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눈으로 이야기 보물창고 4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신형건 옮김, 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할아버지와 보낸 유년의 추억이 없다. 친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아버지는 내가 얼굴을 채 알아보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내 바로 위의 넷째 언니만 해도 조금이나마 할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있건만 나는 그저 오래된 흑백 사진으로만 할아버지의 존재를 느낄 뿐이다. 할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자전거 뒤에 올라타서 오고가던 시골길이며 할아버지가 이따금 사 주시곤 했다는 노란 건빵 이야기(그 때는 건빵도 귀한 과자였다고 한다.), 할머니와의 금실이 무척 좋아 아침 일찍 눈을 뜨면 할머니를 깨워 부엌에서 속삭이며 군불을 때곤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언니들이나 사촌들로부터 들으면 말 그대로 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옛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와의 유년을 보내는 내 조카들이 부럽고 매일 아침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존’이 너무도 부럽다. ‘존’이 부럽다!

부드럽고 유연한 터치 그림들로 한 페이지씩 글과 나란히 실려 있는 이야기 책 『할아버지의 눈으로』는 첫 장부터 이 책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아버지와 체조를 하고 아침을 먹고 첼로를 켜고 산책을 하고 함께 설거지를 하고, 할아버지와 존의 생활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의 삶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이다. 하나 더, 할아버지와 존의 평범한 삶이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까닭은 이 이야기가 작가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의 친아버지 필로와 아들 존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 틀림없이 맞을 거라는 가정 하에 하는 말이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할머니가 아침 준비하는 소릴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주방에 있는 금잔화 향기를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첼로를 켠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귀를 기울인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차리고 새의 노랠 듣는다. 존은 할아버지의 눈으로 본다. 할머니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존은 우리에게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게 한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닮게 한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시나브로 닮아가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