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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제목 <얼마나 이상하든>과 띠지의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의 문구가 주는 간극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표지는 일상적이나 벽면에 붙어 있는 후드티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이상함이 맴도는 느낌을 주는 첫인상이었다. 일상의 평온함이 어떤 식으로 이상하게 묘사될지 매우 궁금했다.
소설은 잠에서 깨어난 정해진의 강박증세를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 일어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강박증에 시달리는 정해진은 작곡가를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 불면증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 해진의 곁에는 불면증에 시달려 편의점 체인을 확장하여 밤새워 일을 하는 편의점 사장, 한국에 잠깐 여행 왔다가 갑자기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어 한국에서 살게된 마크, 우체통이 사라지지 말라고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매일 넣는 초등학생 다름,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독특한 배우 지방생 친구 안승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해진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온다.
읽는내내 기이함에 놀라고 사건에 킥킥 댔다가 주인공이 겪은 사고가 주는 트라우마에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얼마나 이상하든>은 기이한 일 투성이인데도 매우 일상적 이야기였다.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냈으며 성공하진 못했으나 실패한 것도 아닌 단계에 오롯이 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정말 이상한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상하다 이야기 하긴 하지만 그들에겐 아주 평범한 일상이고 극복해 나가려고 하지만 한편으론 "극복"의 대상이 아니기도 했다. 더욱이 그들의 이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들, 그들의 일상은 매우 평범하고 나아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 탈선한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여기서 가장 기이한 존재는 정해진에게 말을 건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누군가다. 정해진은 그에게 만두와 초밥이란 뜻을 가진 김만초란 이름을 지어준다. 누군가에게 분명 보이기는 하지만 인간이라고 말하기엔 이상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면서 평범하고 조금 단조로워보이는-물론 우리의 일상에 비견한다면 좀 시끄러울 지언정- 일상이 단박에 흐트러진다.
나는 처음에 정해진에게 누군가 말을 걸면서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이었나? 호러 소설이었나? 잠시 고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혹시 정해진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정해진의 꿈을 만들어준 동명의 남성 "정해진"의 환생인가? 혹은 정해진이 만들어낸 환상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해진은 그와 함께 정해진의 묘소에 가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그를 인지하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이상하든>은 매우 평범하고 평온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평범하게 흘러갔든 평범한 결말을 짓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성장 이야기랄까. 남들이 보기엔 이상할지 몰라도 분명 누군가의 일상이고, 존재해선 안 되는 존재가 등장하지만 왠지 내 곁에도 비슷한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던 소설 <얼마나 이상하든>은 읽는 내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버겁지도 않고 평범하게 나를 꿈꾸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얼마나 이상하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