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결혼을 하고 처음보는 그녀석의 얼굴이 좀 안되보이는건 아마도 새로 개발을 시작하는 제품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농담삼아 "다이어트 하면 너 별로 안이쁜데." 라고 말했다. 그녀석은 피식 웃었고 왠지 그게 좀.. 가슴 서늘했다.  

결혼을 하고 두번째 그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안되보였고, 나는 계속 일이 정신없는거라고 생각했다. 바쁘면 잠도 밥도 잊고 사는 녀석이니까 그려려니 해버렸다.  맛있는 밥까지 얻어먹고 난 후에 계산하려고 그녀석이 지갑을 편 순간. 그 사진을 본 것을 지금도 후회 하고 있다. 아니 그 사진을 그냥 여자친구려니 하고 넘어가주지 못한 내 태도를 지금도 후회 하고 있다. 오랜시간 우리는 친구이상으로 너무 가까웠고,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너무 존중이 없었던 것을 후회 한다. 결국 나는 그 여자가 누구냐고 계속 물었고, 심지어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휙 빼앗아 확인까지 해 버렸다. 어지간한 일에는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는 내가 보기에도 그 사진은 손이 떨리는 일이였다. 지갑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아니 들을 수 없었다. 새차를 뽑았다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승식을 한다고 했을 때도 나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고, 다른 친구 아이의 돌 잔치에서는 시간차로 서로 마주치지 못했고, 비오는날 안부 문자도 없었고, 월급날 밥 사주겠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나는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 일을 통채로 들어 내고 싶어하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없던일이야. 없던 일로 하자. 그래서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잠깐 통화를 했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였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다만 너무 긴 시간이 아니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다. 누군가의 뒤에서 뒷모습을 바라보는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지 너무 잘 아니까. 그녀석은 까칠한 목소리로 말했다.  

- 친구든 뭐든 옆에 있고 싶었어.

결국 나는 주저 앉아서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러지 말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끊고 계속 주저 앉아 엉엉 우는 나를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J군이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울먹거리면서 이야기 했다.  

-그자식,..그자식이..  결혼식에서.. 나를 끌어 안아 줬을때. 그때 내가 알았어야 했어. 내가 알아채줬어야 했어.   

2. 그런일이 있든 없든. 나는 오늘 종종 거리면서 일을 했다. 그리고 이제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 앉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3. 사람을 잃었다. 추억도, 시간도, 모두 잃었다.  

4. 결국 모든 일은 없던 일이 되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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