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북다 #북다방
도서제공 | @북다
수상작품집을 읽을 때 좋은 점은 한 권 안에서 전혀 다른 작가들의 세계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202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여섯 편의 소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서로를 버겁게 느끼는 사람들.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곁에 남아야 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묻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대상작인 “박솔뫼-사과”와
우수작품상인 “성혜령-하악”과 “황시운-일일업무 보고서“
•대상작인 박솔뫼의 사과는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고 묘한 소설이었다. 애리와 선호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또 특별한 사건 없이 서서히 멀어진다. 흔히 연애소설에서 기대하는 뜨거운 감정도, 극적인 이별도 없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언제나 분명한 계기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관계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성혜령의 하악에서는 가족과 돌봄의 문제가 훨씬 현실적인 얼굴로 다가온다. 자인은 장애가 있는 동생 태인을 바라보며 애정과 피로, 죄책감과 거리 두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돌봐야 한다는 말은 너무 쉽게 나오지만, 정작 그 돌봄을 감당하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자주 뒤로 밀려나는가. 이 소설은 누군가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까지 들여다본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는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장애를 가진 세진에게 먹고, 씻고, 화장실에 가고, 일을 하는 일은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계획이 필요한 일이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매일 치러야 하는 노동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그래서 오히려 현실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지나친 연민이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일상 속의 무심코 지나쳐온 사람의 얼굴. 세진의 하루를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오히려 그 담담함 때문에 더 아프게 다가왔다. 아무도 읽지 않는 업무보고서를 매일 작성하는 세진의 모습은 어쩐지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 여섯 편을 다 읽고 나니 이번 작품집의 인물들은 대부분 어딘가 조금씩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하고,
과거의 상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몸과 현실을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간다.
문학은 그런 사람들을 한동안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삶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하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준을 조금씩 흔든다.
수상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경계가 아주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 여섯 편도 그랬다.
가족과 타인, 장애와 비장애, 가해자와 피해자, 사랑과 이별 같은 익숙한 구분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마음들이 있었다.
어쩌면 문학이 하는 일은 그 경계 사이에 잠시 우리를 세워두는 것인지도 모르지.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의 하루를,
조금은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 문학의 가치이며, 문학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