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디에 특서 어린이문학 2
이도흠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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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의 글 작가 이도흠은 현재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에 선정되기도 한 이도흠 작가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과 약자들이 좀 더 잘 사는 세상으로 바꾸는 데 보탬이 되고자 애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엄마는 어디에』의 그림 작가 윤다은은 현재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예술 전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그는 그동안 여러 가수의 앨범 커버와 소설 등의 북 커버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다.

책은 알 속의 연어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게 너무 아파서 그만두려고도 생각했지만, 아기 연어는 바깥세상이 궁금했다.

머리를 내밀고 안간힘을 쓰며 온몸을 흔들어 대던 연어는 드디어 세상과 마주한다. 다른 알들도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조용한 알 속 세상에 있다가 나오니 바깥세상은 시끄럽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나온 주인공 연어가 아직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 연어 알 주변으로 가서 어서 밖으로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바깥세상에서 만나게 된 오누이 사시인 아리, 마루, 이든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 위험한 순간을 맞게 되고, 오누이는 생각한다.

"우린 왜 엄마가 없지?"

세 오누이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엄마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알고 있는 물고기가 없다.

이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물고기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물고기 학교의 선생님을 통해 어떤 물고기가 위험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어느 날 몸이 약한 막내 연어가 힘센 다른 물고기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상처를 입는다.

집에 돌아와 학교 가기가 무섭다는 막내의 이야기를 듣고, 힘센 무리에 있던 오빠 연어는 뉘우치게 된다.

힘이 약하다고 재미로 놀리고, 괴롭혔던 친구가 자기 막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빠 연어는 몹시 괴로워한다.

이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경쟁은 곧 야만이며 교육과 인류 문명사회에 대한 부정입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교육은 공감·협력 교육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을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병처럼 아파하고 협력/연대하는 비판적 주체, 곧 눈부처 주체로 키우는 교육입니다. p.189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병처럼 아파한다면, 그 고통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TV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이 생각이 났다.

"나만 아니면 돼!"

연기자들은 프로그램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하기 힘든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이야기한다.

"나만 아니면 돼!"

프로그램을 위해서 해야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 말은 타인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없기에 가능한 말이란 생각이 들며, 함부로 써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어디에』를 읽는 동안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린이를 위해 쓰인 동화 같은 내용이라 그냥 술술 잘 읽혔다.

책의 뒤쪽에는 20쪽 분량의 부록이 있다.

부록에는 '눈부처' 사상에 대한 설명과 공감·협력 교육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다.

나와 같은 어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부록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어린이를 위한 책의 내용에선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는데 부록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눈부처'에 대한 내용은 부록에 설명되어 있다.

눈부처를 바라보면, 상대방의 몸인데 내가 거기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부처를 보는 순간 내 눈동자에도 상대방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눈부처를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너와 나,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해체되고 상대방을 내 안에 서로 모시는 남모심의 관계를 이루게 됩니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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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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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가 원작인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와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는 2023년 5월 시작한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 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책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원작가는 김수정이다. 김수정은 1983년 만화 잡지를 통해 『아기공룡 둘리』를 탄생시켰고,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하였다.

둘리가 탄생한지 40년 만에 영화로 나오게 되어 어른이 된 내게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했는데,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라는 책은 중년이 넘은 내게 주변의 돌아보는 시각을 선물해 줬다.

둘리는 어느 날 고길동과 크게 싸운다. 둘리는 고길동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자신의 애완동물인 고길동이 저렇게 나를 구박하는 걸까? 그래도 되나?'

고길동네 집에서 숙식을 무료로 해결하는 둘리, 고길동이 자신과 친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당연한 일을 하는 길동이가 왜 자신을 구박하는지 둘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둘리는 비 오는 날 고길동 방의 창문 앞에서 시끄러운 악기 소리를 내며 시위를 한다.

"가나다라마바사…, 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크게 한번 웃자. ♬♪"

길동이가 보는 TV프로그램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밖에서 시위를 한 둘리는 마음이 조금 풀린다.

그런데 막상 자려고 잠자리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는다.

둘리는 조용히 일어나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고 이렇게 속삭인다.

"내가 그렇게 밉상인가?"

이 장면을 보고 작가 김미조는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당신이 사랑해야 하는 첫 번째 상대는 당신 자신이에요.

나를 보지 않고서 다른 이를 볼 수 없어요.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없어요. p.133

사춘기 특징 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

고아를 꿈꾸는 시기라는 걸 강의에서 들었다.

나의 정체성을 찾다 보면 꼭 한 번은 오는 고비인듯하다.

둘리도 정체성을 찾다 보니, 길동이와 의견 충돌도 일어났던 것이다.

그럴 땐 자신의 감정에 푹 빠지기 보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고 작가 김미조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항상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가까이 있는 행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둘리라는 만화의 장면 장면을 보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게 쓴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는 내 마음이 힘들어지려고 할 때 읽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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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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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가 원작인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2023년 5월 시작한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 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책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원작가는 김수정이다. 김수정은 1983년 만화 잡지를 통해 『아기공룡 둘리』를 탄생시켰고,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하였다.


둘리가 탄생한지 40년 만에 영화로 나오게 되어 어른이 된 내게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했는데,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라는 책은 중년이 넘은 내게 마음의 위로를 줬다.


"혼자 힘내지 말고 함께 힘내요."


둘리는 1983년 홀로 한국(서울)에 도착했다. 눈을 떠보니 엄마도 없고 낯선 곳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간다.


어릴 때는 참 별로라고 생각했던 캐릭터, 고길동. 하지만 내가 중년이 되니 고길동은 진정한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고길동은 둘리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또치와 도우너까지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자꾸 늘어난다. 둘리와 친구들이 나가라고 순순히 나갈 녀석들도 아니고, 고길동은 화를 주체할 수 없어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친다.


그걸 본 도우너가 둘리에게 이야기한다.

"저러다가 길동이 미치겠다."


이 장면에서 둘리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생각 안 해도 될 걸 생각하고, 화내고, 생각하고, 화내고…."


그 옆에 있던 또치가 이야기한다.

"좋은 기억들은 남겨두고, 나쁜 기억들만 싹 지워버릴 수 있는 요술 지우개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작가 김미조는 위의 만화 내용을 보고 이렇게 글을 썼다.


요술 지우개는 정말 없을까요?

좋은 기억은 남겨두고

나쁜 기억만 싹 지워 버릴 수 있는

요술 지우개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요.

하지만 없으면 또 어때요.

나쁜 기억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주잖아요.

그게 이미 마법인걸요. p.50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아예 머릿속에서 없애버릴 수는 없을까?


하지만, 그렇게 다 지워버리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일만 기억한다면, 세상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할까? 같은 일을 겪었더라도 내 기억과 다른 사람의 기억은 분명히 다를 텐데….


나쁜 기억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필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에도 공감이 간다.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이렇게 둘리 만화의 장면과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짧은 글에는 어른인 당신도 아이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방황하는 여정을 거친다며, 혼자 힘내지 말고 함께 힘내자고 읽는 독자를 위로한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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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생 - 새이야기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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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곽정식은 대학에서는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했고 기업에서 35년을 근무하면서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해외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던 그는 마흔이 되던 해 《 The Global Steel Scrap 》라는 책을 썼고,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3년에 《생존과 자존》이란 책을 냈다.


2021년 예순이 넘은 나이에 그는 그동안 살아온 삶을 토대로 《충선생》을 발간했고, 그 책을 읽은 지인이 곤충뿐만이 아닌 곤충에 얽힌 중국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또한 지인은 작가에게 충선생을 썼으니 '충'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새 이야기를 쓰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했다.


왜 벌레와 새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작가는 지인의 생각에 의문을 품은 채 틈틈이 새들을 조사하고 새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자신이 어린 시절 텃새처럼 둥지를 짓고 살았던 금만평야에서 작가는 그 답을 찾았다.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제각각 존재하던 벌레와 새 그리고 인간은 우주 안에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용기를 내어 새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충선생'에서 다하지 못했던 삶의 곡진한 이야기들을 새를 통해 풀어내 보고 싶었다. p.5 머리말


책에는 우리와 함께 사는 새, 아낌없이 주는 새, 산과 물에 사는 새, 세계를 여행하는 새, 머나먼 곳이 고향인 새 이렇게 5가지 파트로 나뉘어 21종 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Part4. 세계를 여행하는 새의 첫 번째로 뻐꾸기가 나온다.

탁란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나쁜 새로 낙인찍혀버린 뻐꾸기,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뻐꾸기를 잘 아는 새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뻐꾸기시계', '뻐꾸기 밥솥', '뻐꾸기를 날린다' 등…. 뻐꾸기란 새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잘 아는 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아프리카에서 인도 미얀마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날아오는 여름 철새인 뻐꾸기는 일본, 중국, 한국에 다른 느낌을 주는 새이다. 일본인들이 쓰는 '뻐꾸기가 운다'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쓰는 '파리 날린다'에 비견되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뻐꾸기 대신 까마귀와 참새로 '아작무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그 의미는 까마귀나 참새도 없이 조용하다는 쓸쓸하고 적적하다는 표현 대신 쓰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같은 뻐꾸기지만 나라마다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못했다.

작가는 이렇게 다방면으로 새에 대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뻐꾸기의 얌체 같은 탁란 방식을 영어로는 기생한다는 의미로 '브루드 패러시티즘'이라고 한다. 사실 뻐꾸기만 탁란하는 것이 아니라 100여 종의 새가 탁란한다. 더구나 뻐꾸기 종류가 다 탁란하는 것도 아니다. 뻐꾸기 120종 중 30종 정도가 탁란할 뿐이지만 어찌 된 셈인지 뻐꾸기가 탁란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간통하여 낳은 아이를 '뻐꾸기 새끼'라고도 한다. p.179


자연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뻐꾸기의 탁란을 다룬 적이 있다.

뻐꾸기는 자신의 둥지를 짓지 않고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딱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 주변에서 계속 지켜봤다. 뻐꾸기 알이 부화를 하면 뻐꾸기 새끼는 같은 둥지에 있던 다른 알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는 격이다.


그 영상을 함께 본 나와 아이는 뻐꾸기는 나쁜 새라고 생각했다.


사실만 두고 이야기한다면 뻐꾸기는 나쁜 새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보니 이유 없는 악행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뻐꾸기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찾아봤다. 그때는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시민강좌에서 조류 수업을 듣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뻐꾸기가 탁란을 하는 이유.

1. 아프리카에서 10,000km를 날아와 5월에서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마치고, 다시 뻐꾸기는 아프리카로 날아가야 한다. 3~4개월 동안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2. 뻐꾸기는 두견이과 새로 체온 유지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알을 품는다고 해도 부화할 확률이 낮다.

3. 뻐꾸기는 신체구조상 다리가 짧아 알을 품기 어려운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가 학계에서 뻐꾸기가 탁란을 하는 이유로 알려져 있다는 걸 알았다.


뻐꾸기가 나쁜 새가 아닌 불쌍한 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 때문이었을까?

무슨 일을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중 나도 포함된다.


남에게 맡기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신경 쓰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인 내가 내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고, 주변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게 쉬울까?


분명 뻐꾸기에게도 속 사정이 있을 테고, 사실만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다뤄줬으면 뻐꾸기가 이렇게까지 욕을 먹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동정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뻐꾸기가 탁란을 하고도 그 주변을 떠나지 않고 우는 것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뻐꾸기는 8월에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하기에 남의 집에 맡겨놓은 자신의 새끼에게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탁란을 한 둥지 주변에서 새끼에게 계속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뻐꾸기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뻐꾸기 소리는 여름에 도심공원이나 우리 집 주변에서도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뻐꾸기 울음소리가 더 구슬프게 들린다.


조류학자가 아닌 작가 곽정식이 쓴 『조선생』은 생태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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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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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나운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인, 여행 작가, 번역가, 소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손미나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유학 생활을 담은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2006년에 스페인 문화 홍보대사로 임명된다. 스페인과 한국을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꾸준히 해오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에게 시민십자훈장을 받기에 이른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이후 두 번째 스페인 책인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피어올랐던 생각을 갈무리한 글이다.


작가 손미나는 오랜 친구이자 여행 메이트인 일본인 사진작가 레이나와 청년 영상감독 이지환과 셋이서 2022년 5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세 사람은 그 길이 전해줄 선물이 절실하다며 여행을 시작했다.


얼마나 고된 일정이 될지? 여행이 끝난 후, 자신과 인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시작된 여행에서 손미나는 순례길을 걸으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여행이란 게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휴식을 위한 여행, 무언가를 보기 위한 목표가 여행, 멋진 풍경을 느끼기 위한 여행 등….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체험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도 참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 다음 챕터에 뭘 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 걷는 것 같아. 새로운 질물을 얻을 수도 있고 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뭐가 되었든 얻는 것이 있겠지?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발 두 개가 필요해. 발바닥이 완전히 너덜너덜해. 하하하." p.154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푸른 눈의 아이리시 청년이 한 말이다.


순례길 위에서는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지게 되고, 같이 걷는 사람들끼리는 마음을 열고 있어 어떤 질문도 날을 세우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에 손미나는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한 청년에게 질문을 했다. 그 청년의 팔에는 '86400'이란 숫자가 쓰여있었다.


"86400은 무슨 의미야?"


청년은 이걸 새길 때 자신이 살았던 시간 수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인생 중 17년을 여행만 했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기가 17년을 전 세계를 돌며 느낀 게 있다고….

나에게 벌어져야 할 일은 나를 지나치지 않고 언젠가는 내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과거는 이미 알지만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길이 없으니 현재를 살아야 한다면서 그저 현재에 집중해 살면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그걸 기억하기 위해 한 문신이라고 했다.


여행이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같은 생활권에 살지 않는 사람을 만나 열린 대화를 하다 보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 생기고,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여행이 매력적인 듯하다.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책을 읽으며, 언젠가 산티아고가 나를 부르면 주저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풍경 사진이 글의 매력을 더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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