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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평점 :
캉디드의 작가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다.
그는 드니 디드로, 장자크 루소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로 꼽힌다. 시인, 극작가, 비평가로 알려진 그는 사상의 자유, 종교적 관용, 이성과 평화, 인간의 행복을 위해 억압에 맞서던 투사였다.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는 1694년 파리의 부유한 공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711년 예수회가 운영하던 루이 르 그랑 학교를 졸업한 후 법과 대학에 입학했지만 자유사상가들의 모임에 출입하며 많은 사상가들과 교류한다.
1717년 오를레앙 공의 섭정을 비판하는 풍자시로 인해 바스티유 감옥에 11개월간 수감되었다. 옥중에서 『오이디푸스』를 집필해 출옥 후 공연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이때부터 '볼테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귀족들의 싸움에 휘말려 다시 감옥에 갇히면서 제정치하의 불평등에 환멸을 느낀 그는 영국으로 망명한다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던 그는 1778년 파리에 귀환하여 마지막 작품 『이렌』을 상영하였고, 그 해 5월 사망에 이른다. 1791년 그의 유해는 프랑스의 역사적 위인들을 모시는 팡테옹에 안치되었다.
'캉디드'는 프랑스어로 친절한, 순진한, 순수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팡글로스 선생께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맞았군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최선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하셨거든요. 검은 망토 차림의 비정한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서러운 꼴을 당했는데, 당신의 한없는 인심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p.20
주인공 캉디드는 툰더-텐-트론크 남작의 성에 살고 있던 17살 청년이다. 품행이 온화했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해맑았다. 그러나 그의 가문은 71대까지 밖에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캉디드는 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캉디드는 남작의 성에 머물며 남작의 딸과 아들을 가르쳤던 가정교사 팡글로스의 가르침에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팡글로스는 이 세상 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캉디드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에게 반해 손을 잡고 입을 맞춘 벌로 성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성 밖의 세상은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우연히 거리에서 그가 존경하던 팡글로스를 만났지만 그는 팡글로스가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죽을만한 위기에서 간신히 도망친 그는 어느 할멈의 도움으로 그가 그렇게 원하던 퀴네공드와 잠깐 만나기도 한다.
세상은 어차피 아름다울 수 없다던 팡글로스의 말을 믿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캉디드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말 팡글로스의 말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싹튼다.
캉디드는 이렇게 급격한 전개를 해도 되나 싶의 정도로 내용이 바뀐다. 분명 눈앞에서 팡글로스가 죽는 걸 봤는데 그 팡글로스가 살아 있고, 다들 배가 갈려 죽었다고 알고 있던 퀴네공드도 살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소설과는 굉장히 다른 전개에 웃음이 나기도 했고,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캉디드』가 왜 고전이 될 수 있었는지….
철학적 콩트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우리가 영광스럽게도 함께 식사했던 여섯 명의 왕들보다 저 노인이 자신의 운명을 더욱 바람직하게 꾸리고 있는 것 같아요."
……
팡글로스가 말하자 캉디드가 대꾸했다.
"네 우리가 우리의 땅을 경작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자네 말이 맞네. 인간이 태초에 에덴동산에 있어야 했던 건, 일하기 위함이었어. 다시 말해, 인산은 쉼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야."
……
"모든 일은 최선의 상태로 서로 연계되어 있지."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비옥한 땅을 경작해야 해요."
캉디드가 대답했다. p.181~182
볼테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제는 우리의 땅을 경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기뻐하는 것도 '지금'을 위한 것이고, 미래를 계획하고 기대하는 것도 '현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캉디드』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