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J. 사이크스 성공의 문법 - 인생이 즐거워지는 ‘50가지 성공 법칙!’
찰스 J. 사이크스 지음, 문수경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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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 찰스 J. 사이크스는 2016년까지 23년간 위스콘신주의 가장 영향력 있는 토크쇼의 진행자로 활동했던 정치와 일상 관련 다양한 사안에 대한 지적인 분석과 논평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어느 TV 프로그램에 나가 『성공의 문법』 책에 소개된 50개 중 10개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당시 '성공의 문법'은 빌 게이츠의 명언으로 소개되며 기자, 강사, 평론가들이 인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에 그는 으쓱한 기분도 들었지만 씁쓸하기도 했다며, 처음 10개의 성공의 문법들을 50개로 확장해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오늘의 개혁자들은 젊은이들을 자꾸 보살피려고만 하고, 잘못된 현실 세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삶의 방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영향력에 저항하기 위해 썼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인생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을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은 하나도 나오질 않고, 확신에 찬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은 성공의 문법을 각 챕터 제목으로 해 50개의 목록이 있고, 그에 대한 설명과 예시가 2~5장, 그리고 마지막엔 그 문법에 맞는 유명 작가나 인사들이 했던 말이 인용구로 사용된다.

승자도 패자도 인생철학은 있다. p.86

성공의 문법 18.

"성공한 사람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반면에 실패한 사람은 했어야 했는데 못한 일과 해야 했던 일,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만을 계속 생각한다." p.87

패자는 경쟁을 싫어한다. 지는 게 싫어서다.

패자는 장기적인 만족과 단기적인 기쁨을 혼동한다.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 높지만 절제력은 바닥이다. p.89

승자는 테스트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패자에겐 없고 승자만 가진 덕목이 집중력, 준비성, 인내력이다.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모두가 노력, 희생, 땀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승자는 준비가 돼 있다. p.91

"하고 싶지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라는 말은 패자의 말이다.

승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고 할 수 있어!"

- 데니스 웨이틀리 - p.93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을 했지만, 내 마음에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바로 성공의 문법 18이다.

『성공의 문법』이 가장 필요한 친구들은 10~20대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 나이에 성공의 문법을 100%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작가도 생각하며 책을 썼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젊은 세대에게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쉽게 설명하겠다."

라는 문구가 책에 심심치 않게 나와있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환상을 갖고 비현실적인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젊은 세대에게 작가는 일침을 가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그래서 내면의 힘과 능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그렇게 하다 보면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책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젊은 세대가 자신감이 넘치고 독립적이며 현실적인 인생을 살도록 돕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과 진정으로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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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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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d몬은 코로나가 한창일 2020년 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데뷔했다. 그는 『데이빗』, 『에리타』, 『브랜든』 이렇게 '사람 3부작'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생각한 세계에서 풀어내고 있다.

이해를 해준다고 했잖아! 그럼 지금의 내 상황도 같이 이해를 해줘야지.

이해는 내가 해줄 수 있지만 납득은 네가 시켜줘야 한다.

네 처지를 이해해 주는 건 나의 재량이지만 그 처우를 어찌할지에 대해선 네가 증명해야 할 문제다.(p.25)

기쁨 슬픔 두려움 고독함 모든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에 감정을 나눌 상대가 필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무리를 짓지도 서로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각자가 관심을 가진 분야에만 몰두할 뿐. 종족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특이사항 정도만을 공유하는 것이 전부다.(p.57)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은둔생활을 하는 주인공 브랜든은 어느 날 다른 세계로 가는 포털의 문을 발견하고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 ' 올미어'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세계에서 올미어는 자신을 사람이라 칭한다. 그러면서 브랜든에게 사람의 조건을 하나하나 되짚어 준다.

사람이라면 감정의 연결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때문에 소리로 표현하지 않아도 또는 종이 달라도 감정의 공유만 가능하다면 기본적인 의사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끼리는 동일한 능력의 연결로 의사소통만이 가능하고 상대의 감정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지만, 사람이 아닌 생물의 감정과 연결에 따른 의사소통의 유무는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에 의해 감정이 조종당하는 브랜든을 보고 올미어는 말한다.

"나에게 감정을 조종당하는 브랜든 네가 어떻게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너 스스로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라고 말이다.

스스로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라는 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그런 질문을 누군가에게 받았다면 무슨 수로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사람임을 증명하려면 무엇이 사람이다.라는 명제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올미어처럼 말이다.

올미어와 같은 종족은 자신의 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브랜든을 벌레 같은 존재라고 치부해 버리지만 올미어는 자기의 관심분야기 때문에 브랜든을 살피고 있을 뿐이다. 어째서 벌레와 같은 존재가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걸까? 궁금증에 관찰하며 정보만 자신의 종족과 나눌 뿐이다. 그런 호기심은 끝내 자신을 파멸로 이르고 만다. 브랜든이 올미어를 죽이고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브랜든은 다른 세계에 있을 땐 사람이라 생각지 않았던 올미어를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긋이 나이가 들어 사과를 하기 위해 포털로 들어간다.

그 이후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예쁜 건 아니지만 빨려 들어갈 듯한 흡입력 있는 그림체로 그려져 내용과 잘 조화가 된 듯하다. 부담 없이 읽기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브랜든』.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여운이 남는 책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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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과 유니콘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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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리브는 판타지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며, 카네기 메달, 네슬레 스마티즈 어워드, 가디언 아동소설 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작가다. 필립 리브는 어렸을 때 한 번도 말을 타 볼 기회가 없어 말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케빈과 유니콘』은 하늘을 나는 조랑말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주인공 케빈은 하늘을 나는 오동통한 롤리-폴리 조랑말이다. 자기와 같은 동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케빈은 비스킷을 좋아하기에 오동통한 몸매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어마 무시한 태풍이 불던 어느 날 서쪽 끝 촉촉한 야생의 언덕에서 밀려와 맥스와 데이지가 사는 범블포드 아파트 옥상에 떨어져 그곳에서 지내는 롤리-폴리 조랑말이다. 케빈 못지않게 모험과 비스킷을 좋아하는 데이지와 맥스는 케빈과 아침 산책을 하며 케빈의 헛헛한 빈자리를 채워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케빈이 맥스와 데이지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 아침 산책을 하던 중 촉촉한 야생의 언덕에 조랑말이 보이는 듯해서 내려갔었다. 그런데 그곳의 말은 조랑말이 아닌 콧대가 센 유니콘들이었다. 유니콘을 좋아하지 않는 케빈은 다시 날아오르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니콘들이 조랑말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나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유니콘들을 케빈을 무시했지만 데이지와 맥스는 처음 보는 유니콘과 기수 친구들이 너무 반가워 걸어가서 말을 시켰다. 그들은 야생의 촉촉한 언덕 마법의 조랑말 클럽(Wird Wet Hills Magic Pony Club)의 약자를 쓰고 있는 WWHMPC 클럽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고, 다음 주 일요일에 일 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거리 장애물 경주 대회가 있다며 이기는 사람은 페리 윙클 컵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데이지와 맥스가 코스를 보니 날 수 있는 케빈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케빈도 장애물 경주에 나서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 대회를 주최하는 선생님도 흔쾌히 승낙하는 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이를 겨냥한 판타지 소설답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경쾌한 그림을 그린 사라 매킨 타이어가 누군지도 굉장히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날개 부분에 사라 매킨 타이어에 대한 내용이 잠시 소개되는데, 사라 매킨 타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말 그림을 즐겨 그렸고, 필립 리브와는 다르게 사라는 엄마 친구의 세틀랜드 조랑말, 블루벨을 타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영국 런던의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으며 이 책의 주인공 맥스랑 데이지가 사는 곳과 비슷하고 최근엔 필립 리브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 책은 글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없으면 아이들이 읽기 쉽지 않다. 필립 리브와 사라는 이 책에 나오는 케빈과 데이지, 맥스처럼 단짝 친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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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철학 수첩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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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감수한 오가와 히토시는 1970년 생으로 교토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나고야 시립대학교에서 대학원 박사 후기 과정을 수료한 후, 프리터, 나고야 시청 공무원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로 지금은 대학교에서 새로운 글로벌 교육을 이끌며 '철학 카페'를 주재하는 등 시민의 위한 철학을 실전하고 있는 공공 철학이 전문인 야마구치 대학교 국제종합과학부 교수.

베스트셀러가 된 <철학자의 뇌를 훔쳐라>와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리버럴아츠 철학>, <언택트 시대: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고독의 힘>을 비롯해 지금까지 약 100권에 이르는 책을 출판한 사람이다.

오가와 히토시는 이 책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머리말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단순히 난해한 고전을 읽거나 어려운 토론을 하는 것만이 철학이라는 오해가 만연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철학의 '연구'일 뿐,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철학의 지혜를 활용해 세상 또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 중략 -

더 큰 문제는 일본의 경우 부담 없이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p.5)

작가는 철학의 오해를 풀기 위해,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하루에 조금씩 철학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주제로 하루 15분 30일 동안 배울 수 있게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책을 펼치면 각 날짜 별로 주제가 보인다. 그리고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공부한 날짜와 메모할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하나의 주제는 5~7page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1~8일차까지는 철학이 누구로부터 어디에서 탄생했는지, 철학 성립의 초창기를 뒷받침한 철학자들과 발전시켜나간 철학자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리스 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의 그리스 철학자가 있기 전에 최초의 철학자이며 자연 학자로도 활약했던 밀레토스의 탈레스와 밀레토스 학파에 대한 이야기부터 탈레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뒤 종교적 교단을 창설하고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주장하며 수학과 철학을 결합시킨 피타고라스까지 적은 페이지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9일차부터는 살아가는데 생각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눈길을 끌만한 부분은 '나도 모르게 SNS에 휘둘리고 만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전쟁을 없앨 수는 있을까?',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정리해 놓은 부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철학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책으로 각각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로 마무리 한다면 나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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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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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 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교육대회 조직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중에게 그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한 것이다. 그때 굴렁쇠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이어령 선생이다.

책의 제목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라틴 말이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이 암과 투병 중일 때 한 기자가 선생을 찾아가 고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대면했을 때 신부님들에게 종교와 신, 죽음에 대해 24가지 질문을 했었는데, 그 답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어령 선생은 신부님과 다른 입장에서, 똑같이 병마와 싸우고 계신 입장에서 답변을 해주실 수 있냐고 묻게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의 물음에 대해 작가는 이미 여섯 살 때 메멘토 모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 일이 있어 그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이 대선배라는 자부심이 들었고,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답변할 신부님들은 종교적인 프레임 속에서 일탈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당신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더 자유롭게 답변을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책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앞으로 발간 예정인 총 20권 분량의 『이어령 대화록』의 첫 번째 책이다.

질문 13. 영혼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이미 찻잔 하나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찻잔을 만드는 물질은 인간의 육체에 해당해요. 그런데 컵과 그릇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그들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컵의 본질은 무언가 담는 것이고, 무언가 담으려면 비어 있어야 합니다. 빈 컵에 커피를 따르면 커피잔, 물을 따르면 물 잔이 되어 빈 공간이 없어져요. 그러면 이 컵은 더 이상 다른 것을 담을 수가 없지요. 이미 무언가 담겨 있으니 더 담을 수 없어요. 그게 '마인드;예요. 컵과 그릇 물질 자체는 '보디'입니다. 그릇을 채우는 욕망이 마인드, 그릇이 깨지면 담겨 있던 게 다 쏟아지듯, 죽으면 육체도 욕망도 다 없어집니다. 깨지고 쏟아져도 남아 있는 빈 공간, 모든 그릇의 비어 있는 부분, 보이드, 그게 스피릿이에요.(p.40,41)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도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게 가장 와닿는 부분은 위의 영혼이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이었다. 종교의 종류와 특징을 묻는 질문에는 지하철 입구가 하나가 아닌 것처럼 종교도 여러 가지 종교가 있다며, 어느 구멍이든 일단 들어가면 지하철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열차 두 대가 있고, 우린 그 서로 다른 노선을 천국과 지옥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듯한 모호한 설명이 아닌 이해가 쉽도록 적절한 비유를 사용해 서술한 부분을 읽으며 왜 그를 '시대의 지성인', '창조자'라 칭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쓸 때만큼은 그도 종교인 입장이 아닌 글쟁이의 입장에서 쓰겠다고 전문에 나와있는 만큼 색안경을 끼지 말고,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울 듯하다.

읽기 전엔 고 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 무엇이 제일 궁금했을까?에 대한 부분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면, 읽고 난 후엔 왜 기자가 이 질문을 들고 이어령 선생을 찾아가 답을 구했는지? 석학 이어령의 다른 생각들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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