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레히트 마이어가 연주하는 실내악 작품들 '리드로 부르는 노래'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외 작곡, 노이네커 (Marie Luise Ne / 유니버설(Universal)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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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관악기를 꼽으라고 하면 클라리넷과 오보에이다. 닮아 있으면서도 서로 개성 있는 음색을 지닌, 마치 이란성 쌍둥이 같다고나 할까. 

 오보에는 애수, 애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기는 스케일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다른 관악기보다 더 이끌리게 한다. 

 음악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르게 다가오는 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연주가 있다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알브레히트 마이어의 연주가 바로 그렇다.  매일 듣는 클래식 FM을, 그날도 여느 때처럼 라디오를 듣다가 익숙한 곡, 슈만의 로망스를 듣다가 멈칫! 했다.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게 했고 그의 연주가 끝난 뒤에도, 그리고 며칠 동안 내내 그의 연주가 가슴에서 메아리쳤다. 황지우 시인이 '나는 백 사람이 한 번 보는 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이어의 연주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소장의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내한을, 그의 연주를 음악당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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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눈으로 이야기 보물창고 4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신형건 옮김, 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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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나에게는 할아버지와 보낸 유년의 추억이 없다. 친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아버지는 내가 얼굴을 채 알아보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내 바로 위의 넷째 언니만 해도 조금이나마 할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있건만 나는 그저 오래된 흑백 사진으로만 할아버지의 존재를 느낄 뿐이다. 할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자전거 뒤에 올라타서 오고가던 시골길이며 할아버지가 이따금 사 주시곤 했다는 노란 건빵 이야기(그 때는 건빵도 귀한 과자였다고 한다.), 할머니와의 금실이 무척 좋아 아침 일찍 눈을 뜨면 할머니를 깨워 부엌에서 속삭이며 군불을 때곤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언니들이나 사촌들로부터 들으면 말 그대로 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옛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와의 유년을 보내는 내 조카들이 부럽고 매일 아침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존’이 너무도 부럽다. ‘존’이 부럽다!

부드럽고 유연한 터치 그림들로 한 페이지씩 글과 나란히 실려 있는 이야기 책 『할아버지의 눈으로』는 첫 장부터 이 책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아버지와 체조를 하고 아침을 먹고 첼로를 켜고 산책을 하고 함께 설거지를 하고, 할아버지와 존의 생활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의 삶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이다. 하나 더, 할아버지와 존의 평범한 삶이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까닭은 이 이야기가 작가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의 친아버지 필로와 아들 존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 틀림없이 맞을 거라는 가정 하에 하는 말이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할머니가 아침 준비하는 소릴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주방에 있는 금잔화 향기를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첼로를 켠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차리고 새의 노랠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본다. 할머니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존은 우리에게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게 한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닮게 한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시나브로 닮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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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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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다락방이 뭔지 아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아이들은 다락방이 뭐예요 라고 반문하거나 사전을 뒤적여야 할 것이다. 『다락방의 불빛』이라는 제목은 오래된 고전이나 고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여러 해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제목을 잘 부각시켜 주는 표지 그림, 어릿광대의 얼굴이 낯설지가 않다. 그러고 보니 신형건 시인의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 표지에도 익살스러운 표정의 어릿광대가 그려져 있다. 두 작품 사이에 연관성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옮긴이의 말을 보니 그는 때때로 쉘 실버스타인의 작품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고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기술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 속의 삽화들은 그 그림만큼이나 이야기들도 독특하다. 아기 위에 앉아 있는 아줌마(「안는 사람」), 목에 방울을 매달고 있는 우스꽝스런 표정의 염소(「나무람」), 앙상한 뼈인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아유, 더워라!)」등 대부분이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풍자 그림을 보는 듯하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엉뚱하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있고 기발하고 날카롭고 때로는 섬뜩함마저 든다. (p140~141)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때때로  억지스러운 마음까지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솔직함 속에 일침을 가한다.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한 소재라 하더라도 쉘 실버스타인과 만나면 갖가지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 핫도그, 초코볼, 곱슬머리, 거북이, 하마, 우정, 겁쟁이 등 특별할 것도 없는 소재들이 담겨 있지만 작가가 이야기로 풀어내는 순간 마치 기괴한 콜라주 같은 독특한 작품으로 태어난다.

쉘 실버스타인의 상상력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의 상상력에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날개가 달려 있다. 그는 이야기 사냥꾼이다. 그는 카멜레온이다. 그래, 그는 이야기 사냥꾼인 동시에 카멜레온 같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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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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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 제비꽃, 꽃다지, 애기똥풀, 개망초, 꽃며느리밥풀, 도깨비바늘…….

이 책을 보니 유독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시를 잘 짓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의 시 속에는 삐비, 찔레 등 우리들에게는 낯선 식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 친구는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던 터라 자연이나 시골 정경을 노래한 시를 많이 썼는데 그런 감수성을 지니지 못한 우리는 그 친구를 무척이나 부러워했고, 그 친구가 수업 중에 발표했던 시 한 편을 나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더더욱 이 생태동시집에 나오는 꽃이나 풀이름들이 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생소하고 들어본 이름들이라고 해도 생김새를 떠올리기가 힘들 것이다. 이 가운데에 어떤 식물들은 여러 번 보았거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에 있어도 그냥 스쳐지나 온 이름들도 있을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환경조건상 자연과는 친밀하지 못하다 보니 자연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비밀과 아름다움을 모르는 게 많다.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이름들과 그 이름 속에 들어 있는 놀라운 경이를 들려주는 생태동시집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 편 한 편의 동시마다 함께 나란히 놓인 그림 속에는 동시의 제목이나 내용에서 이야기하는 꽃과 풀이 풍경 속에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우리의 시선을 맨먼저 사로잡는 건 그림이지만 동시 속에 깃들어 아이처럼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친구처럼 목소리를 내는 시를 천천히 읽다보면 생소하게 느껴지던 꽃과 풀이 가깝게 느껴진다. 찾아보면, 마음을 기울이면 자연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자연은 그 이름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내가 바라보지 못하고 무심코 스쳐지나간 꽃이름 풀이름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동시집을 읽고 나니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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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잃어버린 날 동화 보물창고 8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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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마리 노르덴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인기 작가로 정평이 난 이유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기 때문이다. 『동생 잃어버린 날』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인 데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대부분 책을 받아든 순간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형제가 많은 우리 집은, 딸 중에 막내였던 나는 안나가 오빠 얀의 모래놀이에 함께하고 싶어 했던 것처럼 언니들의 놀이에 끼어들고 싶어 했고 때로는 성가신 존재가 되곤 했다. 어린마음에 가끔은 그런 언니들이 무척 매몰차게 보이고 한편으론 심술이 나서 언니가 아끼는 물건을 망가뜨려 놓기도 했다. 그리고 언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 아래 남동생 역시 종종 내겐 방해꾼이자 귀찮은 존재가 되었고, 나이 터울이 가장 적은 누나인 나는 동생에겐 만만한(?) 존재였던 터라 저랑 잘 놀아주지 않으면 내 장난감인형을 부러뜨려 놓거나 나의 놀이를 망쳐놓기 일쑤였다.

동생이 한없이 성가신 존재로 느껴질 땐 정말이지 동생을 낳은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동생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동생이 정말로 사라진 것처럼 동생을 잃어버렸을 땐 얀처럼 불안과 초조와 후회가 꽉 찬 마음으로 동생을 찾으러 뛰어다녔다.

안나 같은 동생의 입장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나더러 귀찮다고 쫓아낼 때는 언제고 이제는 없어졌다고 찾다니, 어디 좀 당해 봐라’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가족들이 자기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는 데에도 일부러 소파 밑에서 나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동생이 가까이에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얀은 동생이 좋아하는 곳, 평소 잘 가던 곳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자칭 사람 찾는 도사라고 하는 토비까지 동원하지만 토비도 안나처럼 얀의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도 경험해 봐서 안다고, 토비가 소파 밑에 숨어 있던 안나를 찾아내고 안도와 미안함과 화해의 분위기 속에 ‘동생 잃어버린 날’은 ‘동생 찾은 날’로 이야기가 끝난다.

때로는 한없이 밉고 귀찮은 존재가 되지만 그래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은 존재,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가족은 그런 존재라는 걸 안네마리 노르덴은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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