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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ㅣ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프리드리히 니체
-19세기에 활동했던 독일 철학자, 문헌학자, 시인, 음악가.
니체는 1844년 작센 지방의 뢰켄이라는 마을에서 루터교 목사였던 아버지와 다른 지역 목사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나움부르크에서 성장했다. 그는 명문 기숙학교 슐포르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1864년 본 대학교의 고전어문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1년 후 니체는 지도 교수를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겼고,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25세의 나이에 바젤대학교 원외 교수로 일하다 이듬해 정교수로 취임한다.
1879년 그는 건강 악화로 교수직을 사임하고, 스위스의 질스 마리아라는 작은 마을에서 영원회귀 사상을 구상하던 니체는 1885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부를 출간한다. 정신병이 있던 니체는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광장에서 쓰러졌고, 1900년 누이동생이 있는 바이마르에서 55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호숫가의 고향 마을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정신을 수양하고 홀가분하게 고독을 즐겼는데,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서 전혀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의 마음은 변하고 말았다. p.11
차라투스트라의 서문
책은 산속으로 들어가 10년의 삶을 살던 니체가 마음이 변해 세상으로 내려오는 걸로 시작한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머털도사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머털이가 산으로 들어가 스승 밑에서 10년 동안 밥 짓고 빨래를 하는 동안 세상 이치와 무술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익혔다는 걸 아랫마을에 내려와서 알게 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게만 생각됐던 책이라 작정하고 펼쳤는데 처음은 생각보다 읽기 편했다.
산을 내려가던 도중 만난 노인은 그를 보고 10년 전과는 아주 딴 사람으로 변했다고 이야기하며 무엇 하러 잠든 사람들 곁으로 가려고 하냐고 묻는다. 차라투스트라는 노인에게 당신을 숲속에서 무엇을 하시나요?라고 묻자, 그는 신을 찬양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늙은 성자는 숲속에 있어서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구나? '신이 죽었다'라는 소식을!" p.16
그 유명한 문구 "신은 죽었다."가 여기서 나온 말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과거엔 신만이 할 수 있던 일을 현대에선 인간이 대산하고 있으며, 『호모 데우스』를 읽으며 인간은 이미 신이 되어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시작점이 니체였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자가 아이가 된다는 이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 p.38
참을성이 강한 정신은 체념한 채 모든 무거운 짐을 싣고 사막을 달리는 낙타처럼. 그렇게 자신의 사막을 달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가다 보면 정신은 자유를 쫓아 이를 잡으려 하고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자가 된다.
새로운 가치를 위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 자유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의무조차도 신성하게 부정하는 것. 이것이 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사자도 이루지 못한다.
가치의 창조를 이루기 위해서 사자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순진함이고 망각이다. 새로운 시작이자 유희인 것이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고, 최초의 움직임인 것이다.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속세를 등진 정신은 자신의 세계를 획득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어떻게 해서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고, 사자가 어떻게 아이가 되는가를 이렇게 풀어놓았다. 도서관 수업에서 사람은 낙타에서 사자,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땐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총 4부로 500쪽이 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그동안 왜 독서 수업에서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다. 자세히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으면 좋겠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꽤 있어 책장을 덮는 이 순간에도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책이라 책장에 두고 가끔 꺼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고전의 매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