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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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러 가는 걸 즐기긴 하지만, 큰 건물에 있는 공공 미술과 관련된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축/증축 비용의 0.7% 이하의 금액으로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 건 알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조형물은 많지 않다. 그저 스쳐지나가거나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몰라 이상한 조형물이란 생각만 좀 할 뿐이었다. 왜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그 주변에 있는 조형물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거리에 있는 조형물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미술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조형물이 아니라면 내 관심사 밖이었다. 누가 제작한 건지도 관심이 없었고 그냥 거기 있군, 싶을 정였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 위치를 특정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정도였다.


그래서 처음 <거리로 나온 미술관>의 1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큰 관심이 없었다. 조형물에 대한 작가의 의도와 다양한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에게는 썩 와닿지 않았는데 광화문광장의 "충무공이순신장군상"이 등장하면서 시선을 달리 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충무공이순신장군상"도 조형물인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처음 광화문광장에서 이 동상을 봤을 때의 느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제는 크게 감흥이 없지만 처음 서울 놀러와서 봤을 때 와, 크다, 이러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때도 공공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크기에 놀란 것 정도면 모를까, 그만큼 무지했던 공공미술에 대해 알 수 있게 했다.


저널리스트 겸 미술평론가인 저자 손영옥 씨는 '굳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 미술품이 있다'는 주제로 2020년 한해동안 "국민일보"에 칼럼 '궁금한 미술'을 연재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거리로 나온 미술관>이 만들어진 것인데 그 탓인지 생각보다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 즉, 하나의 조형물 또는 건축물에 많은 종이를 할애하고 있지 않은데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내용은 알차다. 앞서 이야기한 공공미술은 물론 예술의 전당, 세운상가, 국회의사당 등 유명한 건축물이지만 건축물 이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없는, 도심의 중요 포인트가 되어준 건물에 대한 소개는 물론 그 뒷이야기까지 알차게 소개되어 있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찾아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해주는 책이다.


공공미술과 일상의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협된 사고를 깰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른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앞서 설명한 "충무공이순신장군상"도 흥미로웠지만 익숙했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이나 처음 알게 된 " 시민문화유산 1호인 "최순우 옛집"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이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종종 방문했던 곳인데다가 용산에 갈 때마다 익숙하게 보던 건물이라서 이런 매력이 있는 건물이었나? 읽는 내내 놀랐다. 대부분 지하 또는 1층 혹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던 윗층만 가보았을 뿐, 5층 구내 식당은 방문을 안 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책 속의 사진을 보며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모르면 알지 못한 채로 스쳐가는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최순우 옛집"은 한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시민문화유산이 된 뒷배경 등이 잘 나와 있어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다. 이미 성북동 핫플레이스던데 왜 지금 알았는지. 서울 더 이상 볼 게 없는 느낌이었는데 새삼 내가 몰라서 못 가본 곳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도 못 가는 데 책 속의 건축물과 조형물을 관람하러 가보아도 좋지 않을까?미술은 멀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자모단 3기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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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보러 갔다가 창업을 했습니다
조동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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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보러 갔다가 창업을 했습니다>는 2009년 아프리카에 식수펌프를 기부하던 "웰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수학책을 만드는 프로젝트,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난 소수민족 카렌족 마을에서 괴불노리개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저자 조동희의 지난 10여년의 인생이 담긴 책이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코끼리와 창업이 무슨 관계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사실상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비유와 경험담으로 풀어 쓴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랬기에 첫장부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책의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처음 웰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10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시작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는 저자의 발상은 놀라우면서도 이런 시작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생기고 실제로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을 훑으면서 새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혼자만의 기획으로 이런 다양한 활동을 주도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시작은 물론 그 과정 또한 매우 어려웠지만 헤쳐나가는 모습이 잘 들어왔다. 재고와 돈을 떠넘겨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했던 프로젝트 수행을 해 나가는 모습도 놀라웠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해나가면서도 그것을 도와주는 이들과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며 세계 곳곳에 다양한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점도 놀라웠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고 기회를 잡아 다양한 나라를 방문했다가 떠오르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앞장서서 다른 기관들끼리의 협업(당시에는 기관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라 실패했지만)까지 고려했던 점에 대해 저자의 행동력이 얼마나 남다른지 깨달았다.


해외 봉사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아프리카 식수 펌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나라마다 드는 비용이 다르다는 점부터 여러 활동에 대한 내 편견을 깨부수는 데 일조해준 책이다. 물론 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자를 도왔는지, 새삼 아직도 많은 이들이 주변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쉬워졌지만 한국, 태국은 물론 일본, 홍콩 대만 등에서도 판매되면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게 된 괴불노리개까지 나는 몰랐던 해외 봉사 활동에 다양한 활로를 엿본 기분도 들었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행위부터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니 새삼 내 좁은 시각을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다들 생각만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긴 저자의 이야기를 다들 한 번 쯤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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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안
김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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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찰을 갔던 심경모 의원이 터키 앙카라에서 부르카를 쓴 여인에게 피습을 당하고, 함께 해외 시찰을 갔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정민식 의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해외 시찰 수행원이었던 국제협력관 류호민은 이에 의구심을 갖고 추적하던 중에 "유령법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국회의원의 추악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류호민은 그 중 선택의 기로에 서는 데…….


곧 대선이다.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요즘 대선 후보들의 발언 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서 혐오감이 들 지경이다. 최선을 뽑아야 하지만 최악이 안 되기 위해 차악을 뽑는 선거를 여러번 겪었는데 이번엔 도통 그 차악마저 선택이 힘드니 곤란할 지경이다. 이미 여러번 겪었지만 정치인들의 추악한 뒷 이야기는 매번 선거가 시작되고 나서 끝날 때까지 연신 기사화되고 반복된다. 그마저도 어느 정도 돈과 권력으로 가로막힌 것일 텐데, 과연 우리가 아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을까?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이기도 한 <유령 법안>은 2013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이수 작가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행정실장 경력을 포함한 27년간 국회에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한국 정치 스릴러 소설이다.


<유령 법안>에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건 실제 2011년에 한창 이슈가 되었던 "수쿠크법"이 등장한다. 이슬람 금융을 도입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과세특례 조항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언뜻 보면 이슬람 금융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 동안 받고 있던 상대적 불이익을 없애자는 것인데 당시 기독교계에서 이를 맹렬하게 비난했고,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므로 이에 대해 뭐라 왈가불가할 것은 아니지만 그 때도 이권 싸움이군, 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소설에서는 이 수쿠크 법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갈등은 물론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자의 이권을 위해서 수쿠크 법을 두고 여러 방법은 물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들의 이야기는 류호민 국제협력관에 의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그 과정 속에서 경악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인간의 욕망이란 이토록 지저분한가? 싶을 지경이었다. 실제로 2011년에 수쿠크 법을 두고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령 법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정말 픽션이기만 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어느 누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들었다. 하나의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얼마나 오래 걸리는 지,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모든지 북한과 엮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국정원이나 한숨과 함께 결국 그들에 의해 굴복한 이의 이야기에 이게 바로 현실이구나 싶었다. 씁쓸하기 그지 없는 책의 결말, 그러나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소설은 사건을 소개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도대체 언제 이 사건의 비밀을 추리하는 과정이 나오는 걸까? 갑자기 마무리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매우 긴박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조금의 주저없이 진실을 토해나다 어느 순간 비틀어 버리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 류호민의 선택은 모든 과정을 뒤엎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솔직히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정치 스릴러, 그것도 한국의 정치를 가지고 만든 스릴러는 딱히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아주 만족스럽다. 찜찜하기 그지 없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스릴러만이 주는 끈적거리는 이물감이 남는 마무리도 좋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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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 - 영원한 애증의 관계인 모녀 심리학
김선영 지음 / 책들의정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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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딸과 아들 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고충이 있긴 하지만 유독 딸과 엄마와의 관계는 다양하게 분석되곤 한다.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와 사랑이 평생에 걸쳐 딸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이는 착한 딸 증후군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알게 모르게 아직도 내포되어 있는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어린 시절엔 차별했다가 커가면서 딸에게 기대는 부모가 증가하면서 더욱 이들의 갈등이 심화되곤 한다. 딸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반박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딸을 하나의 개체로 인정해서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신과 친구처럼 지내줄 딸,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줄 딸 등 자신과 함께 있는 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딸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닌 경우도 있다)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딸들이 계속 연락이 오고 간섭하는 엄마를 끊어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혹은 이게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려서 다른 가족을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신경쓰다 자신이 이룬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는 바로 이런 딸과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딸들에게 홀로 서는 법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이다.


어떤 엄마들은 매우 이상적인 엄마로써 딸을 사랑하지만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비해 또 어떤 엄마들은 과거의 상처나 부부 간의 불화 등을 딸에게 해소해 딸의 마음을 다치게하고 가스라이팅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상처 때문에 딸을 평생에 걸쳐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 속에 가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벗어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거나 혹은 벗어나고 싶더라도 "나쁜 딸"이 되어 버릴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나쁜 딸. 독립적인 존재로써 이 세상을 살아가고 나의 고통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 책은 "나쁜 딸"이 될 것을 권유한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유독 부정적이게 나타나고 딸의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유형의 엄마를 소개한 뒤 어떤 식으로 나쁜 딸이 되어 정서적인 독립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 소개하고 있다. 즉, 1장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딸과 엄마와의 관계 소개, 2장은 이런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1장은 조금 놀라웠다. 일단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사례들이기 때문이었는데, 딸과 엄마의 관계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린다. 가끔 SNS에서 이런 관계도 있구나, 하며 놀랐던 나쁜 관계들의 집합체라서 조금 곤란했다. 읽다가 공감이 쉽지 않다면 나와 엄마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사례는 강한 편이라서 온전히 공감은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나와 비슷하네, 라는 느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예 못 찾아낸다면 나는 그래도 엄마와의 관계 또는 딸과의 관계가 괜찮나 보군, 하며 넘어가도 된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2장이다. 다양한 사례가 1장에 등장하지만 제대로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제를 인식하고 엄마와 딸 간의 부정적인 애착 관계를 끊어 버리고 홀로 서기를 하고 나쁜 딸이란 평가를 받더라도 내 마음을 일단 먼저 들여다보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어렵다. 하물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연결된 관계가 그리 쉽게 끊어질 리가 없다. 그러나 해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엄마와의 관계는 크게 나쁜 편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서 놀란 것은 이런 관계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솔직히 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이상적인 딸과 엄마의 관계도 아닌지라 "나쁜 딸이 되라"라는 책의 말에 매우 공감했다. 우리나라에는 착한 딸 증후군을 가진 딸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쁜"의 의미는 부모님에게는 나쁠 수 있지만 내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라는 뜻이다. 착한 딸이 되고 싶어서 내 마음이 아픈 데도 혹은 내 주변의 관계가 다 일그러지는 데도 다 받아주지 말고 독립적인 존재로써 바라보고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엄마와의 관계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혹은 조금 진단해보고 싶은 분들은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를 읽어 보면서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부분이 선행되어야 조금씩 달라질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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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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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얼마나 이상하든>과 띠지의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의 문구가 주는 간극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표지는 일상적이나 벽면에 붙어 있는 후드티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이상함이 맴도는 느낌을 주는 첫인상이었다. 일상의 평온함이 어떤 식으로 이상하게 묘사될지 매우 궁금했다.


소설은 잠에서 깨어난 정해진의 강박증세를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 일어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강박증에 시달리는 정해진은 작곡가를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 불면증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 해진의 곁에는 불면증에 시달려 편의점 체인을 확장하여 밤새워 일을 하는 편의점 사장, 한국에 잠깐 여행 왔다가 갑자기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어 한국에서 살게된 마크, 우체통이 사라지지 말라고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매일 넣는 초등학생 다름,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독특한 배우 지방생 친구 안승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해진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온다.


읽는내내 기이함에 놀라고 사건에 킥킥 댔다가 주인공이 겪은 사고가 주는 트라우마에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얼마나 이상하든>은 기이한 일 투성이인데도 매우 일상적 이야기였다.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냈으며 성공하진 못했으나 실패한 것도 아닌 단계에 오롯이 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정말 이상한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상하다 이야기 하긴 하지만 그들에겐 아주 평범한 일상이고 극복해 나가려고 하지만 한편으론 "극복"의 대상이 아니기도 했다. 더욱이 그들의 이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들, 그들의 일상은 매우 평범하고 나아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 탈선한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여기서 가장 기이한 존재는 정해진에게 말을 건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누군가다. 정해진은 그에게 만두와 초밥이란 뜻을 가진 김만초란 이름을 지어준다. 누군가에게 분명 보이기는 하지만 인간이라고 말하기엔 이상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면서 평범하고 조금 단조로워보이는-물론 우리의 일상에 비견한다면 좀 시끄러울 지언정- 일상이 단박에 흐트러진다.


나는 처음에 정해진에게 누군가 말을 걸면서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이었나? 호러 소설이었나? 잠시 고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혹시 정해진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정해진의 꿈을 만들어준 동명의 남성 "정해진"의 환생인가? 혹은 정해진이 만들어낸 환상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해진은 그와 함께 정해진의 묘소에 가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그를 인지하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이상하든>은 매우 평범하고 평온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평범하게 흘러갔든 평범한 결말을 짓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성장 이야기랄까. 남들이 보기엔 이상할지 몰라도 분명 누군가의 일상이고, 존재해선 안 되는 존재가 등장하지만 왠지 내 곁에도 비슷한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던 소설 <얼마나 이상하든>은 읽는 내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버겁지도 않고 평범하게 나를 꿈꾸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얼마나 이상하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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