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의 글 작가 현상길은 초·중·고 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국어교사 외에도 여러 곳에서 국어 관련 컨설팅을 하며, 시집, 국어 학습자료, 청소년을 위한 독서 자료 등을 다수 출간했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의 그림작가 박빛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은 그 사람을 그대로 반영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바른 말 고운 말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고 좋은 인간관계도 만들어 줄 수 있다. 현상길 작가는 어린아이들이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에는 식빵 아빠, 슈크림빵 엄마, 밤만쥬 그리, 시나몬롤빵 마리 네 명의 가족이 나온다. 시나몬롤빵 마리는 무언가를 가르쳐 줄 때마다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동생 그리가 답답해서 매번 소리를 지르는 캐릭터다. 짜증을 내고 있는 마리를 달래며 식빵 아빠와 슈크림빵 엄마는 맞춤법을 문장을 예로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한다.​​

책에는 ㄱ~ㅎ까지 총 120개 분량의 헷갈리는 맞춤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두었다. 그중 가장 신선했던 것은 200쪽의 '우레'와 '우뢰'다. 밤에 우뢰가 치면 무섭다는 걸 예로 들어 낙뢰, 우뢰를 설명했다.

가끔은 한자어와 연관 지어 '우뢰'로 착각해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천둥'과 같은 뜻의 '우레'는 순우리말인 '울에'에서 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라고 쓰는 것이 맞는다고 한다.

어린이 맞춤법 책이라고 가볍게 보아 넘기기엔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단어가 너무 많았다. 헷갈리는 단어 두 개만 놓고 이것 또는 저것이 맞는다고만 하면 또 헷갈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우리가 왜 잘못 알고 있는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다시 잊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도 어른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은 처음부터 한 번에 쭉 보는 책이 아닌 책장에 꽂아두고 가끔 몇 장씩 보면 더 좋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탁상용 초등 영문법 완전정복 - 가장 쉽게 배우는 영문법+회화 일력 365!, 회화 QR코드 및 MP3파일 무료 제공
FL4U컨텐츠 지음 / 반석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문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의 영어 공부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것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학원에 가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절대 가지 않겠다는 아이 때문에 나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5학년 초에 아이와 같이 서점에 들러 초등 영단어와 초등 영문법 책 한 권씩을 사 왔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필수 영단어는 800개 정도라고 한다. 초등 3학년부터 배우는 것치고 외워야 할 단어 수가 많지 않다는 것에 조금 안심이 됐다.

초등 영문법 책을 고르는데 한 권으로 정리된 것은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네 권으로 나눠진 책을 골랐다. 1년 동안 하루에 한 장씩 꾸준히 해 왔더니 6학년이 된 지금은 세 권째 문법책을 하고 있다.

아이가 초기에 어려워했던 건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가 뭔지?였다. 초등학교에서 국어를 배울 때 품사를 배운 적이 없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음에 막혔던 부분은 시제였다. 과거, 미래, 현재는 이해가 쉽지만, 진행 시제는 우리말에서 잘 쓰지 않는 것이어서 그랬는지 조금은 어려워했던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가니 부정문, 의문문, 동사의 변신 부분 나왔다. 중학교만큼은 아니겠지만 영문법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에 쉽지만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탁상용 초등 영문법 완전정복』 책을 보기 전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하루에 하나의 개념을 1문장으로 만들어 문법과 회화의 완전정복을 한다고?

말 그대로라면 성인인 내가 더 도전해 보고 싶었다.

책은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문장 공식, 과거 시제, 진행 시제, 미래 시제, 부정문 공식, 의문문 공식, 여러 가지 문장, 접속사, 동사의 변신 이렇게 15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을 넘기면 문장이 나오고 바로 아래에 문법 개념이 나온다. 하루에 한 문장씩만을 외워도 이 책이 끝나면 총 182개의 문장과 기초 문법은 알 수 있는 것이다. 일주일째 되는 날은 Weekly Review로 그 주에 했던 문장과 문법을 복습하도록 되어있다.

문법은 처음 하는 아이라면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영어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엔 손을 놓은 나와 같은 성인이라면 문법 이해도 어렵지 않고, 하루에 한 문장 정도는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듯하다.

6학년 아이도 몇 장을 쓰~윽 넘겨보더니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책상 위나 식탁 어디든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두고 이용한다면 좋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의 작가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린다.


1955년 건설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존 그리샴의 어릴 적 꿈은 야구선수였다고 한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였고, 1981년 미시시피 올미스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졸업과 동시에 사우스 헤븐에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약 10년간 근무하며 범죄 변호와 개인 상해 소송을 전담했다.


1984년에는 미시시피주 하원 의원으로 선출되어 1990년까지 역임하였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형제 반대 주장을 계속 어필했다. 그런 그의 성향은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89년 '타임 투 킬'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초판 5000부로 시작했지만, 이 작품 탈고와 동시에 집필을 시작해 1990년에 나온 '더 펌(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은 출간되기도 전에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판권을 사들였고, 출간 후 그 책은 전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해부터 존 그리샴은 주 의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여 2022년까지 쓴 '법정 스릴러' 41권 전부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도 활발히 창작활동 중인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2023년 1월 발간된 정통 법정 스릴러 『수호자들』도 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존 그리샴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어떤 사건을 조사하다가 센추리온 재단이라는 표시가 붙은 서류 상자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 당시 그는 무고한 죄수 석방 운동에 관해 관심이 없었고, 센추리온에 관해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센추리온 재단이 궁금했던 그는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 재단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센추리온 재단은 제임스 맥클로스키가 교도소 목사로 일하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한 재소자를 만나게 되고, 제임스가 그 재소자의 무죄를 밝히고 석방시키는 데 성공한 뒤 다른 사건을 이어서 맡게 되면서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까지 63명의 사람이 센추리온 재단 구성원 덕분에 자유를 되찾았다.


『수호자들』의 줄거리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텍사스에서 복역했던 조 브라리언이라는 재소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0년 전 조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 범죄가 일어났던 시각 조는 범죄 현장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에 있었지만, 한 전문가가 조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낯선 플래시의 렌즈에서 발견된 작은 얼룩이 희생자의 피라고 하는 추측성 발언 때문에 조는 범인으로 낙인찍힌다.


『수호자들』에 나오는 주인공 포스트는 목사이자 변호사의 직업을 가졌다. 그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무죄를 밝히는 역할을 한다. 포스트는 1시간 44분 후에 억울하게 사형당할 운명의 듀크 러셀과 22년째 무죄를 주장하는 남자, 퀸시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종횡무진한다. 퀸시는 주변 사람들의 추측성 발언으로 범인으로 지목되어 22년간 옥살이를 한다. 포스트는 추측성 발언을 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사실을 증언해 달라고 한다.


23년 동안 교도소 음식을 먹어 온 퀸시는 이 식당의 끔찍한 음식에 별다른 불만이 없다. 그는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p.500


퀸시는 준과의 만남으로 받은 감동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오래 그리고 깊이 그녀를 미워했던 그는 자신이 그녀를 그토록 빨리 용서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자리에 앉아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엇이 그에게 다가왔단다. 어쩌면 그건 성령이었는지도 모른다. 순간 그는 더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신에게 그의 모든 증오를 가져가 달라고 빌었다. p.501


마지막에 퀸시는 풀려나게 된다. 그 장면이 압도적이다.


아무 잘못도 없이 22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만든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을 텐데 퀸시는 무덤덤하다. 그 세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2년이란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실화의 주인공인 조가 생각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상황에서 퀸시나 러셀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할 수가 없어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퀸시나 러셀의 마음을 나타내는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많은 부분이 포스트가 그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수 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다. 밀고 당기는 수 싸움을 할 때는 심장이 쫄깃해지며 영화보다 훨씬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 30년을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감옥 살이를 해야 했던 조를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캉디드의 작가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다.

그는 드니 디드로, 장자크 루소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로 꼽힌다. 시인, 극작가, 비평가로 알려진 그는 사상의 자유, 종교적 관용, 이성과 평화, 인간의 행복을 위해 억압에 맞서던 투사였다.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는 1694년 파리의 부유한 공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711년 예수회가 운영하던 루이 르 그랑 학교를 졸업한 후 법과 대학에 입학했지만 자유사상가들의 모임에 출입하며 많은 사상가들과 교류한다.


1717년 오를레앙 공의 섭정을 비판하는 풍자시로 인해 바스티유 감옥에 11개월간 수감되었다. 옥중에서 『오이디푸스』를 집필해 출옥 후 공연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이때부터 '볼테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귀족들의 싸움에 휘말려 다시 감옥에 갇히면서 제정치하의 불평등에 환멸을 느낀 그는 영국으로 망명한다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던 그는 1778년 파리에 귀환하여 마지막 작품 『이렌』을 상영하였고, 그 해 5월 사망에 이른다. 1791년 그의 유해는 프랑스의 역사적 위인들을 모시는 팡테옹에 안치되었다.


'캉디드'는 프랑스어로 친절한, 순진한, 순수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팡글로스 선생께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맞았군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하셨거든요. 검은 망토 차림의 비정한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서러운 꼴을 당했는데, 당신의 한없는 인심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p.20


주인공 캉디드는 툰더-텐-트론크 남작의 성에 살고 있던 17살 청년이다. 품행이 온화했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해맑았다. 그러나 그의 가문은 71대까지 밖에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캉디드는 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캉디드는 남작의 성에 머물며 남작의 딸과 아들을 가르쳤던 가정교사 팡글로스의 가르침에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팡글로스는 이 세상 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캉디드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에게 반해 손을 잡고 입을 맞춘 벌로 성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성 밖의 세상은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우연히 거리에서 그가 존경하던 팡글로스를 만났지만 그는 팡글로스가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죽을만한 위기에서 간신히 도망친 그는 어느 할멈의 도움으로 그가 그렇게 원하던 퀴네공드와 잠깐 만나기도 한다.


세상은 어차피 아름다울 수 없다던 팡글로스의 말을 믿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캉디드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말 팡글로스의 말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싹튼다.


캉디드는 이렇게 급격한 전개를 해도 되나 싶의 정도로 내용이 바뀐다. 분명 눈앞에서 팡글로스가 죽는 걸 봤는데 그 팡글로스가 살아 있고, 다들 배가 갈려 죽었다고 알고 있던 퀴네공드도 살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소설과는 굉장히 다른 전개에 웃음이 나기도 했고,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캉디드』가 왜 고전이 될 수 있었는지….


철학적 콩트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우리가 영광스럽게도 함께 식사했던 여섯 명의 왕들보다 저 노인이 자신의 운명을 더욱 바람직하게 꾸리고 있는 것 같아요."

……

팡글로스가 말하자 캉디드가 대꾸했다.

"네 우리가 우리의 땅을 경작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자네 말이 맞네. 인간이 태초에 에덴동산에 있어야 했던 건, 일하기 위함이었어. 다시 말해, 인산은 쉼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야."

……

"모든 일은 최선의 상태로 서로 연계되어 있지."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비옥한 땅을 경작해야 해요."

캉디드가 대답했다. p.181~182


볼테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제는 우리의 땅을 경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기뻐하는 것도 '지금'을 위한 것이고, 미래를 계획하고 기대하는 것도 '현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캉디드』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은애는 영화를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써 온 작가다.


지금은 아이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평범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는 "나중에 우리 아이가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가 무엇이길래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스토리 부분 최우수상을 받았을까? 책을 읽기 전부터 질문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엄마는 맨날 자기 맘대로야. 그치? 네가 만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면서 무조건 못 보게 하고 틈만 나면 뺏으려고 하고……."

준서는 멍하니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엄마는 맨날 공부만 하라고 해. 지금 집에 가면… 분명히 혼날 거야." p.11


준서는 늦게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둠 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림자는 준서에게 지금 들어가면 혼날 거라고, 네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엄마가 다 버렸을 거라며 집에 가지 말라고 속삭인다. 준서는 엄마한테 혼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림자를 따라가긴 무서워한다.


그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준서에게 말을 걸고 준서는 자기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을 흘린다. 노인은 준서에게 늦게 돌아다니면 어둑서니(어두울 때 나타나서 사람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못된 귀신)를 만난다고 이야기하며 허허 웃었다.


준서가 사라진 그림자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준서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가 보이기 시작한다.

프롤로그에 이 이야기를 읽는데 많은 공감이 갔다.


어렸을 때 깜깜해지기 전에는 집에 들어온다고 하고선 정신없이 놀다 보면 어느새 깜깜해져 있는 하늘을 본 적이 있었다.

놀 때는 그렇게 가볍던 몸과 마음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엄마한테 혼날 각오를 하고 들어갔을 때 아무 말도 없는 엄마를 보고 왜 자꾸 눈치를 보게 됐는지….


엄마가 된 지금 아이가 놀다 늦게 들어올 때 그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어렸을 때 나와 같을까?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의 내 추억과 지금 아이의 모습이 겹쳐 생각됐다.


이 책의 주인공 삼십 대 중반의 주영은 직장에서는 완벽주의자이고, 빈틈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삼십 대 중반이면서 일곱 살의 딸 수인을 키우고 있는 주영은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더 이상 사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주영은 이혼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아이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하자 주영은 그렇게 할 수 없어 딸 수인을 시골에 있는 아버지 집으로 데리고 간다.


몇 년 만에 찾은 시골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도 주영은 마음껏 쉬지 못한다. 다행인 것은 친구도 없는 이곳에서 딸 수인은 즐겁게 잘 지내고 있었다. 수인은 가끔 '벼리'라는 친구와 놀고 왔다는 이상한 말을 하긴 했지만, 시골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조금씩 놓였다.


일주일의 휴가가 끝나갈 무렵 주영은 수인에게 여기서 할아버지와 지내고 있으면 엄마가 주말마다 내려오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수인은 싫다고 한다. 주영과 수인의 사이가 벌어졌을 때 어둑서니는 수인을 찾아와 "엄마가 널 버린다고 하지?"라며 속삭인다.


수인의 어두운 마음을 비집고 들어간 어둑서니는 수인을 데리고 가고, 도깨비 벼리는 그런 수인을 구하기 위해 주영을 돕는다.


주영은 벼리와 수인을 찾으러 헤매는 동안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는 현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수인을 찾기 위해 과거로 과거로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내 뜻대로 되는 아이들이라면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결국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 아니겠어?"

"그렇죠. 하지만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부모로서도, 어른으로서도."

"그 고통도 너의 몫이니 나는 내 삶을 살겠다, 하는 부모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는가. 하나 진짜 부모란, 그걸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아픈 내 아이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뿌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p.153


수인을 찾아 과거의 기억을 헤매던 중 주영은 삼신할머니를 만나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이 문장이 작가가 자신의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나는 과연 든든한 뿌리 같은 사람일까?


양은애는 시나리오를 써오던 작가여서 그랬는지 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보듯 영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이나 도깨비와 어둑서니와의 결투 장면들도 생생하게 그려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