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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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박사로 통하는 곽재식 박사를 생각하면 친근하고 푸근한 웃음을 짓는 얼굴이 연상된다.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EBS의 인물 사담회와 SBS의 김영철의 파워 FM 등 대중매체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SF의 소재로 자주 다뤄지던 장면 중 몇몇이 실제 일상에 널리 퍼지는 시대가 시작되면서 SF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작가 곽재식은 SF와 사회의 관계를 좀 더 깊이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SF에서 따져볼 만한 윤리 문제, 사회 문제만 모아서 글을 써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이다.


책에는 50가지 질문이 있지만,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작가는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각 문제의 소개가 끝나면 그 문제가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어떤 전망이 나와 있는지 정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한다.


흥미로운 질문이 정말 많다.

'로봇세', '사람에게 일은 꼭 필요한가?' '컴퓨터에 뇌를 업로드하면 그 컴퓨터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등….


그중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48장에서 언급된 '외계인과의 접촉은 어느 부처 관할일까?'였다.


"외계인과의 접촉은 어느 부처 관할일까?"

과거에 없던 문제에 대응하는 프로세스 정립의 문제. #공공기관 #책임회피 #관할문제 #신기술규제

[서평]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 - 곽재식


스피카 5 행성에서 우주 화물선이 파괴된 흔적을 정찰하던 이미영은 정찰 중 이상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이미영이 다가가자 외계 생명체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외계 생명체가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 서울의 광화문 사거리 한가운데였다.

광화문 사거리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를 보고 시민들이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사진을 찍고 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 주변에는 전문가 또는 정부 관계자나 책임자와 같은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이미영은 112에 신고전화를 했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 외계인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경찰의 대답은

"선생님, 여기는 경찰입니다. 경찰은 법을 어긴 내국인이나 외국인을 통제하는 곳입니다. 외계인은 경찰 소관이 아닙니다."

이미영은 경찰에게 그럼 외계인은 어디 관할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저희가 다른 관청 관할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시민의 요청을 다른 쪽에 떠넘겼다고 해서 나중에 감사 나와서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담당 부서를 스스로 찾으셔서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영은 119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소방서에서 관리하는 대상에 외계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소방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외래종 관리 업무는 환경부에서 관리한다는 말을 하고 전화는 끊겼다.


이미영이 환경부에 전화를 걸자 환경부에서는 다짜고짜 화를 내며 자기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외계 생명체의 출현은 어디에서 관할하는 것일까?


이미영은 군부대 중 수도방위 사령부에 있는 민원 응대 부서에 전화를 했다.

돌아오는 답은 "저희 부대 민원실은 외계인과 싸우는 부서가 아닙니다."였다.


"그럼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부처가 같았다.

"저희가 다른 관청 관할이라고 함부로 지정해서 말하면, 민원을 떠넘겼다고 나중에 감사에 걸리기 때문에 어디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화제가 되는 외계 생명체를 찾아온 것은 얼굴이 알려지길 바라는 정치인들이었다. 얼굴을 알릴 목적이 있는 정치인들은 비서를 끌고 현장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광화문을 향했고, 뒤 배경에 커다란 외계 생명체를 두고 밝은 얼굴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관공서 기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책임 떠넘기기는 현재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재작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건, 그전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 어떤 부서에서도 책임을 지고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 책임이 아닌 어렵고 까다로운 일을 잘 처리했다고 해서 관공서 직원에게 엄청난 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을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받는다. 혹여 그 사선이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면 여론이 형성되며 처벌의 수위도 높아진다.


그럼 누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빠르게 바뀌어갈수록, 이렇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와 새로운 사건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공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을 어떻게 보완해야만 서로 책임을 계속 떠넘기는 문제를 피할 수 있을까? 책임을 떠넘기면 더 무서운 벌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해결될 문제일까? P.447

[서평]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 - 곽재식


『미래 법정』에서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을 놓고,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최선의 길로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고민에 깊이를 더하는 책인듯하다.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미래 법정』은 독서토론 모임이나 토론 수업을 할 때 함께 이야기해 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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