 시스템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며 끈질기게 발락에게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 묻는다.


"모두 어디 있지?"

"찾을 수 없어."

"아니, 그들은 아직 시스템 안에 있고 너는 그걸 알아. 아는데 감추고 있어."

"찾아지길 원하지 않아. 숨었어, 깊이. 아주 깊이."

"당사자 선택이라는 말인가?" P.169


증발해 버린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이곳에서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식사하고 있다고 발락은 이야기한다.


미래는 위험해.

인간의 미래는 죽음, 불안, 불확실, 절망, 나아지지 않음, 달라지지 않음, 변화하지 않음, 정세의 악화 그런 것들로 가득해.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아. 누구도 미래를 바라지 않아. 누구도 미래에서 희망을 느끼지 않아. 인간에게 미래는 그렇다. P.171


미래에서 희망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을 시스템 안에 가두는 증발을 선택했다. 다가오는 내일은 알 수도 없고, 예측도 되지 않지만, 과거는 정답을 정해두고 기다리고 있어 지나온 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불확실함이 없는 각자가 만든 과거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을 선택했다.


엔릴은 그곳에서 언니를 찾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진짜가 아니라고 가짜가 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게 가짜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 진짜가 아니라고 가짜인 건 아니야.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가 중요한 거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상상해서, 세계를 만드는 거지. 두려운 것이 없는 완전한 세계를, 그렇게 우주를 만드는 거야, 이곳에서. 그런 이곳이 진짜가 되겠지." p.182


'쿠쉬룩'은 수메르어로 상자를 뜻한다.


작가 천선란은 검고 적막한 전시실에 가득했던, 글자라고 해야 할지 그림이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언어에 압도되었던 순간을 글로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는 공포심과 안도감이 존재하는데, 그런 곳에서 느끼는, 내가 아닌 나를, 그렇게 마주하는 낯선 너를, 소슬함을 독자가 느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며 작가는 글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나만의 상자 안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인가?

아니면 과거라는 상자에 갇혀 안식만을 추구하는 사람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진실한 사람일까?


『쿠쉬룩』은 어렵게 읽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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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걱정돼 - 바다를 위협하는 7가지 특서 어린이교양 1
조미형 지음, 김수연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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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걱정돼』의 글 작가 조미형은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살면서 길을 따라 걷고 글을 쓴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다시 바다에 서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바다가 걱정돼』의 그림작가 김수연은 어린이 문학에 관심이 많아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한 책을 만들어 세상의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바다가 걱정돼』는 어린이를 위한 환경 도서로 그림의 비중이 많은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책을 다 읽고 그림으로 아이들과 하부르타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기름, 쓰레기, 선크림, 낡은 어구, 폐수, 기후 변화, 해저 개발 이렇게 바다를 위협하는 7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중 첫 번째는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인해 다량의 기름이 유출하여 발생한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사고에 대한 이야기다.


축구장 1800개의 면적보다 많은 기름이 서해에 쏟아졌고, 태안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고 있던 군민들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태안의 바다는 10년 만에 푸른빛을 찾을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기름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10 년 만에 오염에서 벗어난 것은 나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 국난 극복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고, 이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태안에는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을 세워졌다.


몇 년 전 아이와 태안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에 들른 적이 있었다. 친구네는 태안에 살고 있었기에 그 당시 봉사를 나가서 직접 기름을 닦아냈고, 그때 상황이 얼마나 참담했었는지 기념관을 둘러보며 설명을 해주었다. 크지 않은 기념관이었지만,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태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에 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름 유출 사고로부터는 10년 만에 벗어났지만, 그때 기름을 닦아낸 흡착포와 마스크, 입고 작업했던 비닐 옷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왔다는 건 123만 명 이상의 비닐 옷과 마스크, 엄청난 양의 흡착포가 쓰레기로 나왔을 텐데, 그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식충 식물의 섬모를 모방해 기름이 들러붙지 않는 뜰채를 개발했어요. 친환경 소재인 레이온과 식물 모시를 사용해 만들었지요. 바닷물은 기름 뜰채를 잘 통과하고, 걸러진 기름은 쉽게 미끄러져요. 또한 수백 번 사용해도 기름 뜰채에는 기름이 들러붙지 않아요. 이 기술은 바다 기름을 제거하는 데 사용하는 장갑, 작업복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요. p.33

보글보글, 지식 더하기 『바다가 걱정돼』



『바다가 걱정돼』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보글보글, 지식 더하기>라는 장이 있다. 쓰레기에 대한 생각으로 갑갑했었는데,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기름이 들러붙지 않는 '기름 뜰채'를 개발했고, 이는 수백 번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재로 인한 사고였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도 사람이었고, 앞으로를 대비해 '기름 뜰채'를 개발해 낸 것도 사람이었다.



산호초는 지구 바다 면적의 0.1% 정도를 차지하지만, 바다 생물들의 25%가 산호초와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p.78

옥시벤존 성분 한 방울을 올림픽 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7개 정도의 분향의 물에 떨어뜨렸을 때 산호와 물고기, 해파리, 성게, 바다거북 등 바다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어요. p.80

『바다가 걱정돼』



옥시벤존은 자외선 차단제나 화장품의 성분으로 쓰이는 유기 화합물이다.


바다에서 자외선 차단제가 문제가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옥시벤존 성분 한 방울이 이렇게나 치명적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얼굴이 허옇게 될 때까지 발랐던 자외선 차단제. 그게 그렇게 바다 생물에 치명적이라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가 참 부끄러워졌다.


『바다가 걱정돼』는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나와 글 밥이 많지 않고, 그림이 많다. 그래서 금방 읽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바다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이를 위한 책으로 나왔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환경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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