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은 유명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이다이지 고로'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사이다이지 고로의 고문 변호사인 야노 고조가 유족들 앞에서 고로의 유언장을 개봉한다. 유언장 안에는 다른 갈색 봉투와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다만 유언장을 개봉할 때는 다음 지시 사항을 엄수해 주기 바라는 바이다.
첫째, 유언장은 내가 죽은 후 적당한 시기에 비탈섬의 별장에서 개봉할 것.
둘째, 유언장을 개봉하는 자리에는 내 여동생 마사에, 3남매 에이코, 게이스케, 유코, 그리고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참석할 것.
셋째, 다섯 명이 모이기 전에는 유언장을 절대 개봉하지 말 것. p.40
『속임수의 섬』
'사이다이지 고로'의 편지를 읽고,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선 '비탈섬'에 유언장에서 언급된 다섯 명이 모여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인물들을 모으는 과정도 흥미롭다.
'섬'이란 특성상 배나 헬기가 뜨지 못하는 날씨면 그대로 갇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물이 모이는 날부터 날씨는 심상치 않다.
비탈섬은 섬 남쪽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한참을 이어지다가 바다를 향해 수직 낙하하듯 험준한 벼랑이 섬 북쪽에 나타나는 섬이다. 번지점프를 하기에 적당한 벼랑을 가지고 있는 비탈섬은 '사이다이지'가문의 섬이었기에 건물은 가문의 별장처럼 쓰이는 '화강장' 단 한 채뿐이다.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선 행방이 묘연한 조카 '가즈야'를 찾아야 했다. 장녀 에이코는 탐정에게 의뢰를 했고, 탐정은 가즈야를 찾았다. '사이다이지 고로'의 사십구재가 되는 날을 유언장의 개봉일로 잡고, 사람들은 하나, 둘 '비탈섬'으로 모인다.
'비탈섬'에는 유언장에 쓰인 5명 이외에, 장녀 에이코의 남편과 딸, 고로의 부인, 부인의 주치의, 사십구재를 지내기 위한 스님, 가즈야를 찾은 탐정, 유언장을 개봉할 변호사 그리고 '화강장'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관리인이 모였다.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한 주인공들이 한데 모이자 변호사는 유언장을 개봉했다. 조카 가즈야에게 꽤 큰돈을 나눠줬다는 것을 빼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유산 분배였다.
그리고 다음 날 가즈야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가즈야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궁금했지만, 사이다이지 가문의 사람들은 경찰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탐정과 변호사도 시체를 본 목격자였기에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 태풍이 부는 날씨 때문에 경찰은 배나 헬기를 띄울 수 없었다.
탐정은 사건이 궁금했지만,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이 사건 의뢰를 하지 않아 고민을 한다. 사건을 해결해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일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서이다. 탐정이 돈 때문에 사건을 해결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 부분이 작가가 말하는 유머 코드일까?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변호사는 탐정이 사건을 제대로 파보길 원하지만, 탐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은 끝난 걸로 했다. 하지만, 탐정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통화 이후에 탐정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탐정과 탐정의 엄마 사이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언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돈이 되지 않아서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탐정이 갑자기 엄마의 전화를 받고 사건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부분에서 약간의 몰입감이 떨어졌다. 큰 부분은 아니었지만, 이 점이 책에서 단 하나 아쉬웠던 부분이다.
탐정은 조수가 필요하다면서 변호사를 마치 자신의 조수처럼 쓰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수사하다 보니 이 사건은 23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탈섬'의 하나의 트릭에 숨겨진 두 개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지루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섬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트릭과 복선이 잘 조합되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힌다.
범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는 뜻이지. 야, 거기 너 말이야, 너!
범인이 이 책을 읽는 독자라고? 나? 책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말이 읽기 전엔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이 책에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문득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의 북 콘서트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