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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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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자기, 성냥, 깡통따개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거나 골동품처럼 보기 힘든 사물과 비누, 달걀, 볼펜, 뒤집개, 텀블러, 머그잔 등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이다. 각각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소제목이 꽤 흥미롭다.
오래 전 읽은 책에서(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좋아하는 사물을 책상에 놓아 두라고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내 책상에는 책과 음반들, 만년필과 펜이 꽂혀 있는 연필통, 쟈스민 향이 나는 캔들, 작은 화분 두 개가 놓여 있다. 매일 밤,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책상을 바라보면 오늘 하루 쌓인 마음의 피로를 그 사물들이 안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집에 가든 그 방 주인의 책상에 놓인 사물들을 보면 그의 성격과 취미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집 근처에 사는 K에게 점심 때 떡볶이와 고구마전을 만들어 주겠다고 초대 문자를 보냈다.
고구마를 손질해 놓고 요리용 나무젓가락과 수저를 꺼내다가 플라스틱 손잡이에 꽃무늬가 있는 스테인리스 뒤집개에 눈길이 간다. 나무젓가락과 수저만으로도 충분히 고구마전을 부칠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세계 작가들과 몇 달씩 체류할 때마다 뒤집개를 구입해서 채소전을 부쳐 먹곤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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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림 - 화가 김원숙의 그림이 된 삶의 이야기
김원숙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처음 읽고 나서 언젠가 황지우 시인이 했던 인터뷰가 생각났다. 그는 백 사람이 한 번 보는 시가 아닌 한 사람이 백 번 보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좋은 책의 기준은 한 번 읽고 나서도 다시 펼치게 되는, 다시 펼치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읽고 나서 마음속에 계속 맴도는 문장들 때문에 다시 펼치게 되고 어록이라는 제목으로 밑줄 그은 문장들을 모아두고 싶은 책이다.

화가인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거기에서 얻은 통찰력과 지혜를 따스한 차 한 잔 건네듯 우리에게 건넨다. 하나하나의 그림속에는 화가의 삶이 담겨 있지만 단지 자신의 삶의 한 장면을 붓으로 터치한 게 아닌 삶에서 얻은 지혜가 투영되어 있다. 그 지혜는 우리로 하여금 끄덕이게 하고 공감을 자아낸다. 한 두 문장을 소개하고 싶다.

 

'크고 작은 흥분으로 출렁거리던 물결도 떠다 놓으면 잔잔하고 조용해진다.(중략) 힘들고 난감한 일들도 강물에 비친 그대로 떠다 놓고 잠시 동안 묵묵히 기다리기만 하면 조용하게 된다는 걸 이제 와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혼자 있기 위해 둘이 있고 혼자의 풍요로움을 알기 위해 더불어 부대끼는 시간들이 있나 보다. 또 같이 있는 것이 귀하고 고마운 것을 알게 하려고 혼자 외로이 있는 시간들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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