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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 -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샘터사 / 2022년 11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존재. '타인'을 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속 노랫말처럼 나조차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순간들이 많은데, 타인과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들 어떻게 다 알 수 있으며 상대가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 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과 나라는 존재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일들은 인간관계 심리학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할 수 있는 기회들이 담겨 있다. 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인 '심리를 읽어드립니다' 영상 시리즈를 시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 많이 등장하는 분은 단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타인과의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며 끊임없이 떠오르는 머릿속 물음표에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당신을 위해 도서 타인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심리 읽어드립니다] 콘텐츠가 출간되었다.
자존감 도둑,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함으로 타인을 조종 혹은 지배를 강화시키는 행위를 가리키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현대에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보다는 비슷한 느낌의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또한 이 두 단어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자신의 지배 혹은 조종할 수 있는 범위에 계속 머무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의심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화제가 되어 일상 속 표현에 자주 쓰일 만큼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주목했다. 서열화된 사회에서는 가스라이팅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눈치채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미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알았다 할지라도 심리적 지배에서 혼자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서열이 공고한 사회나 집단 내에서 도움을 청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끊임없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이 서열화에는 많은 종류가 있을 것 같다. 나이, 지역, 성별, 국적, 재산, 학력, 파벌 등.. 많은 소요들이 존재한다. 마치 나이를 모르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다른 친구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말투가 달라지고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한 것 같이 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서열화 가능한 수치들은 더 많이 존재함을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계급제에 속해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기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명 '금수저'론과 같이 말이다.
비교 사회
서열화된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비교를 하며 사람의 가치를 나눈다. 비교에는 어떤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과 어떤 것의 가치를 낮추는 디 벨류에이션(devaluation)이 존재한다. 근데, 희한하기 한국에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포함한 칭찬 스킬을 발동한다. "A 진짜 잘하더라, 너보다." 이 문장 하나로 A라는 사람을 높이는 벨류에이션 동시에 상대를 낮추는 디 벨류에이션이 된 것이다. OO 의문의 1패라는 말과 같이 말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평가 절하된 듣는 이는 상처받기 마련이다. 이런 것이 비교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견 표현,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음은 비교 당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만큼 비교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비교를 '유머'나 '농담' 정도로 생각하고 비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어떻게 비교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되었나? 한국에는 자라온 환경과 개인의 가치관과 상관없이 나이에 따라 해야 할 일들, 해내야 할 일들이 존재한다. 같은 나이에 학교에 진학하고 그다음 학교에 진학하고 또다시 정해진 트랙 외에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몇 살 때 이것을 이루지 않는다면 젊은 날에도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혀 일찍이 날개를 꺾어버리기도 한다. OO 세에 이룬 OO이라는 타이틀이 한국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리와 다른 것은 배척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교로 정형화된 삶이 존재한 사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