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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시간의감촉 #은희경
도서제공 | @munhakdongne
<새의 선물>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대와 설렘이 한꺼번에 밀려와...!
역시는 역시.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문체와 분위기에 홀려버렸다.
성격도, 취향도, 살아온 궤적도 너무나 다른 예순다섯 살 자매, 안나와 경선.
🔖18 > 나이든다는 것이 그처럼 꾸중과 책망을 들어야 하는 일인가.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명은 이제 모두 ‘노화’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노화란 추방의 전 단계나 마찬가지이다. 죽음을 향한 여정인 것이다.
노화와 죽음, 그리고 고독.
동시에 과거를 돌아보며 시간이 몸에 남긴 흔적과 지나온 삶의 촉감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혼자 조용히 살아가던 퇴직 연금 생활자 안나는 아픈 동생 경선의 보호자가 되어 병간호를 맡고, 손녀 다니엘까지 함께 돌보게 된다.
두 사람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와 세 사람의 여행을 통해 노년 여성들이 ‘할머니’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고유한 개인으로서 서로를 마주하고 이해하고 화해하며 둘의 관계가 차츰 변해감을 보여준다.
안나와 경선의 티키타카 보는 유쾌함 속에서도 깊이 사유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마음 깊숙히 쑥 들어오니 기대해도 좋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이 문장을 읽으며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고 나름 생각해본다.
1. 시간.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 이것은 나이듦. 몸의 변화. 안나와 경선은 이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노화임을, 죽음과도 가까워졌음을 받아들인다.
2. 공간.
🔖203 > 여행은 장소뿐 아니라 시간의 이동인 것 같다고. 처음 와보는 장소인데 언젠가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풍경과 마주치면 그 순간 시간의 회로가 교란된다고.
낯선 장소는 때로 여행자를 과거의 어느 한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또 그 장소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대의 버튼을 갖고 있다.
🔖205 > 전차 안의 승객들을 둘러보는데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이어진다. 어쩐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 안나는 불현듯 자신이 어떤 시간대의 버튼들을 눌렀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 풍경이 이 도시의 첫인상으로 새겨진다.
3. 사회.
🔖33 > “내가 주문을 느리게 한 것도 아니잖아. 대체 이 나이에는 어디를 가야 환영받을 수 있는거야?”
🔖105 > “그래서 난 귀여운 할머니 같은 말도 싫어. 늙으면 수동적이고 퇴행적인 것 말고는 매력을 부여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할머니, 노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바라보지 말고
한 사람으로서 존중해주길.
추억과 기억, 나이듦과 죽음을 매개로 한 노인들의 이야기가 난 너무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