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 -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샘터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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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존재. '타인'을 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속 노랫말처럼 나조차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순간들이 많은데, 타인과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들 어떻게 다 알 수 있으며 상대가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 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과 나라는 존재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일들은 인간관계 심리학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할 수 있는 기회들이 담겨 있다. 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인 '심리를 읽어드립니다' 영상 시리즈를 시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 많이 등장하는 분은 단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타인과의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며 끊임없이 떠오르는 머릿속 물음표에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당신을 위해 도서 타인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심리 읽어드립니다] 콘텐츠가 출간되었다.





자존감 도둑,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함으로 타인을 조종 혹은 지배를 강화시키는 행위를 가리키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현대에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보다는 비슷한 느낌의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또한 이 두 단어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자신의 지배 혹은 조종할 수 있는 범위에 계속 머무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의심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화제가 되어 일상 속 표현에 자주 쓰일 만큼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주목했다. 서열화된 사회에서는 가스라이팅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눈치채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미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알았다 할지라도 심리적 지배에서 혼자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서열이 공고한 사회나 집단 내에서 도움을 청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끊임없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이 서열화에는 많은 종류가 있을 것 같다. 나이, 지역, 성별, 국적, 재산, 학력, 파벌 등.. 많은 소요들이 존재한다. 마치 나이를 모르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다른 친구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말투가 달라지고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한 것 같이 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서열화 가능한 수치들은 더 많이 존재함을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계급제에 속해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기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명 '금수저'론과 같이 말이다.





비교 사회


서열화된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비교를 하며 사람의 가치를 나눈다. 비교에는 어떤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과 어떤 것의 가치를 낮추는 디 벨류에이션(devaluation)이 존재한다. 근데, 희한하기 한국에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포함한 칭찬 스킬을 발동한다. "A 진짜 잘하더라, 너보다." 이 문장 하나로 A라는 사람을 높이는 벨류에이션 동시에 상대를 낮추는 디 벨류에이션이 된 것이다. OO 의문의 1패라는 말과 같이 말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평가 절하된 듣는 이는 상처받기 마련이다. 이런 것이 비교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견 표현,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음은 비교 당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만큼 비교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비교를 '유머'나 '농담' 정도로 생각하고 비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어떻게 비교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되었나? 한국에는 자라온 환경과 개인의 가치관과 상관없이 나이에 따라 해야 할 일들, 해내야 할 일들이 존재한다. 같은 나이에 학교에 진학하고 그다음 학교에 진학하고 또다시 정해진 트랙 외에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몇 살 때 이것을 이루지 않는다면 젊은 날에도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혀 일찍이 날개를 꺾어버리기도 한다. OO 세에 이룬 OO이라는 타이틀이 한국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리와 다른 것은 배척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교로 정형화된 삶이 존재한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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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노구치 사토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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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처음 얼굴을 마주한 사람과도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나가고 아주 조금의 어색함과 침묵 없이 풍성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화를 해야 좋은 대화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함께 했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던 대화는 그 당시 함께 대화를 나놨던 사람에 대한 인상도 나눴던 말들과 같이 유쾌하게도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람과의 대화는 다음번 만남에서도 그 다음번 만남을 생각할 정도로 함께 할 시간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런 대화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도서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의 저자는 "우리 언제 또 만날까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대화는 상대를 중심에 두는 대화법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대화의 주인공은 누구?>


상대와 대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나 행동에 상대방을 생각하고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도서에서는 배우자를 찾는 40대 남성 이야기가 예시로 나온다. 남성은 결혼을 위해 모든 준비를 해놨으나 자꾸만 여성과의 연락이 끊어져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고민이라고 저자를 찾아왔다. 그리고 저자는 남성이 여성과 어떤 대화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남성은 자신도 모르게 모든 대화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오늘은 바빠서 만나기 힘들다는 여성의 문자에 남자는 저도 요즘 쉬는 날이 없어서 너무 지친다고 말을 했고 거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직원까지 줄어서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로 답장을 했다. 이 답장을 끝으로 여성은 더 이상 남성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남성은 자신의 말 중 어떤 지점에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하여 저자는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대화법을 남성에게 알려주었고 남성은 상대를 배려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어떻게 말에 담는지를 저자로부터 배워 이후에 만남에서는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는 등.. 해피 엔딩이 되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남성에게 가르쳐준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즐거운 대화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즐거운 대화의 세 가지 특징>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합쳐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이 상대방을 대화의 주인공으로 두는 대화법이 되어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자신이 말을 하고 있는데, 상대가 듣는 둥 마는 둥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계속 이야기를 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때로는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하여 상대가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이 하고 있던 일에 집중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감이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잘못을 따져 물으며 당시에 상대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헤아리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면 대화는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대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담이 끼워 팔듯이 대답을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겪은 일에 공감을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며 경청하는 대화법에는 맞지 않는다. 또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에 온전하게 공감받지 못하고 화자가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돌아감으로 대화를 더 이상 진행하고 싶지 않아 할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자신의 이야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는 사람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리액션'을 해주는 역할이 존재한다. 리액션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색하지 않게, 긴장을 풀고 더 많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게 만든다. 도서에서는 사람과의 거리를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게 만드는 법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며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표현될 때 얼마나 큰 변화를 이뤄내는지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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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제어 - 뇌 과학과 시간 감각
마르크 비트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일므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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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삶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 등은 저마다 편차가 있지만 시간만은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진다.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잘 운영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시계를 발명하고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시간 사용의 중요성도 함께 깨달았다. 시간 흐름에 따라 씨를 뿌리기도 열매를 수확하기도 또 잠시 쉬여가는 연단위의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기도 하고, 혹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로 나누어 봄에는 시골, 여름에는 바다, 가을에는 산, 겨울에는 스키장에 가는 등.. 계절로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더욱 세분화되어 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기도 한다. 시간은 인간에게 있어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혹은 어느덧 노인이 되어 있다는 말이 생기게도 한다. 시간을 지배한다는 것. 시간을 제어한다는 것.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도서 시간 제어에서는 신경과학적,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 인식에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과거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 인해 이미 지나간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아파하며 현재의 시간이 아닌 과거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과 같이 과거의 기억과 감각이 현재의 시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현재의 스트레스와 의식, 자아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인식하는 것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여 저자는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곽, 현재,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나 지나간 일들인 과거는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 성장할 수 있고 성장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적인 성향과 즉흥적인 성향 두 가지 중 한 가지로 자신을 표현하곤 한다. 이를 MBTI에서 P형과 J형으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 둘 중 어떤 삶이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장 빠르게 도달해 줄 수 있을까? 계획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즉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계획을 세워 놓지 않으면 낭비되는 시간이 많고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대로 살다가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미래를 살게 된다고 꾸짖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계획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계획대로 따라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현재 느껴야 할 감각들과 소중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말이다. 계획을 세울 때 어떤 사람을 만날지 업무적 미팅 시간과 계획은 세울지 몰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육하원칙에 따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획에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 미래에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이 말에 답을 알고 있다.






즉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마시멜로 실험에서 지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0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고 이야기를 듣고도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사람과 같다. 만족지연(더 큰 보상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이나 욕구를 참는 것을 뜻한다)보다는 즉각적인 만족을 선택한 것이다. 사람은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보상의 가치를 점점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만약 지금 45달러를 받느냐 아니면 세 달 후에 50달러를 받느냐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날짜가 하루 차이였다면 모두들 하루를 기다려 50달러를 받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저자는 알려주고 있다.





시간을 관리하고 싶다면 즉흥성과 계획성을 적절히 상황에 따라 선택해가는 것이 현명히다. 상황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적으로 자기 삶을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간을 관리하고 싶다면 내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이해해 봐야 하고, 인간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무의식적으로 다 영향을 받고 있고 어릴 때는 시간이 참 느리게 갔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어떻게 시간이 흐른지도 모르겠다 하는 말이 사실 주관적인 경험에 따라 뇌가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에 관련된 뇌과학이 궁금하다면 도서 '시간 제어'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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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얼굴 - 우리가 몰랐던 난세 영웅들의 또 다른 얼굴
임채성 지음 / 루이앤휴잇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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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난세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을 아는가. 도서 리더의 얼굴에서는 일인자 뒤에 가려져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인자로 불렸던 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봄으로 그들의 얼굴을 드러냈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승리한 자는 모든 것이 추앙받아 마땅한 요소들로 역사에 기록되며 반대로 패배한 자는 어리석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해 스스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자와 같이 묘사된다. 하여 우리가 알고 배우는 역사가 서술한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물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아온 삶 전체를 알아야 하는데,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 이미 오래전 역사 속에 사라진 이들의 삶을 온전히 알기란 어렵다. 하여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처신했느냐 하는 '처세술'을 바라봄으로 참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흰 털 가진 여우>


삼국지의 오서 '오 주 전'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완전히 흰 털만을 가진 여우는 없지만, 여우털로 완벽하게 흰옷을 만들 수 있는 있다. 이 말은 혼자 사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지만 적재적소의 사람을 쓸 줄 아는 힘이 있다면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고, 인재를 씀으로 여러 사람의 지혜를 한곳에 모은다면 성인의 지혜도 두렵지 않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고 나서도 지도자가 자신의 일을 보필할 장관들을 뽑는다. 나라의 살림이 크니 적재적소에 인재를 두어 국민의 삶 증진에 힘써야 하는 것이 마땅한 리더의 얼굴일 것이다. 자신의 힘과 지혜가 부족하였으나 스스로 어떤 자린지 돌아보고 사람을 등용하고 한번 등용하면 끝까지 신뢰하는 믿음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주군이 된 자가 있다. 그는 바로 '손권'이다.






손권이 형 손책에 이어 주군이 됐을 때 당시 나이는 19살이었다. 조조가 천하에 이름을 알렸을 때의 나이가 40세, 유비가 익주를 다스릴 때에도 나이가 50세는 가까이 되었으니 손권은 그들이 살아오며 다져온 정치력이나 군사력에서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았던 손권은 감정적으로 섣불리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자기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그려나가며 지지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온 책인 부하였던 여강 태수 이술은 손권을 무시하며 따르지 않고 반란을 일으키던 자였는데, 손권은 조조의 군대가 지척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형세였다. 이에 손권은 조조에게 조조가 임명했던 장수 '엄상'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흉악한 무리인 이술을 치려 한다며 절대 도와주지 말 것을 요청한다. 이 전투에서 이술은 조조에게 군대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조조는 군사들을 보내지 않았고 이것이 손권의 첫 승리 이자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손권은 보인 것은 '이인자의 철학'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독단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많은 인재와 더불어 차선책을 구하고 위기에는 한보 후퇴하고 상황을 지켜봄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이는 마치 정어리 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계속해서 리더가 바뀌고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기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드러낸다면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손권은 검소한 생활과 더불어 출신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한번 믿기로 결심한 인물은 끝까지 믿고 완전한 책임을 부여함으로 아무것도 없던 유약해 보인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튼튼한 지지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한 인물이 높은 위치에 올랐다고 하여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을 희생시키는 이들은 역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좋다고 해도 사람의 됨됨이가 좋지 못하다면 그 자리 또한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기 십상이다. 저자는 난세 영웅들의 삶을 통해 훌륭한 리더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어떤 리더를 훌륭하다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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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양수진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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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간은 생명이 주어지는 순간 죽음도 함께 주어진다. 태어났다는 것은 언젠가 삶을 마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일들의 연속인 인생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이것이야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눈을 감는 망자 앞에 산 사람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겪는다. 모두가 겪을 또 겪는 죽음에 대해 어느 누가 쉬이 입을 뗄 수 있을까. 이 별, 지구에 태어나 죽음이라는 이별을 하며 떠나는 이를 가리켜 이별에서 이 별(다른 별)로 떠나는 여정이라 표현하는 이가 있다. 바로 도서 이 별에서의 이별이다. 본 책은 MBC 드라마 <일당백 집사>의 모티브가 되었었다고 하는데, 해당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모티브가 되었다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겠구나 생각이 든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이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망극'이라는 단어를 쓰고, 남편이 사망했을 땐 '천붕지통', 아내가 사망했을 땐 '고분지통', 형제가 사망했을 때는 '할반지통'이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잃은 고통 앞에서는 고통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어. 다만 끔찍하고 비참한 광경이라는 '참경'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부모가 자식을 잃음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표현한 것이 아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으로 단어를 썼다는 것이다. 이는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은 말로 담기지 못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기만 하여도 고통스러우리만큼 가슴 아픈 광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본 도서의 지은이는 장례 지도사로 고인을 마지막까지 모시는 일을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경황없이 황망한 이들을 위해 장례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또한 하고 있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당연 장례식장이다. 오랫동안 장례 지도사 일을 하였음에도 매 순간 유가족들의 울부짖음 앞에서는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통함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울 때면 들어오는 햇살조차 서늘하게 느껴지리만큼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


오랫동안 고인을 모시고 유가족들의 곁을 지켜왔던 베테랑 장례지도사라 할지라도 죽은 이의 모습 속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면 억눌러왔던 감정은 조금씩 새어나가다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저자가 속한 곳에서 일하는 선배의 이야기가 그러했다. 선배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다가 결국 함께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던 저자를 보며 아직 멀었다며, 감정을 보이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유가족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했었다. 어느 날 그런 선배의 눈앞에 3살짜리 아이 누워 있었다. 영안실에서. 선배는 앳된 얼굴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체구가 작아 한 사이즈로 나오는 수의는 입힐 수가 없어 평소 자주 입던 옷이나 좋아하는 옷을 입혀 입관을 한다고 한다. 아이에게 파란색 자동차가 그려진 내복을 입혔다. 그래도 아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차가운 곳에 몸이 뉘여져 있다. 선배는 어느덧 큰소리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유가족보다 더 큰 소리로 말이다. 이 선배는 아이를 통해 무엇을 봤던 것일까? 그건 바로, 집에 있는 아이였다. 딱 그만한 나이. 딱 그맘때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는 서늘한 공기가 도는 영안실에 이불 하나 덮지 않고 자기가 가장 좋아했던 내복을 입고 누워있다. 아이의 얼굴에서 선배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았다.





깊은 밤, 빛나는 별

저자는 장례 지도사의 일을 하면서 죽음 앞에, 그 어떤 지위도 재산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싸늘하게 체온이 식어버린 주검 앞에서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보다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무언가는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토록 반짝이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음에도 죽음이라는 깊은 밤이 지평선을 고요히 채우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의식하는 삶을 통해 인생을 더욱 반짝이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치 밤이 깊을수록 낮 동안에는 보이지 못했던 별들의 반짝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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