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임유란 엮음 / B_공장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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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자신이 칸트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칸트의 사상을 올바르게 계승했다고 확신했던 독일의 철학자이다.


쇼펜하우어는 30대 초반에 동양학자 프리드리히 마이어를 통해 힌두교와 불교를 알게 된다. 그는 이 종교들의 핵심 교리 속에 자신과 칸트가 도달한 결론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을 쇼펜하우어는 글로 남겼고, 서양에 동양철학의 세련된 점을 알리게 된다.


그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간의 유사성을 말한 철학자이자 자신은 무신론자임을 표명한 독창적인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은 19세기 말에 유행해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문학계의 수많은 작가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도스토옙스키, 프랑스의 작가 에밀 졸라, 모파상,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 등도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톨스토이는 집에 쇼펜하우어의 초상화 하나만을 걸어두었을 정도로 그의 사상에 심취했다.


나는 쇼펜하우어가 세계의 모든 인간 중 가장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네. 쇼펜하우어가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세상에 바보들이 많기 때문일 거야. p.8

- 톨스토이가 러시아어로 쇼펜하우어의 책을 번역한 친구 페트 센신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쇼펜하우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던 사람일까?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쇼펜하우어의 행복 수업』의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행복의 문, 행복의 열쇠 : 행복은 다른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거래하는 것이다. p.13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p.23

세르반테스의 경우를 보면, 참혹한 감옥에서도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를 쓸 수 있었다. 그는 갇히고 폐쇄되었다는 외적 환경보다는 의식을 자유롭게 풀어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정신력이 강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 p.24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행복과 불행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한다. 내 몸이 감옥에 갇힌다는 것은 외적으로 볼 땐 굉장히 불행한 환경이다. 그런 환경이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돈키호테』와 같은 대작을 쓰는 동안 세르반테스는 행복했을 거라는 쇼펜하우어의 견해에 나는 100% 공감할 수 있었다.


'행복은,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행복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상대로 할 때 극대화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


갑자기 TV프로그램 <먹찌빠>가 생각이 났다.

나는 고등학교 때 덩치가 좀 큰 편이었다. 그때는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내 뒤에서 내 덩치에 대해 쑥덕거리는 것 같아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땐 먹는 것이 좋고, 행복해서가 아니라 입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먹방 프로그램이 잘 되기 시작했고,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프로그램이 '히트'를 쳤다. 방송에 나온 식당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맛있는 녀석들의 초창기 멤버는 덩치가 있는 개그맨과 개그우먼이었는데, 그들의 식사는 음식을 정말 행복하게 먹는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처음에 그 프로그램을 봤을 때는 "저렇게 많이 먹는다고? 그렇게 먹고도 괜찮을까?"라고 했던 생각이 프로그램이 계속될수록 "정말 맛있게 먹는다.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네. 나도 행복하게 먹고 싶다"라고 바뀌었다.


그들은 내 고등학교 때와는 달랐던 것이다. 먹는 것에 진심이었고, 먹는 것에서 행복을 찾았던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외모로만 판단하지 않게 됐다. 행복하게 먹으면 '0 kcal'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먹방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먹찌빠>, 이 프로그램은 덩치 열 명이 나와 팀을 나눠 겨루는 '덩치 서바이벌'이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을 봤을 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뚱뚱한 몸을 부끄러워하거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먹을 때 정말 행복해 보였고,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들은 내 고등학교 때와는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시대적 흐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며 '행복'과 '불행'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던 것 같다.


2장. 사랑의 힘 : 사랑은 혹독하게 추운 겨울에도 장미를 피운다. 우리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것 중 유일한 것이 사랑이다. p.53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인간의 본능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질은 짝을 이루려는 의지적 행위이다. 그것이 바로 모든 생명체의 핵심이며 그것에 모든 실존의 목적이 있다. p.76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3장.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 : 어리석은 사람은 멀리서 지혜를 찾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발밑에서 지혜를 찾는다. 지혜란, 추구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에 대한 지식이다. p.89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가끔은 고독하라

고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진정한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p.107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혼자 지내다 보면 육체적인 저항력이 낮아지고, 지병이 쉽게 찾아온다. 또한 지나친 고독은 정신을 예민하게 만들다고 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가끔 고독해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독은 나와 세상의 존재를 빛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며, 정신적인 고독과 육체적인 고독을 동반할 수 있는 일만큼 세상에서 행복한 일도 없다고 말한다.


4장.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 나 혼자만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다. p.13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건설 현장의 인부들은 건물이 어떤 의도로 설계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건물의 설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만약 당신이 소중한 인생의 하루나 매 순간들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은 인생 전체의 설계를 생각하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이지 고용된 인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p.147

[서평] 쇼펜하우어 행복 수업 - 자신만의 삶의 역사를 써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건설 현장의 인부들은 건물이 어떤 의도로 설계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라는 구절이었다.


건설 현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과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을 세상을 살며 느껴왔다.


인생의 설계도를 작성하기 위해선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아는 일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쇼펜하우어는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과 닿아있다.

'쇼펜하우어'는 문학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의 책은 꾸준히 읽혀왔지만, 요즘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왜?


에세이가 유행을 타고, 나 자신을 알고 알리는 것에 현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은 마음들이 커졌기 때문 아닐까?


SNS에 보이는 꾸며진 행복 읽기에 지친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에 대해 알고 싶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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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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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박사로 통하는 곽재식 박사를 생각하면 친근하고 푸근한 웃음을 짓는 얼굴이 연상된다.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EBS의 인물 사담회와 SBS의 김영철의 파워 FM 등 대중매체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SF의 소재로 자주 다뤄지던 장면 중 몇몇이 실제 일상에 널리 퍼지는 시대가 시작되면서 SF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작가 곽재식은 SF와 사회의 관계를 좀 더 깊이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SF에서 따져볼 만한 윤리 문제, 사회 문제만 모아서 글을 써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이다.


책에는 50가지 질문이 있지만,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작가는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각 문제의 소개가 끝나면 그 문제가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어떤 전망이 나와 있는지 정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한다.


흥미로운 질문이 정말 많다.

'로봇세', '사람에게 일은 꼭 필요한가?' '컴퓨터에 뇌를 업로드하면 그 컴퓨터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등….


그중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48장에서 언급된 '외계인과의 접촉은 어느 부처 관할일까?'였다.


"외계인과의 접촉은 어느 부처 관할일까?"

과거에 없던 문제에 대응하는 프로세스 정립의 문제. #공공기관 #책임회피 #관할문제 #신기술규제

[서평]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 - 곽재식


스피카 5 행성에서 우주 화물선이 파괴된 흔적을 정찰하던 이미영은 정찰 중 이상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이미영이 다가가자 외계 생명체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외계 생명체가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 서울의 광화문 사거리 한가운데였다.

광화문 사거리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를 보고 시민들이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사진을 찍고 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 주변에는 전문가 또는 정부 관계자나 책임자와 같은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이미영은 112에 신고전화를 했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 외계인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경찰의 대답은

"선생님, 여기는 경찰입니다. 경찰은 법을 어긴 내국인이나 외국인을 통제하는 곳입니다. 외계인은 경찰 소관이 아닙니다."

이미영은 경찰에게 그럼 외계인은 어디 관할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저희가 다른 관청 관할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시민의 요청을 다른 쪽에 떠넘겼다고 해서 나중에 감사 나와서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담당 부서를 스스로 찾으셔서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영은 119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소방서에서 관리하는 대상에 외계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소방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외래종 관리 업무는 환경부에서 관리한다는 말을 하고 전화는 끊겼다.


이미영이 환경부에 전화를 걸자 환경부에서는 다짜고짜 화를 내며 자기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외계 생명체의 출현은 어디에서 관할하는 것일까?


이미영은 군부대 중 수도방위 사령부에 있는 민원 응대 부서에 전화를 했다.

돌아오는 답은 "저희 부대 민원실은 외계인과 싸우는 부서가 아닙니다."였다.


"그럼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부처가 같았다.

"저희가 다른 관청 관할이라고 함부로 지정해서 말하면, 민원을 떠넘겼다고 나중에 감사에 걸리기 때문에 어디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화제가 되는 외계 생명체를 찾아온 것은 얼굴이 알려지길 바라는 정치인들이었다. 얼굴을 알릴 목적이 있는 정치인들은 비서를 끌고 현장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광화문을 향했고, 뒤 배경에 커다란 외계 생명체를 두고 밝은 얼굴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관공서 기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책임 떠넘기기는 현재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재작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건, 그전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 어떤 부서에서도 책임을 지고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 책임이 아닌 어렵고 까다로운 일을 잘 처리했다고 해서 관공서 직원에게 엄청난 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을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받는다. 혹여 그 사선이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면 여론이 형성되며 처벌의 수위도 높아진다.


그럼 누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빠르게 바뀌어갈수록, 이렇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와 새로운 사건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공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을 어떻게 보완해야만 서로 책임을 계속 떠넘기는 문제를 피할 수 있을까? 책임을 떠넘기면 더 무서운 벌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해결될 문제일까? P.447

[서평]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 - 곽재식


『미래 법정』에서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을 놓고,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최선의 길로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고민에 깊이를 더하는 책인듯하다.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은 독서토론 모임이나 토론 수업을 할 때 함께 이야기해 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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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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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스물여섯 살 때 회사를 그만두고, 아야츠지 유키도, 아리스가와 아리스, 노리즈키 린타로 등 '신본격 미스터리' 1세대의 작품을 접하면서 소설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편을 쓰려다 실패했고, 단편 위주로 집필을 했었다.


그러던 중 출판사 관계자에게 '카파-원 등용문'이라는 콘테스트에 참가해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다시 장편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장편 미스터리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던 그는 살인사건과 단서를 찾는 과정 사이사이에 '유머'를 섞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장편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이다.


2002년에 발표한 장편 데뷔작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극찬을 받았고, 이후 2010년에 발표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시리즈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본 미스터리계의 새로운 작가로 주목을 받는다.


2022년,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저택섬』의 속편인 『속임수의 섬』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속임수의 섬』은 『저택섬』을 읽지 않아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나도 아직 '저택섬'을 읽지 못했지만, '속임수의 섬'을 읽는데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두 권의 책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속임수의 섬』과 『저택섬』의 차이점은 바로 '유머'라고 한다.


유머를 결합한 미스터리물은 어떤 느낌일까?


『속임수의 섬』은 유명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이다이지 고로'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사이다이지 고로의 고문 변호사인 야노 고조가 유족들 앞에서 고로의 유언장을 개봉한다. 유언장 안에는 다른 갈색 봉투와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다만 유언장을 개봉할 때는 다음 지시 사항을 엄수해 주기 바라는 바이다.

첫째, 유언장은 내가 죽은 후 적당한 시기에 비탈섬의 별장에서 개봉할 것.

둘째, 유언장을 개봉하는 자리에는 내 여동생 마사에, 3남매 에이코, 게이스케, 유코, 그리고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참석할 것.

셋째, 다섯 명이 모이기 전에는 유언장을 절대 개봉하지 말 것. p.40

『속임수의 섬』


'사이다이지 고로'의 편지를 읽고,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선 '비탈섬'에 유언장에서 언급된 다섯 명이 모여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인물들을 모으는 과정도 흥미롭다.

'섬'이란 특성상 배나 헬기가 뜨지 못하는 날씨면 그대로 갇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물이 모이는 날부터 날씨는 심상치 않다.


비탈섬은 섬 남쪽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한참을 이어지다가 바다를 향해 수직 낙하하듯 험준한 벼랑이 섬 북쪽에 나타나는 섬이다. 번지점프를 하기에 적당한 벼랑을 가지고 있는 비탈섬은 '사이다이지'가문의 섬이었기에 건물은 가문의 별장처럼 쓰이는 '화강장' 단 한 채뿐이다.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선 행방이 묘연한 조카 '가즈야'를 찾아야 했다. 장녀 에이코는 탐정에게 의뢰를 했고, 탐정은 가즈야를 찾았다. '사이다이지 고로'의 사십구재가 되는 날을 유언장의 개봉일로 잡고, 사람들은 하나, 둘 '비탈섬'으로 모인다.


'비탈섬'에는 유언장에 쓰인 5명 이외에, 장녀 에이코의 남편과 딸, 고로의 부인, 부인의 주치의, 사십구재를 지내기 위한 스님, 가즈야를 찾은 탐정, 유언장을 개봉할 변호사 그리고 '화강장'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관리인이 모였다.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한 주인공들이 한데 모이자 변호사는 유언장을 개봉했다. 조카 가즈야에게 꽤 큰돈을 나눠줬다는 것을 빼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유산 분배였다.

그리고 다음 날 가즈야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가즈야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궁금했지만, 사이다이지 가문의 사람들은 경찰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탐정과 변호사도 시체를 본 목격자였기에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 태풍이 부는 날씨 때문에 경찰은 배나 헬기를 띄울 수 없었다.

탐정은 사건이 궁금했지만,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이 사건 의뢰를 하지 않아 고민을 한다. 사건을 해결해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일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서이다. 탐정이 돈 때문에 사건을 해결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 부분이 작가가 말하는 유머 코드일까?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변호사는 탐정이 사건을 제대로 파보길 원하지만, 탐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은 끝난 걸로 했다. 하지만, 탐정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통화 이후에 탐정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탐정과 탐정의 엄마 사이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언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돈이 되지 않아서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탐정이 갑자기 엄마의 전화를 받고 사건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부분에서 약간의 몰입감이 떨어졌다. 큰 부분은 아니었지만, 이 점이 책에서 단 하나 아쉬웠던 부분이다.


탐정은 조수가 필요하다면서 변호사를 마치 자신의 조수처럼 쓰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수사하다 보니 이 사건은 23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탈섬'의 하나의 트릭에 숨겨진 두 개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지루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섬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트릭과 복선이 잘 조합되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힌다.


범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는 뜻이지. 야, 거기 너 말이야, 너!


범인이 이 책을 읽는 독자라고? 나? 책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말이 읽기 전엔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이 책에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문득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의 북 콘서트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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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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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우 작가는 한양대 연극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극영화 · 다큐멘터리 · 연극 ·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 이력 덕분이었을까? 삼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영화 장면이 떠오르는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었다.


문제는 지금이 8월 5일이라는 거야. 어제는 8월 22일이었고!

[서평]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 이천우, 삼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


진태, 진수, 해민은 사는 게 버거워 서로 연락을 잘하지 않고 지내는 삼 남매다.

큰형 진태는 결혼 생활에 문제를 느끼고, 이혼을 생각하는 시점에 회사에서는 명예퇴직을 권고받는다.

둘째 진수는 같이 대회를 준비해오던 파트너가 다른 남자를 택하는 바람에 한강에 몸을 던진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수치는 처음이었다고, 죽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투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보자의 신고로 구조된다. 구조를 한 대원은 큰형 진태에게 전화를 하고, 진태는 진수를 집으로 데려간다.

집에는 막내 해민이 기다리고 있다.

해민도 고민을 가지고 있다. 오빠 둘이 집으로 들어선 순간 해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오빠들 나 있잖아. 알고 보니 레즈비언이었어!"

해민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중대 발표를 하지만, 삼 남매는 각자의 인생에서 큰일을 겪고 있었기에 해민의 상태에 마음을 써줄 여력이 없다.

오랜만에 모인 삼 남매지만, 안부를 묻거나 서로에게 신경을 써 줄 여유 따위는 없는 그런 만남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연락을 받고, 삼 남매는 다시 모인다.


언제든 닥쳐올 죽음이었음에도 삼 남매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모두 자기 고민에만 빠져 있었다. "내가 상조에 가입 안 해놨으면 어쩔 뻔했어?"

- 중략 -

"어차피 태울 거니까, 그치?" 수의와 관과 유골함은 가급적 최고 저렴한 것으로 골랐고, 심지어 입관할 때 관을 들어 옮기던 형제는 쿵, 하고 관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p.31

[서평]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 이천우, 삼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


어설픈 장례를 치르고 남매는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집에 모인다.

의욕 없이 모인 삼 남매는 일단 아버지의 짐을 마루로 끌어냈다. 그러던 중 진태가 고급 양주를 발견한다.

삼 남매는 양주를 마시며, 유품을 정리하다 40년은 묵은 것 같은 턴테이블을 발견한다. 턴테이블에 판을 올려놓고 양주를 홀짝이며 삼 남매는 추억에 젖는다.

그러다 판이 튀며 세상이 캄캄해졌다.


뭐지?

아침에 눈을 뜬 진태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구속에서 풀려난 듯도 하고 괜히 시원한 듯도 하고, 좋은 술은 역시 뒤끝도 깔끔한 건가?

근데 여기가 어디지? 아, 집이군. p.39

[서평]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 이천우, 삼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


진태는 어떻게 자기 집 안방에 누워있는지 모르겠지만, 안방 침대에서 잠이 깼다.

그 시각 진수와 해민도 이상함을 느낀다.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오늘은 8월 23일이어야 하는데, 세상은 18일 전인 8월 5일로 되돌아와 있었다. 삼 남매는 진태의 회사 건물 앞에 모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대화를 나누지만,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 병원을 찾은 삼 남매는 어제 장례를 치른 아버지가 죽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814호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타임 루프의 시작이다.

삼 남매는 '타임 루프'를 인정하고, 다시 삶을 살아간다.

힘겨운 삶 속에 또다시 아버지의 임종을 맞고, 장례를 치른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모여 고급 양주를 마시며 유품을 정리한 다음 날 눈을 뜨면 또다시 8월 5일.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해민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삼 남매와 함께 읽기 시작한다.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느낌 때문일까? 아버지의 일기장이 등장하는 순간 몰입도가 확 높아졌다.

삼 남매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고, 타임 루프를 거듭하며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버지로서의 인생'이 아닌 철저히 개인적인 '아버지의 삶' 자체를 이해하게 된다.


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 남기지 못했던 무엇, 그리웠던 무엇일지 모른다고. 그렇게 사람은 가족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고 살지만, 죽음 앞에선 철저히 개인일지 모른다고. p.214

[서평]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 이천우, 삼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의 작가 이천우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6개월 넘게 병실에서 먹고 자며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이 의아했다고 한다. 원래 두 분 사이엔 애틋함이 별로 없다고 느꼈는데, 어머니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답답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본가를 찾은 어느 날 집 정리를 하려고 안방을 뒤적거리다가 책장 맨 아래 서랍 속에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한 이천우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만났는지, 함께 겪은 희로애락의 감정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밤새 그 일기장을 읽고 난 후로는 아버지 곁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이 작품은 진실에 허구를 더하고 거기에 웃음을 더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부모님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됐다. 나이가 어릴 땐 엄마, 아빠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게 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고,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우리 엄마, 아빤 어떤 꿈이 있었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와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의 작가의 책을 통해 우리네 아버지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책이 나온다는 건 그동안 희생하면서도 외면당했던 아버지들의 삶을 위로하기 위함일까?

이천우 작가는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타임 루프'라는 장치를 통해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끌어나갔다.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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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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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에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별>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목걸이>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어셔 집안의 몰락>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20년 후>

앙드레 지드의 <탕아 돌아오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밀회>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

루쉰의 <고향>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열다섯 명의 작가가 쓴 세계 명작 단편 소설 스무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안톤 체호프, 에드거 앨런 포, 프란츠 카프카이다. 내가 읽었던 단편 소설 말고 다른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다.


"프란츠, 난 널 탓하지 않는다. 넌 충분히 반성할 테니까.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생각하지. '뭐 서두를 것 없어, 내일도 있으니까.'하고 말이야. 그 결과가 너처럼 되는 거야. 아, 공부를 늘 다음날로 미루는 것이 알자스의 가장 큰 불행이었어. p.13

'마지막 수업', 알퐁스 도데, 『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같이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읽는데,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주인공 프란츠가 했던 후회의 순간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 당시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을 읽으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그땐 크게 다가오는 게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때 선생님의 나이보다 많아진 지금 이 시점에서 보니 가슴을 울리는 후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창밖을 봐. 저기 벽에 붙은 담쟁이의 마지막 한 잎을. 바람이 부는 데도 꼼짝도 안 하잖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니? 존시! 저게 바로 베이먼 할아버지의 걸작이야. 마지막 잎이 떨어진 그날 밤, 할아버지가 벽에 그린 거야." p.225

'마지막 잎새', 오 헨리, 『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


그것은 노여움이나 놀라움, 불만이나 공포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찌할지 모르는 참담함 표정으로 잠자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p.234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 『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은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이야기다.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던 나는 당연히 그 책을 읽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원작을 번역한 글이 아닌, 아이들이 읽기 쉽게 그림책으로 각색해 놓은 책을 읽은 것 같았다.

그림책으로 가볍게 보던 내용과는 확실히 달랐다.


『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을 보면서, 내가 기존에 좋아했던 작가 외에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며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특히 내가 읽어봤다고 착각했던, 오 헨리의 작품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계 명작이라는 책은 대부분 내가 어렸을 때 읽었는데, 내용이 전부 각색된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마지막 잎새'를 벽에 그린 벽화가 아닌 나뭇가지에 잘 묶어두었다고 했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가난한 부부였던 부인은 남편의 선물을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시곗줄을 샀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머리핀을 샀다는 사실만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 내용이 전부라고 느꼈었는데….


세계 명작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세계 명작 단편 소설 모음집』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말고, 좋은 글을 쓴 또 다른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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