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의 미술관 -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부터 시작해 19세기 파리에서 인상주의 회화가 예술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과 같이 예술 문화가 꽃피우기 전 예술가들에게 있어 16세기 암흑의 시기였으니 말이다.
종교개혁과 예술품
예술가들에게 있어 주요 고객들은 왕실과 교회였다. 그러나 마틴 루서의 종교개혁에 깃발이 올라간 이후부터는 그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틴 루서는 성경에 나오는 우상 숭배를 금하는 내용. 즉,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도, 하늘에나 땅에나 그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고 절하지 말고 섬기지 말라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 당시 죄를 사면해 준다는 면죄부를 신도들로부터 판매하고 그로 얻어진 수익으로 조각상을 포함한 각종 예술품으로 교회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교회문에 붙여진 부패를 비판하는 95개 반박문은 종교개혁 운동에 시작을 알렸다. 이 종교개혁 운동은 교회 미술 파괴 운동으로 이어졌다. 교회 안팎으로 존재하는 조각상과 예술 작품들을 태우거나 부숴 훼손 시키는 파괴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훼손되었지만 일부만 파괴되어 살아남은 몇몇 예술품은 현재 교회의 일부가 되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 미술 파괴 운동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먹고 살 길이 좁아졌다는 의미가 되었다.
종교미술 자리를 채운
정물화와 풍경화
종교미술의 같은 경우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타깃층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종교개혁으로 인해 교회 내에서 예술품을 구입하는 것을 꺼리다 못해 폭도로 변한 사람들로 인해 예술품이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리자 예술가들은 빠르게 타깃층을 바꿔 살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그려야 일반 시민들이 그림을 살까? 화가들은 기존에 많이 그렸던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른 이야기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야만 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이 사물과 풍경이었다. 사물과 풍경이라면 일반 시민들도 자신의 집과 가게에 걸어놓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네덜란드에서 이러한 정물화, 풍경화를 활발하게 그리기 이전에는 꽃과 그릇, 과일 같은 정물들은 기존에 그림에서 조연도 아닌 소품으로 등장한 소재였고, 그림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고객 타깃층이 변경되었으니 그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당시에 그림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였다.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신도들에게 성경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는 것에 그림만큼 좋은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없었다고 한다. 교회에서는 성경을 이해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그림 프레젠테이션을 썼다면 상황과 고객층이 바뀐 당시에는 그림이 더 이상 교회와 왕실을 위해 사용될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는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당시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여행객들의 말에 의하면 그림이 정말 어딜 가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널려있었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은 이제 그림을 광고지처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서 부의 미술관은 유럽의 정치와 경제적 흐름에 따라 달라졌던 미술계의 양상을 소개한다. 더 이상 발전할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도 위기가 두드리는 문에 기꺼이 문을 열고 새로운 모습을 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의 행적들을 보고 있으니 인간이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잠재력의 진정한 힘은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종교개혁이 교회 미술 파괴 운동을 불러오고, 이는 정물화와 풍경화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