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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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부류의마지막존재 #시그리드누네즈

1968년, 뉴욕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앤과 조젯(조지)가 룸메이트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사회의 부조리에 누구보다 민감했던 앤과,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조지.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앤이 경찰 살인죄로 수감되면서 다시 깊게 얽히게 된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만 담겨져 있진 않다.(초장만 읽고서는 “나의 눈부신 친구”가 떠올랐지만) 반전운동과 민권운동, 인종과 계급 문제 등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이 두 사람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그 시대의 미국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컸다.

무엇보다 앤과 조지가
같은 사람을,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르게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7부에서는 그동안 조지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앤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조지가 생각했던 앤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
저자가 이런 부분까지 다시 바라보게끔 만든 부분이 감동 뽀인뜨가 되시겠다.
누군가의 인생을 오래 지켜봤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전부를 아는 건 아닐 테니까.

두 사람의 우정도,
한 시대의 미국 사회도,
그리고 한 사람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읽고 나서 생각해볼 지점이 참 많았던 책.👏🏻👏🏻
강추!!

도서제공 | @ellelit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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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나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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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나선 #히가시노게이고 🌟pick🌟

히가시노 게이고의 ”투명한 나선“을 읽었다.

갈릴레오 시리즈의 열 번째 장편인 이 작품은 바닷가에서 총상을 입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실종된 동거 여성을 쫓던 구사나기와 우쓰미는 수사 과정에서 뜻밖에도 유카와 마나부와 마주한다.

이 시리즈는 처음이라 인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옮긴이의 글에서는
“인간 <유카와 마나부>를 마침내 발견해 낸 작품”이라 쓰여져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그가 오랫동안 감춰온 과거와 비밀이 놓여 있는 것이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이끄는 유카와는 괴팍하면서 이지적인 학자로, 적극적인 타입의 탐정 캐릭터가 아니다.
대학 친구이자 형사인 구사나기가 천재 물리학자인 그를 칮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 패턴.
유카와는 항상 한발 물러난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포착해 난제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유카와의 개인사가 드러난다.]

늘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유카와에게도 과거가 있었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며,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 과학으로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던 그가 이번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좋았던 건 사건의 진실보다 그 진실 뒤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감추고, 사랑하기 때문에 침묵하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마음들.

그래서 제목인 ‘투명한 나선’이란 글자에 시선이 갔다.

나선처럼 과거와 현재, 가족과 타인,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관계가 겹겹이 얽힌다. 그런데 그 연결고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관계.
끊어낸 줄 알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인연.

그게 이 제목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처럼 느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하면 역시 추리에 반전이 빠질 수 없지만,
이 작품에선 반전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머물렀다.
특히, 키워드 “가족”에 대해서.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전에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미스터리를 쓰지만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 예전에 게이고 추리물 몇 읽은 독자로서 혹평을 남겼었다.
장미와 나이프, 가면 산장 살인사건,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재밌었지만 결말이 짜잔~ 갑자기 등장한 느낌이었어서 그 뒤로 추리물은 안 찾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 중 녹나무의 파수꾼을 먼저 읽었었다. 그의 힐링물은 내 취향이라 녹나무 시리즈를 많이 애정한다.)

+ 최근에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도 읽었지만, 이 책이 훨씬 더 좋았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더 찾아봐야겠다.
+ 향년 68세. 그의 별세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고통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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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텔레패스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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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텔레패스 #가미조가즈키

가미조 가즈키의 데뷔작이자 제31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수상작.
초자연적인 공포에 미스터리와 추리를 결합한 호러 미스터리다.

호러인데도 무작정 자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텔레패스’라는 설정을 추리의 단서처럼 활용하면서 진실을 좇게 만드는 방식이 꽤 흥미로웠다. 읽을수록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논리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논리마저 무너뜨리는 심연의 공포가 맞부딪힌다.

특히 제목의 ‘심연’이 단순한 공포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괴담을 논리적으로 추적하는 재미가 강한 호러 미스터리.
+ 호러의 공포도는 개인마다 다소 의견이 갈리겠지만, 미스터리로서의 재미와 술술 읽히는 전개는 좋았다!
+ 일상의 아주 사소한 틈으로 괴이함이 스며드는 공포감을 중심으로 전개가 펼쳐진다.😱 (닫은 문에서 똑똑 소리난다던가, 새벽에 현관문 센서등이 켜진다거나, tv가 저절로 켜진다던가....으아아아-) 소리, 냄새, 물기처럼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귀신이 나타났다는 식의 직접적인 공포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법...!!!!
+ 하지만 작중에선 괴담 자체가 주는 공포감보다는 사건의 구조와 추리에 더 무게가 실려있음.
+ 그리고 중반 이후 〈아시야 초자연 현상 조사〉의 아시야 하루코와 고시노 소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괴이를 무조건 믿지도,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고 초자연적인 가능성과 과학적·현실적인 가능성을 함께 놓고 사건을 추적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그래서 ‘오컬트 + 탐정물’ 같은 재미가 있음.

🔖 305
유령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저주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
그런 이원론에는 분명 의미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믿느냐, 믿지 않느냐'라는 고정관념을 기준 삼아 판단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관찰 및 기록해서 분석하는 것이리라.

도서제공 | 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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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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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장강명

실제 아내의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토픽션으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단 사흘의 시간을 담고 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쓰러진 아내 이지수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한 안시찬. 감기인 줄 알았던 증상은 악성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으로 이어지고, 그는 중환자실과 수술실 앞을 하염없이 서성인다.

고작 사흘인데, 그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진다.
희망과 절망 사이, 믿음과 불신 사이, 사랑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마음이 서성이는 시간.

누구도 고통 앞에서는 현명할 수 없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서성이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 그 시간들이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간들처럼 느껴져서 미래의 내모습처럼 그려졌다. 화자가 느낀 감정들이나 이성적인 판단들 또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함으로써 나도 다시 내 행동들을 되돌아본다.

사흘이라는 시간 속에 담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게 젖어 들었다..

+ 부디 건강해지시길 바라며..🙏

도서제공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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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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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잊힌사람들 #발레리페랭

쥐스틴은 요양원에서 일하며 노인들을 돌본다.
그곳에서 만난 96세의 엘렌은 쥐스틴에게 자신의 지나온 삶을 들려준다. 사랑했던 사람, 전쟁, 이별, 다시 찾아온 사랑, 그리고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온 기억들.

쥐스틴은 엘렌의 이야기를 작은 파란 수첩에 하나씩 적어 내려간다.

그렇게 이 소설은 두 개의 시간을 오간다.
현재를 살아가는 쥐스틴과, 과거를 살아온 엘렌.

엘렌에게는 기억해야 할 사랑이 있었고,
쥐스틴에게는 밝혀야 할 가족의 비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까마귀’라 불리는 익명의 전화가 있다.
요양원 노인들의 가족에게 부고를 알리는 거짓 전화를 걸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노인들에게 가족을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죽었다는 거짓말을 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러 오는 가족이라니.

일요일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하지만 요양원에 어르신들에게 일요일은 오히려 가장 외로운 날이다.

요양원 창밖으로 가족을 기다리는 노인들.
아무도 오지 않는 일요일.

우리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서,
혹은 오래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귀 기울이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

쥐스틴과 엘렌의 사이를 보면 참 따뜻하다.
엘렌은 쥐스틴에게 자신의 기억을 건네고,
쥐스틴은 그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엘렌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한때 그 사람이 얼마나 뜨겁게 살아 있었는지를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애도일지도 모르겠다.

+ 엘렌의 사랑 이야기는 참으로 절절했으나, 또다른 이야기인 쥐스틴이 몰랐던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은…
참으로 꿉꿉했던 여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는 것, 꼭 주목하시라!

+ 프랑스 특유의 서정성과 몰입감, 가독성이 좋아 뚝딱 읽게 된다.

도서제공 |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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