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식에 다녀왔다. 음식은 정말 형편없었고, 식장은 너무 좁았고, 사진사는 내가 계속 신부 친구인줄 알고, 신부와 다정하게 서서 사진찍을 것을 요구했다. 좋은게 있다면, 짜식~ 내 친구지만 신랑이 너무 멋졌다는 것과 얼굴본지  제법 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는것  

2. 

"첫사랑"이라는 말로 신부를 꼬셨단다. 그 뻔하디 뻔한 거짓말에 홀랑 넘어간 신부는 첫날밤(이미 치렸는지도 모르지만)에 그의 테크닉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3.  

첫사랑 이야기에 그가 생각났다.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어린나이, 13살때였나? 그는 내게 차가운 캔 음료를 건냈다. "이거 마실래" "됐어 너나 마셔" 나쁜 뜻은 없었다. 역시 딴에는 그걸 받을 이유가 없다는 정중한 거절, 당시 내 키만한 그에게 나는 관심이 없었다.  

4.  

긴 시간이 흐르고, 친구를 찾아준다는 유행의 바람에 휩쓸려 그를 만났을때,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만했던 그의 키는... 여전히 나만했다. 그는 그 음료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를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자기딴에는 첫사랑 이였다고. 그날 내가 너나 마시라고 한 오렌지맛 탄산음료는 일년동안 그의 책상에 있다가,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고 한다. 차라리 일년후에 따서 마셨다가 배탈이 났었다고 했으면 그가 손톱만큼은 더 멋있어 보였을 텐데... 

 5. 

그날 동창회에서 삼겹살을 먹은 불판에 밥을 볶아주는 이상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그는 내게 다시 종이컵을 건냈다."마실래?" 진한갈색의 커피를 마셨다간 간신히 한숟가락 우겨넣은 느끼한 볶음밥이 넘어 올것 같았다. 그러니 당연히 내 대답은 "됐어, 너나 마셔" 정말 강조하는 바이지만, 마실 생각이 없다는 딴에는 정중한 거절  이였다 

6. 

내 첫사랑인 그도 그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였다는 고백은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그 이후로도 "그거 알아? 너는 내 첫사랑이였어"라는 소리를 몇 번 더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그들, 혹은 그녀들(?)의 첫사랑이 였던 그때 그 모습의 나를 간작하지 못하고 변해버린게 좀 미안했다. 그렇찮은가? 나도 내 첫사랑이 영원히 그 설레임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그들도, 그녀들도 그럴테니까.   다만, 변하지 않은것이 있다면 모두 입을 모아서 말하는 "됐어 너나먹어, 너나 마셔, 너나 읽어, 너나 가, 너나 하셔" 등등, 역시 사람은 예의 있고 볼일이다. 이 정중한 거절의 표현이 모두의 가슴 깊이 남은걸 보면  

7.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신부는 첫사랑이라고 한 말을 정말 믿었을까? 키스 한번만 해봐도 들통나는 거짓말을..."라고 내가 다른 남자친구에게 물었을때, 그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널 만나려고 스쳐갔던 육체적 관계일 뿐이야. 내 진짜 첫사랑은 너 뿐이야. 혹은 육체적인것과 정신적인 것은 다른거야. 내 심장을 뛰게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 라고 했겠지"  음... 그럼 그가 열일곱살때 눈 뒤집혀서 살람차린다고 자퇴서를 들고 난리를 피우게 만들었던, 그 연상의 여자는...  진심으로 사랑한게 아니였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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