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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논어'는 중국의 사상가 공자(孔子)가 제자들과의 나눈 말들이 담긴 어록으로 사서오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도 '논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동양의 고전으로 유명하다. 도서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의 저자 판덩은 유년 시절에 읽었던 '논어'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 있어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마음에 남아. 이에 글들을 묶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자왈: "유, 회여지지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공자가 말하길.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자가 진정한 지식인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공자보다 아홉 살 어린 '자로'라는 인물이 있었다. 자로는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로 여러 해 동안 공자의 곁에 함께 머물며 가까이했던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자로는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어. 공자는 이를 염려했다. 그리고 어느 날 자로에게 물었던 것이다. 진짜 안다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라고 말이다. 진짜 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은 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모르는 것 또한 속임 없이 모른다고 인정하며 지식을 구하는 일이라고 공자는 말했다. 직설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스승이 되기를 자처했던 자로 이기에 공자의 눈에는 자로가 과신하여 사람들을 잘못 인도하게 될까 봐 걱정했다.
자로가 공자의 제자로 들어간 일화도 재미있었는데, 자로는 힘이 세고 용맹스러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자 또한 의협심이 강하고 용감해 둘의 기질이 비슷했던 것이다. 이 둘이 싸움을 벌이게 되었는데 싸움에서 자로가 공자에게 패배하고 만다. 자로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공자의 밑으로 들어간 것이 자로가 공자의 제자가 된 계기라고 한다. 저자는 이 공자의 문장을 통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자신은 무엇이든 다 잘 알고 있다고 과신하는 '자만'에 있다고 지적한다.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성장의 기회와 희망이 있으며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진정 모든 지식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 또한 그렇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공자의 이 문장은 비단 지식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대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상대를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된다.
도서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는 시대에 따라 논어에 해석이 달라졌듯. 저자의 글 또한 해석을 달리하여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논어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논어를 읽어야 할 때가 있다고 하며 논어 읽기를 추천하는 것에 있어 그 까닭은 논어를 읽는 동안 옮고 그름과 어짊과 선과 악 등 다양한 논제를 놓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 속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생각들을 들여다 봄으로 나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기준들을 발견하게 되고 또 새로운 기준을 세워, 굳고 여문 물건은 아무리 갈고닦아도 얇게 되지 않는다는 논어 속 말처럼 어떤 환경과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힘이 되어준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정리해 놓은 글만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면 그런 사람에게 있어 논어는 열 번, 백번 읽는다 해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