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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트리 - 꿈꾸는 작은 씨앗들의 모험
브라이언 셀즈닉 지음, 이은정 옮김 / 니케주니어 / 2023년 6월
평점 :
브라이언 셀즈닉은 미국 출신의 화가이자 작가다. 처음부터 어린이 그림책을 그린 것은 아니었고, 디자인 학교를 졸업 후 뉴욕의 한 어린이 서점에서 일하는 동안 떠올린 첫 어린이 그림책 《후디니 상자》를 발표하며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2017년 브라이언 셀즈닉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 멜러단드리가 만나는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두 사람이 브라이언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부탁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당시 스필버그 감독은 공룡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문득 자신이 자연의 시각에서 자연을 기리는 영화를 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는 말을 했고, 브라이언은 그 시기에는 세상이 식물로 뒤덮여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
그는 감독에게 백악기로 불리는 공룡시대가 끝나는 2억 3천2백만 년 전으로 시점을 옮길 것을 제안했다.
그 시기의 숲이 현재의 숲과 비슷하다는 점이 브라이언에게는 중요했다고 한다.
또한 자연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니만큼 우리 모두가 아파하는 지구를 보호하도록 북돋우는 강력한 환경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책에서 본 나무와 식물들 사이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작가는 이야기했다.
『빅 트리』의 주인공은 자라날 곳을 찾는 두 개의 플라타너스 씨앗이다.
머윈과 루이스는 엄마 플라타너스 나무 씨앗 주머니에 들어있던 씨앗이다. 빼곡히 자리 잡고 있던 씨앗 주머니에서 두 씨앗은 평화롭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불이 났고, 엄마 플라타너스는 자신의 씨앗 주머니에 들어있던 씨앗을 있는 힘을 다해 멀리 보낸다. 자유의 몸이 된 머윈과 루이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나의 역할은 다른 식물들이 자라게 돕는 일이거든, 그게 내 운명이야." 낙엽이 말했다.
"그러니 난 최선을 다해 너희를 도울 거야. 하지만 너희도 너희의 역할과 운명을 깨달아야 해."
"우리도 우리의 역할과 운명을 알아!" 머윈이 소리쳤다.
"우린 저 아름다운 산으로 가서 엄마 말씀대로 우리가 자라기에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
"하지만 만약… 너희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역할과 운명이 너희에게 주어졌다면?" 낙엽이 말했다.
p.274, 275
머윈과 루이스는 모험을 하며 다양한 생물들을 만난다.
머윈은 엄마의 말을 따르기 위해 자라기 안전한 곳을 찾아 아름다운 산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태초의 소리가 들리는 루이스의 생각은 좀 달랐다.
루이스는 자신에게 들리는 태초의 목소리는 자신들이 뭔가를 돕기를 원하고 있고, 우리가 세상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난 루이스에게만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란다. 난 모든 이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하지만 그걸 들을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
"그래, 하지만 그중 아무도 실제로는 내 말을 듣지 못했어. 다들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가 많았거든."
p.435
시간이 지나며 머윈에게도 태초의 목소리가 들린다.
옛날 옛적, 아주 오래된 숲에 두 개의 작은 씨앗이 살았단다. 엄마 나무는 씨앗들에게 뿌리와 날개를 주겠다고 말했어. 뿌리는 언제나 나의 자리인 집이 되어 주고, 날개는 아주 용감하게 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지…."
p.501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식물들은 실제로 소통할 수 있고, 전령사들도 존재하고, 과학자들도 물속에서 고유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숲은 실제로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제각각 알아서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숲의 구성원들은 서로 의존하고 생존을 도우며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작가 브라이언은 2년에 걸쳐 스필버그, 멜러단드리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거의 멈추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고,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빅 트리』는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흑백 그림을 보며 이 장면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얼마나 멋진 장면이 탄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입장에서 쓴 자연 세계의 이야기 『빅 트리』는 그림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머릿속에 장면이 계속 그려지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언젠가는 꼭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