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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 산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강화길 작가님의 첫 에세이.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드는 생각은 이러했다.
‘나는 과연 낭만적으로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한참을 생각해도 선뜻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내 20대는 효율과 속도를 좇느라 바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한꺼번에 일처리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낭만은 늘 뒤로 미뤄도 되는 것이었고, 어쩌면 조금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오래도록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낭만이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하루,
좋아하는 음악을 끝까지 듣지 못하는 저녁,
하늘을 올려다볼 틈조차 없는 날들..
하지만 거기에 낭만 한 스푼이 삶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의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걷고, 좋아하는 문장을 오래 붙잡고, 번거롭더라도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선택하려 한다. 나만의 작은 낭만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낭만’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 시선이 갔음을.
강화길 작가의 작품 가운데 내가 읽은 것은 안전가옥 출판사의 <안진 : 세 번의 봄>뿐이다. 모녀 사이에 흐르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이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지금, 이 책은 단숨에 올해의 에세이가 되었다.
이 책의 중심에는 통증이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겪어온 원인을 알기 어려운 신체의 통증,
작가로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과 압박,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과 사랑,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고, 계속 쓰는 이유.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며 버텨낸 시간들,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작가는 자신의 통증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을 특별한 이야기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건네는 문장들은 이상하리만큼 위안이 된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안부를 듣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는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공포영화 주온을 비롯해 작가가 사랑한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어느새 넷플릭스에 몇 편을 저장해 두었고, 작가님의 소설들은 읽고 싶은 목록에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왜 이렇게 이 책이 좋게 느껴졌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통증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님의 일상이 나의 일상처럼 편안하게 느껴져서 위로를 받은게 아닌가 싶다.
힘내! 나아질 수 있어! 지치지 마! 이런 파이팅적인 말..
거창한 단어들로 휘황찬란하게 보여지는 말보다도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점에서 깊게 느껴졌음을.
아마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낭만일 것이다.
불완전한 몸과 마음을 끌어안은 채,
오늘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용기.
낭만이란 특별한 하루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오늘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고.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